의학 어떤 질환에 대한 글이라고 하면 증상, 진단, 치료, 예후 등 차갑게만 느껴지는 서술만이 생각날 뿐, 가슴 깊숙이 들어있는 따뜻한 맛이 없었다. 이런 경향을 최대한 배제하고 부드럽게 접근하는 것을 시도해 보았다. 인문학이 바로 그런 분야다. 당장 지금 새롭게 만들어진 그런 첨단을 달리는 학문이 아닌 아주 옛날부터 있어 왔던 그렇게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인간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는 바로 그런 분야
― 『인문학을 안은 의학이야기』, 머리말에서
『인문학을 안은 의학이야기』(케포이북스, 2017)는 의학이라는 전문분야를 칼럼의 형식을 빌려 엮은 책이다. 인류라는 종족이 지구 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금까지 의학은 생명이라는 연결고리로 우리 곁에 늘 존재해 있었다.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을 때 올바른 길로 안내해주는 지침서와 같은 존재가 바로 의학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사람의 인생을 다룬다는 면에서 의학은 인문학과 닮아있다. 문학과 역사, 철학으로 대변되는 인문학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 왔고, 그 긴 역사만큼이나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기는 분야이다. 이 인문학과 의학을 접목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전문 의학지식들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보다 쉽고 흥미진진하게 서술한 것이 이 책의 요지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마주한 의학 이야기
이 책은 크게 8개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있으며,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며 느낀 소회를 담았다. 우리 몸의 기관 이야기, 역사 속의 의학 이야기, 여성 의학 이야기, 금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 성인병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여러 가지 질환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속의 소제목들은 독자의 시선을 끌고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저자는 엉뚱한 상상력과 너스레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우리의 구전설화 토끼전에서 토끼의 간을 찾아다니는 거북이에게 토끼가 내뱉은 ‘내 간은 중요하니 우리 집에 따로 떼어서 보관하고 있다’는 말에서, 간의 증식 작용을 설명하는 내용이나,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사망한 고대 그리스의 전사 아킬레스가 혈소판 부족으로 지혈이 되지 않는 혈우병 환자가 아닐까 하는 등의 이야기는 참신하면서 신비롭게 다가온다.
과학과 인문학의 교집합에서
지금까지 의학칼럼이라 하면 대개 딱딱하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문학을 안은 의학이야기』(케포이북스, 2017)는 의학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으며,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봄직한 용어와 소재들의 사용은 다소 무겁고 따분할 수 있는 글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의학이란 인간의 생활 및 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