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앞두고 2005년부터 이어져온 ‘애증의 세월’ 폭로
“2006년 1000만원 주고 … 2010년 1500만원 기자 접대”

▲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은 “정치개혁을 위해 고자질쟁이가 되겠다”며 한때 주군처럼 따랐던 정우택 의원을 맹비난했다. 구속 하루 전의 일이다.
손인석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①

한때 ‘정우택(청주 상당·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남자’였던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이 구속됐다. 4·11총선 당시 자원봉사자에게 급여성격의 돈 4000여만원을 불법으로 지급한 혐의(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 유도 죄)다.

청주지방법원 조미옥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벌여 지난 4.11 총선 당시 청주 흥덕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손 전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부장판사는 실질심사에서 “손 전 위원장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지검은 손 전 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선거운동을 하며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한 박 모씨 등 2명에 대해서도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들에 대해서는 “방어권 보장과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손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은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앞서 손 전 위원장을 비롯해 예비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하 모씨와 임 모씨 등 모두 3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으나 손 전 위원장의 영장은 기각되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손 전 위원장의 집 등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증거를 보강해 지난 22일 영장을 재청구했다.

1. 2006년 지방선거 때 1000만원 주고 차량제공
2. 2007년 타이완에서 성 접대, 미국에선 1000불 제공
3. 2010년 지방선거 때 정치자금 수수 목격하고, 돈 배포 심부름도
4. 재·보궐선거 관련 새누리 중앙당 비리 <다음 호에>

손인석 전 위원장은 재청구된 영장에 대한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3일, 기자를 찾아왔다. “내일 신변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저런 사람(정우택 의원)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찾아왔다. 결코 한풀이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 사람과 같이 구태정치에 놀아났다는 것이 부끄럽고 죄송하다. 이제는 정치개혁을 위해서 모든 것을 씻고 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손 전 위원장과 정우택 의원의 질긴 인연은 2005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민련 소속으로 재선(15·16대) 의원을 지낸 정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낙선하고 정치적 휴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 총선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고 자민련이라는 간판도 교체가 필요했다. 결국 그는 지방선거라는 징검다리를 재기의 기회로 삼기로 하고 2005년 9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입당해 충북지사 출사표를 던진다.

당시 정치지망생이던 손 전 위원장은 친분이 있던 선배를 통해 정 의원을 소개받았고 두 ‘젊은 피’는 의기투합한다. 이때부터 2010년 지방선거까지 약 4년여의 시간은 그야말로 밀월이었다. 손 전 위원장은 정 의원의 2006년 지방선거를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도지사직 인수위원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다.

도지사 친위조직인 충북청년경제포럼(이하 포럼)을 만들어 사무총장을 맡았고 도지사 재임기간 내내 공사(公私)적인 해외일정에 동행한다. 소위 ‘술밥’을 산 것은 기본이고 3차례에 걸쳐 포럼과 당시 정 지사의 제주골프여행도 주도했다. 제주골프여행은 후일 성상납 사건으로 비화된다. 손 전 위원장은 “성상납 의혹에 관한 그간 충청리뷰의 보도는 모두 사실과 부합한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정 의원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지사 재선에 실패하면서 둘 사이에 이상기류가 발생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속으로 곪던 종기가 터진 것은 4·11총선이 기점이다.

후보 등록일(3월22,23일)을 1주일 앞둔 3월15일 홍콩 소재 IP를 이용한 익명의 야후 블로그 <Crime to guilty>에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의 변태적 성매매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4가지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게시됐고, 정 의원이 그 배후로 손 전 위원장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 의원은 청주 상당의 총선 후보로 확정이 됐고, 손 전 위원장은 청주 흥덕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한 상황이었다.

정 의원은 문건의 내용을 접하자마자 선거참모에게 “이건 손인석이 한 짓 같으니 그만하라고 해라. 내가 얼마나 예뻐했는데…”라고 말했으며 18일 손인석, 허○○, 양○○ 등 3명의 실명을 거론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이들을 문건유포 혐의자로 검경에 고발한다.

이후 충청리뷰는 <Crime to guilty>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유권자 알권리 차원에서 집중보도했으나 손 전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하지 않았었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고자질쟁이가 될 수는 없었다”는 것이 이제와 그의 해명이다.

돈 받은 지방후보 명단도 폭로

그러나 23일 그는 고자질쟁이를 자처했다. 손 전 위원장은 2005년 첫 만남 이후 지금까지의 풀스토리를 펼쳐놓았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우택 후보의 청주 자택을 찾아가 신문지로 싼 현찰 1000만원을 전달했다. 또 선거 때 쓸 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카니발 1대를 사서 개조했다. 선거기간 내내 후보가 그걸 타고 다녔다. 선거가 끝나고 돌려받아 청년위원장을 하면서 내가 사용했다. 그랬더니 인수위원을 시켜주더라.”

손 전 위원장은 2007년 정 지사의 타이완 방문과 미국 공식방문에 동행한다. 타이완에서는 현지 청년단체 간부 쉬(許) 모씨에게 의전을 요청해 벤츠 2대로 지사를 모신다(?). “국빈대우를 연상케 하는 접대였다. 룸살롱에서 2명의 접대부가 지사 옆에 앉았다. 이후 이른바 2차도 진행됐다. 미국에 갔더니 부인이 먼저 와있더라. 아들 대학졸업식이 있다고 해서 1000달러를 부인에게 축하금으로 줬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손 전 위원장은 정우택 후보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 그의 역할은 저녁 6시까지 정 후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명함 돌릴 사람이 필요해 이번에 함께 구속된 후배 임 모씨를 불렀다. 그의 진짜 일과는 저녁 6시부터 시작됐다. 기자들을 한 명씩 불러 매일 술 접대를 하는 것이었다. 손 전 위원장은 “한 달 내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셨다. 2차를 가지 않으려고 일식집에서 양주를 마셨다. 접촉결과는 캠프에 보고했다. 술값은 나중에 결재했는데 1500만원 정도였다.”

<Crime to guilty>에 게재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배포의혹’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털어놓았다.

“정 지사는 길 위에서 돈을 주고받았다. 차를 세워놓고 동승자를 모두 내리게 한 뒤 돈을 주거나 받을 사람만 태웠다. 5월19일 솔밭공원 앞에서 차에 탄 사람은 충주지역 경제인 Y씨였다. 5월31일에는 ‘청주권 지방의회 후보들에게 나눠주라’며 1000만원을 줘서 직접 돌렸다.

100만원씩 돌렸는데 현역 청주시의원인 박, 김, 이(당선 뒤 작고) 등이 돈을 받았다. 낙선한 고, 박 등도 있고 도의원 후보였던 남도 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미처 전달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자신은 당선이 어려울 것 같다’며 거절한 사람도 있다. 8명에게 800만원을 돌리고 나머지 200만원은 기자에게 줬다.” 손 전 위원장은 돈을 돌린 8명 중 위에 언급한 6명만 정확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손 전 위원장은 끝으로 “박근혜 후보가 청년들에게 ‘과정의 열정이 보답 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당내에서도 이렇게 돈쓰고 충성한 사람이 버림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내 사건을 계기로 정치풍토가 혁신되기를 바란다”며 말문을 닫았다.

한편 24일 오후 정 의원 측에 반론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수차례 답변을 요청했으나 25일까지 답변이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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