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책을 내면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조종사로서 책을 한 권 내겠다는 소망을 품게 된 것은 40대 중반부터였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어언 1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기고서야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머릿속의 생각 조각들을 엮어 한 편의 정리된 글로 써낸다는 것은 도공이 도자기를 구워내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흙으로 정성들여 빚었다고 해도 막상 구워진 것을 꺼내놓고 보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내놓기까지 많이 멈칫거렸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게 되었다. 내년이면 37년간 잡고 있던 조종간을 놓아야 한다. 하늘은 더 이상 날아다니는 공간이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으로 바뀐다.
조종사는 가슴에 달린 날개로 하늘을 난다. 비록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윙(wing)’이라 불리는 작은 표식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은 하늘을 주름잡을 수 있는 권위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권위는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벼리고 닦아야 하는 책임과 희생정신, 동료들과 생사를 같이하는 편대정신編隊精神을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윙은 직접 양력을 발생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각하게 하는 심리적 동력원動力源인 셈이다. 새가 끊임없는 날갯짓으로 하늘을 난다면 조종사는 윙에서 발현되는 정신력으로 하늘을 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조종사로서 걸어 온 나의 삶과 내가 추구했던 정신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8년간 공군사관학교 생도들과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입문과정의 학생조종사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후배조종사들이 자랑스러운 윙을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종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하늘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글쓰기의 길로 이끌어주신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김홍은 교수님과 푸른솔문인협회 여러 문우들, 그리고 편집과 발간을 위해 힘써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누구보다 오늘도 하늘을 삶의 터전 삼아 열심히 훈련하고 하늘을 지키는 나의 제자들과 후배 전투조종사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 그리고 굳은 신뢰감을 전하고 싶다.
2016년 저물어 가는 날, 星武臺에서
추천사
이 책에는 40여 년간 한 길을 걸어온 조종사의 꿈과 비행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비행의 한 단면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드넓고 푸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곳에도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삶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실려 있는 글은 비단 한 조종사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많은 역경 속에서도 하늘을 지켜왔던 선배 조종사들의 마음이자, 공군을 이끌어 갈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중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 계룡대에서 공군참모총장 대 장 정 경 두
이두희 작가는 인생의 대부분을 군에서 보낸 조종사이다. 엄격한 규율과 약간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문학적 자유분방함이나 감성보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사고가 앞서는 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필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멀고 막연한 동경의 세계에 불과했던 하늘의 비밀을 우리 이웃에서 일어나는 삶의 이야기로 정감 있게 풀어내었다.
수필은 자기 고백의 문학이다. 좋은 수필은 문학성 이전에 좋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군인으로서 그리고 하늘을 지키는 조종사로서 순수하고도 뜨거운 나라사랑의 열정을 그의 글에서 읽을 수 있다. 요즘처럼 불안정한 시대에 푸른 하늘을 비행하는 희망의 밝은 빛과 현실을 극복하는 용기를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김홍은(충북대학교 명예교수, [푸른솔문학]주간 및 발행인)
수필은 허구의 문학이 아니다. 수필가들이 소재의 빈곤에 부딪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두희 작가에게는 그만이 가질 수 있는 소재가 있다. 그것은 그가 하늘을 나는 조종사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꿈꾸는 자들에게는 한없이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조종사에게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긴장의 공간일 뿐이다. 조종사의 하늘은 문학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 하늘을 문학의 대상으로 보면서, 땀과 눈물과 아픔이 함께했던 하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비행 훈련의 절정은 솔로 비행이라고 한다. 문학도 혼자 하는 작업이다.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첫 비행을 마친 조종사에게 빨간 마후라를 매어주듯이, 자신과 마주하는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작품 하나를 완성했을 때 그는 창조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비행기는 지나갔어도 하늘에는 비행운이 남는다. 그런 여운과 감동이 남는 작품을 기대하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으리라 믿는다.
― 이정림([에세이21] 발행인 겸 편집인, 수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