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가 국회 안행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13층 대청마루 회의실에서 임기 2년을 채운 강신명 경찰청장(52)의 이임식이 열렸다.

이임식에는 강신명 청장의 가족과 이철성 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100여명의 경찰간부와 경찰청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30분경 시작됐다. 같은 시각 경찰청 정문 앞에서는 백남기 농민 대책위 회원들 20여명이 수백명의 경찰 병력에 둘러싸인채 ‘국가폭력 사과없는 경찰청장 퇴임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그들이 기자회견중 지르는 규탄 함성이 이임식장까지 들리기도 했다.

▲ 2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강신명 경찰청장 이임식에서 강 청장과 이철성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왼쪽)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3일 오전 강신명 경찰청장의 이임식을 앞두고 경찰청 정문앞에서는 백남기대책위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임사를 통해 국민들을 향해서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우리 사회를 밝히고 치안을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면서 “경찰을 폭행하고 시위대가 폭력을 일삼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그릇된 풍조가 해소되도록 경찰을 응원해 달라. 경찰의 힘은 국민들의 사랑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임사 도중 그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강 청장은 “일 생각만하는 가장으로서 늘 미안했던 나의 가족들에게 이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 동안 감사했다. 사랑한다.”고 말한 뒤 눈물을 삼키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임사를 마친 강 청장에게 아내와 아들, 딸은 준비한 꽃다발과 ‘자랑스러운 아버지, 사랑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 2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강신명 경찰청장 이임식에서 강 청장의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비교적 간소하게 이임식을 마친 강신명 경찰청장은 참석한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고 미디어오늘이 “백남기 농민과 가족들에게 해줄 말 없습니까?” 라고 묻자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쾌유를 빕니다.”라고 말한 뒤 “직접 찾아가서 사과할 생각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악수를 이어갔다.


약 15분에 걸쳐 악수를 마치고 이임식장을 나서는 강신명 청장에게 재차 질문하자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밝힌 그 동안의 제 입장(“인간적으로는 제가 오늘 충분히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인간적인 사과와 법률적인 사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 - 2015.11.23. 국회 안행위 발언중)과 동일합니다.”라고만 말하고 자리를 떴다. 

지난해 11월 23일 국회 안행위에서 백남기 씨에게 병문안을 가보라는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의 거듭된 촉구에 강 청장은 "적정한 시점에 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하기도 했지만 지끔까지 찾지 않았다.

같은 시각 밖에서 열린 백남기대책위의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남기씨의 차녀 백민주화씨는 강 청장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통해 사과 한 마디, 문병 한 번 없이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강신명 경찰청장에 대한 큰 실망을 표현하고 규탄했다.  

백민주화씨는 “경찰청장 눈에는 건강한 육체에서 껍데기만 남은 중환자실의 아버지를와 매일 면회해야하는 가족, 메아리조차 없는 긴 투쟁을 하고 있는 이 선량한 국민들이 다 허상이고 쑈란 말입니까? ... 물대포를 가슴 아래로 쏴야한다는 지침을 어기고 머리에 조준살수를 명령했으며 20초만에 정신을 잃고 차디찬 바닥에 캡사이신, 최루액이 하얗게 덮인 채로 쓰러진 내 아빠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강신명씨. 당신은 사람입니까? 괴물입니까?”라고 절규했다.

백씨는 “당신이 최악의 경찰청장인 이유는 사고를 내서가 아닙니다. 사과 한마디 않고 퇴임식을 하고 있는 그 뻔뻔함이 당신의 이름을, 양심을 최악으로 만든 것입니다. 진정한 경찰의 자존심이 뭔지 모르는 강신명이 결국에는 꼭 사죄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라고 세장에 걸친 손편지를 끝맺었다. (아래는 지난 19일 국회앞 기자회견에서 백민주화 씨 발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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