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트럼프·김정은 공동성명, 과거와 미북합의와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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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협상 염두 `9·19 공동성명`과 성격 비슷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미·북정상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 합의와 공동성명이 있었지만, 미·북정상 간 회담과 합의는 1948년 북한 정부 수립 이후 최초다. 정상이 직접 만나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의 주요 합의는 크게 1994년의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12년 2·29 합의 크게 세 번 있었다.

6·12 공동성명 주요내용
이번 공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제공'과 북한의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노력'이다. 성명 4개 조항을 보면 △새로운 관계의 수립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노력 △판문점선언 재확인 △전쟁포로 송환과 유해 수습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성명 조항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하기로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이행을 위한 세부 사항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층 인사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협상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합의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복잡하고, 비핵화 과정에 대한 미국과 북한이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은 원칙과 입장을 낮은 단계에서 재확인했다. 미국은 '일괄타결',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합의내용
1994년 제네바 합의는 10개 항에서 세부적으로 명시했다. 합의문에는 미국 주도의 경수로 건설, 중유 제공, 북·미관계 개선 등이 포함됐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잔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 이행 등을 바탕으로 북한 흑연감속원자로의 궁극적 해체를 합의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6자회담 결과의 문서 성격에 가깝고, 핵문제 해결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규정하고 향후 협상을 위한 준거점을 제시했다. 세부 내용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포기 등 10년 전의 제네바 합의보다 세부 내용에서 구체성은 떨어졌다.

2012년 2·29 합의는 김정일 시대 협상을 시작해 김정일 사후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뒤 이뤄져 합의 내용은 각국이 대변인 성명으로 각자 발표하는 낮은 수준의 발표에 그쳤다. 내용도 비핵화 대화 초기 단계 합의였다. 북한은 합의 두 달 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합의를 깨버렸다.

9·19 공동성명과 성격 비슷
6·12 공동성명의 성격으로만 본다면 가장 가까운 것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다. 6자회담 참가국은 2005년 제4차 6자회담 2단게 회의에서 9·19 공동성명을 발표했다.이후 6자회담 참가국은 2007년 2·13 합의문과 10·3 합의를 이끌어낸다.

2·13 합의문의 1항을 보면 '참가국들은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초기 단계에서 각국이 취해야 할 조치에 관해 진지하게 생산적인 협의를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공동성명에서 큰 틀의 합의를 해놓고 이행을 위한 세부 합의를 다시 했다는 점에서 이번 미·북정상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세부 사항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북한 고위층 인사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협상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합의했다'와 비슷하다.

9·19 공동성명 발표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지만 '낮은 단계' 합의를 이뤘다는 자체가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당시 의장국은 중국이었는데, 6자 간 이견이 심해 최종 타결이 힘들어지자 미국과 북한을 몰아붙여 최종 타결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분단 이후 최초의 '세기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양국이 판을 깨기보다 '낮은 단계 합의'를 공개하고 이후 세부적인 내용을 합의하도록 돼 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미국과 북한 양측을 중재한 점도 유사하다. 9·19 공동성명의 한국 측 주역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과거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6자회담 현장뿐 아니라 대통령, 외교장관 등 모든 외교력을 쏟아서 높은 집(9·19 공동성명)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0년 미국과 북한이 발표한 '공동 코뮈니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 미·북은 평화체제와 종전 문제에 대해 거론하며 4자(남·북·미·중)회담 등의 개념을 내놨다. 당시 미·북은 구체적으로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준비하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뤄지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과 비교하면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행 현재 진행 중?
남은 것은 미·북 정상 공동성명의 세부 이행 합의다. 북한은 2007년 2·13 합의를 이행할 것임을 천명했고, 2008년 북핵 문제의 상징인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시설 폐기를 선언하고 5월 25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기자를 초청한 가운데 갱도를 폭파했다.

과거 합의의 이행을 미리 진행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합의문 서명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북한에 선물을 줬다. 북한이 2008년 냉각탑 폭파 뒤 미국이 대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발표한 것과 비슷하다.

향후 합의에 한국 참여 여부는?
공동합의문에 가장 큰 방점은 '4·27 판문점선언'의 재확인이다. 판문점선언의 당사자는 한국과 북한인 점을 감안할 때 세부 합의에 한국도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도 종전선언 당사국이라고 밝힌 점을 밝혔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양자 협상이 이뤄지고 한국은 한발 물러서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종전선언과 같은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참여 가능성은 있지만 비핵화 협상 자체는 미국과 북한 양자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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