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득의 입시컨설팅] ‘워라밸’은 있는데 ‘스라밸’은 있으면 안되나요?
입력 2018.01.03 17:37
  • ‘욜로(You Only Live Once)’ 라는 단어를 모르는 분들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2017년 상반기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 ‘윤식당’처럼 한번뿐인 삶, 해보고 싶은 것을 후회 없이 하는 것이 트렌드였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17년도 후반기엔 직장인 사이에 또 하나의 신조어가 탄생하였다.

    바로, ‘워라밸’.
    뜻은 간단하다. ‘Work and life balance’ 즉, 일과 삶을 균형 있게 보내자는 뜻이다. 직장상사가 들으면 충격적일 수 있겠으나, 많이 벌기 보다는 적당이 일하고 쉴 것은 쉬자는 의미도 있다. 사실 직장상사가 아니더라도 학부모님들과 필자의 세대에서는 이해는 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마인드이기는 하다.

    학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내’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만 우리 아이들은 워라밸 라이프를 사는 게 썩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속이 좀 터지긴 하겠지만 일에 짓눌려 사는 자신처럼 힘들게 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님의 마음이다. 그런데 평생 해야 할 직업도 아니고, 혹여 지금 우리 자녀가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도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한창 공부할 시기니까 조금 지나고 그 밸런스를 맞춰보자고 할 수 있겠지만, 초등학생 시기임에도 어렵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는 더욱 불가능한 이야기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행복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많이 보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적어본다.

    그렇다면 ‘스라밸’을 하면서 마음에 위안을 갖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의 끈을 놓지도 않으면서 삶의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당당히 여행을 추천한다. 단, 단순하게 휴양지를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여행이었으면 한다.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대중들에게 소개해 준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스터디와 라이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여행의 좋은 표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학 이론을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실험으로 확인 하는 것이 더 오래 기억하고 실생활 활용 능력이 성장하는 것처럼 여행에서 본 것을 지식처럼 습득할 수 있다면 즐거운 가운데서도 좋은 공부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월, 지금은 방학 기간이다. 학생의 스토리에 어울리는 여행을 떠나기 좋은 시기다. 이번 대학부설 영재원을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어 소개한다. 이 학생의 장래희망은 건축가였는데, 이에 ‘안토니오 가우디’라는 건축가에 대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가우디 건축의 특징을 직접 살펴보고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책 속의 장소인 스페인의 카사 비센스를 다녀온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함께 정리했다. 이러한 경험은 후에 전공적합성과 진정성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만한 경험이다. 경험에 대한 설명은 따로 면접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교하고 리얼할 것이다.

    필자는 예전에 시애틀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젊은 관광객이라면 대부분 그렇듯 시애틀에 가서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았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왜 시애틀에 커피 산업이 흥했을까?’ 운하가 있을 만큼 바다와 강이 어우러져 있는 시애틀은 평균 온도도 높아 밤에도 온도가 잘 떨어지지 않고 습도도 높다. 따라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을 정도로 불면증을 많이 호소한다. 이에 시애틀에서는 각성제 역할을 하는 커피와 초콜렛 같은 기호 식품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다. 이를 알기까지 도시를 기반으로 한 영화와 브랜드, 기후, 운하와 같은 기술, 과학적인 분석까지 살펴보며 말 그대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and Math) 학습을 한 것이다.

    쉬면서도 배울 수 있는 여행을 권한다. 물론 부모님도 함께 쉬고 싶겠지만 여행 중에 친구들의 모습을 잘 관찰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도 던져주고 명소의 의미와 유래도 함께 찾아보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내기를 올 겨울방학 추천한다. 여행에서의 찰나가 학생의 진로와 진학 목표를 바꿀 수도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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