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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워라벨' 나와 상관없는 먼나라 이야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5.30 14:50
우용태

▲우재원 재원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우재원 재원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신조어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뜨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현재의 시대상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고액의 연봉과 워라밸 중에 워라밸을 더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돈보다는 삶의 질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과의 균형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휴식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기본이 아닐까?

직장인들이 무거운 업무의 부담에서 벗어나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는 휴일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점차 정착되면서 연간 휴일 수는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2018년은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이 69일이고, 토요일을 포함하면 총 119일이 휴일이다. 1년 365일 중 약 3분의 1 가량을 휴일로 보낸다고 할 수 있으니, 워라밸은 이미 보편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함정이 있다. 실제 정시 퇴근을 못한다거나, 퇴근 후에도 회사의 업무가 연장되는 경우가 그렇다. 연장근로 시간이 너무 길다는 등의 함정은 너무나 당연하거니와, 휴일 자체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가 속칭 빨간 날이라고 말하는 공휴일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휴일을 말하는데, 법령의 이름에서와 같이 관공서의 휴일이지 일반 사기업의 휴일이 아니다. 법에서 인정되는 일반 사기업의 유급 휴일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한 근로자의 날과 ‘근로기준법’에서 인정하는 주휴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공휴일에 사기업은 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5월에 있었던 대체공휴일 또는 6월 지방선거와 같은 임시 공휴일은 물론이고 극단적으로는 설날, 추석 같은 명절에 일을 시켜도 법령 위반이 되거나 휴일 수당을 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따라서 쉬는 회사와 쉬지 않는 회사가 구분된다. 이러한 현상은 일과 삶의 밸런스 문제이전에 근로자의 휴식권이 불평등하게 적용되어 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나아가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식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만연해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회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여 늦은 감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을 이번에 개정하였다. 앞으로 일반 사기업에도 법정공휴일이 관공서와 마찬가지로 유급휴일이 되는 것이다. 다만 즉시 적용하는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시근로자수 300인 이상은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며, 3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021년 1월 1일, 5인 이상 30인 미만은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아쉽게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된다.

휴일이 법으로 보장이 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모든 근로자가 차별 없이 휴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와 기업 모두의 입장에서 참으로 바람직한 변화인데, 다만 이로 인해 기업의 부담감이 너무 커진다면 이를 보완해 줄 정부의 지원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휴일 일수의 증가에서 시작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담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기업문화의 조성이며 이것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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