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추억하는 젊은 날
거기, 외로움을 두고 왔다
■ 책 소개
시 한 편, 에세이 한 편, 사진 한 장의 어울림!
가고 없는 청춘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내는 ‘옛날’의 기록
시 한 편,
시인이란,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상에 젖게 하는 존재다. 어떤 이름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이름은 애잔함을, 또 어떤 이름은 설렘을 안겨 주기도 한다. 이름만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시(詩)는 분명 힘이 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편의 시에 추억이 깃들 때, 한 편의 시가 자아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을 때, 한 편의 시로 무엇보다 큰 위로를 받았을 때……, 시는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아로새겨진다.
누구나 좋아하는 시인, 또는 가슴에 품은 시 한 편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렇다. 저자는 젊은 날을 시와 벗하며 보냈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밀려 오랫동안 시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손때 묻은 오래전 시집을 발견하고는 그 속에서 청춘의 고뇌와 방황이 고스란히 담긴 서른세 편의 시를 골라냈다. 곽재구, 기형도, 김승희, 김현승, 신동엽, 오규원, 이형기, 장석주, 정현종, 정호승, 조병화, 황동규. 이들의 시에서 저자는 어떤 추억을 길어 올렸을까? 지금도 시를 가까이하고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고른 시를 읽고 자기만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며, 한동안 시를 잊고 지낸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시의 낭만에 젖어들 것이다.
에세이 한 편,
저자는 시를 읽으며 추억 여행을 떠난다. 〈엄마 걱정〉을 읽으며 어릴 적 일만 하던 바쁜 엄마를 떠올리고, 〈담배 연기처럼〉을 읽으며 새벽마다 담배 연기 속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올린다. 〈질투는 나의 힘〉과 〈한 잎의 여자〉를 통해 한때 ‘중2병’을 독하게 앓았음을 고백하고, 〈대학 시절〉을 통해 비겁했던 젊은 날을 털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모비딕〉을 통해 청춘의 낭만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이렇게 시 한 편, 한 편마다 풀어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어느새 저자의 추억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특히, 1970년대와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라면, ‘맞아, 그땐 그랬지.’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니구나.’ ‘힘들었어도 그땐 낭만이 있었지.’ 하며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진 한 장,
저자 현새로는 사진작가다. 책에 실린 사진은 대부분 그녀가 영국에서 사진을 공부하던 시절에 찍은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더러는 2000년대 초반의 영국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들은 얼핏 보기에 우리네 ‘7080’ 정서와 달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가 고른 시와 그녀의 에세이를 읽고 사진을 보노라면 시, 에세이, 사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짐을 느낄 것이다. 차분하면서 깊이 있는 사진들은 마치 인생을 관조하는 듯하다. 아름다운 동시에 고되고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한결 너그러워진 시선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저자의 삶이 책에 실린 사진들과 똑 닮았다.
그리고 옛날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다고 박인환 시인은 노래했다. 어디 사랑뿐이랴. 청춘의 멋과 낭만, 좌절과 고독 등 그 황홀하고도 외로웠던 시절이 모두 가고 없다. 그러나 시인의 말대로 옛날은 남았다. 군데군데 밑줄 그어 놓은 색 바랜 시집으로, 여행가방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 오래전 편지들로, 묵은 앨범 속에 소중히 간직해 온 사진들로……. 옛날은 그렇게 우리 곁에 남아서, 가고 없는 청춘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옛날의 기록이다. 책장을 넘기면 시 한 편, 에세이 한 편, 사진 한 장이 차례차례 말을 걸어온다. 푸르고 아름답지만 그만큼 고단했던 젊은 날을 따스하게 보듬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