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베트남은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다. 한국 속에 베트남이 있고, 베트남 속에 한국이 있다. 우리는 지금 베트남 사람들의 남편, 시부모, 사장, 동료, 이웃, 친구가 되어 있다. 이들은 이미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한데 어울려 살기 위해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 문화와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예단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예단은 종종 빗나간다. 결코 쉬운 나라가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들이 우리 문화에 동화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도 이제 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심상준, 김영신 부부는 25년 전, 아무도 베트남에 관심을 갖지 않던 시절에 베트남으로 건너가 온몸으로 베트남과 부딪치며 이들의 문화를 체득하였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의 가족과 친구가 된 우리들을 위해,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경험한 베트남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쏟아냈다.
이것이 진짜 베트남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에 대한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들은 대부분 베트남을 잠깐 방문한 사람들의 글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런 외부 관찰자적 시각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바로 내부 관찰자의 시각이다. 저자인 남편 심상준은 베트남 대학에서 정식으로 역사와 문화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고, 아내 김영신은 사단법인 한베문화교류센터를 운영하면서 베트남의 각계각층을 구석구석 발로 뛰며 베트남의 문화를 경험하였다. 그리고 25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베트남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20번 이상의 이사를 다녔고, 마약 중독자들이 득실거리는 슬럼가에도 살아 보았다.
저자들은 이러한 산 경험을 통해 왜 베트남의 마을에 허락 없이 마음대로 들어가면 안 되는지, 왜 베트남 직원들은 예고도 없이 휴가를 내고 이직을 하는지, 왜 베트남 사람들은 나의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는지, 왜 베트남 가족들은 배다른 형제끼리도 친형제처럼 지내는지, 왜 베트남 여성들은 결혼 후에도 남자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는지, 왜 베트남 아내들은 사랑하는 남편의 뺨을 때리는지 등등 현실에 가장 밀착된 이야기를 펼친다. 이것이 베트남인들을 가족으로, 이웃으로 맞이한 우리가 알아야 할 진짜 베트남이다.
가장 빠르고, 재밌고, 깊이 있게 베트남을 체험하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 다르다. 바로 옆에서 이야기해 주듯이 쓴 책이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세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완독할 수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상황에 필요한 몇 개의 글만 발췌해서 읽어도 좋다. 특히 각 장의 후반부에는 ‘생생 베트남 속으로’라는 코너를 마련해 두었다. 이 코너에서 저자들은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베트남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아마 베트남인을 가족으로, 직원으로, 친구로 둔 독자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며 무릎을 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 베트남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의 근거를 생계 방식, 거주 형태, 역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살펴보았다. 왜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 한 권으로 베트남에서 수년 동안 살다 온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폐쇄적인 듯하면서도 개방적이고, 수동적인 듯하면서도 능동적이고, 강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베트남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