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숨은 동시는 나오고, 뻔한 동요는 가라”
― 발랄-발랑, 상큼-엉큼, 유쾌-통쾌한 동시들과 백창우표 노래의 놀라운 만남
이 책은 노래하는 시인 백창우가 현대 시인의 최근 동시 16편에 곡을 붙이고 어린이노래패 ‘굴렁쇠아이들’이 부른 ‘동시노래’의 악보와 시 원작을 담은 노래책이자 음반이다. 1집과 2집이 같이 출간돼 모두 32곡의 동시노래를 선보이며, 이 책은 그중 1집인 《내 머리에 뿔이 돋은 날》이다(2집은 《초록 토끼를 만났어》). 이번 동시노래는 제44회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은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전 6권)과 제1회 대한민국출판상을 받은 《이오덕 노래상자》 《권정생 노래상자》 《임길택 노래상자》 이후 7년 만에 새로 선보이는 ‘백창우표 동요’로, 오늘날 어린이들의 달라진 감성과 마음을 개성 있게 담아낸 동시와 함께, 기존의 뻔한 동요와는 색깔이 전혀 다른 동요를 선사하는 선물상자라 하겠다. 어린이와 어른 누구나, 가정과 학교 어디서나, 사시사철 언제나 듣고 부르며 연주할 수 있는 악보집, 시집, 놀이책이 필요한 분들에게 권한다.
● 어린이의 ‘오늘’을 담은 동시와 만난 새로운 노래의 탄생
백창우는 오래전부터 동시에 곡을 붙이는 ‘동시노래’ 작업을 해왔다. 그의 동시노래 음반과 책은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등학교, 다양한 놀이 및 활동 공간에서 널리 불리며 우리 어린이문화와 문학의 큰 전통이던 동요의 유산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그들의 노래’가 되어왔다. 초등 교과서에 〈강아지똥〉 〈딱지 따먹기〉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중등 교과서에 〈남누리 북누리〉 〈하나뿐인 지구〉 〈봄은 고양이로다〉 등 그의 노래 30곡 이상이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동시노래는 그간의 작업과 큰 차이가 있다. 전에는 주로 전래동요와 함께, 작고한 시인의 작품이나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동시에 곡을 붙였다면, 이번엔 2010년대 동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김개미, 김미혜, 안학수, 정유경 등 동시인들과, 시와 동시를 함께 써온 김륭, 송찬호, 유강희, 이안, 이정록 등 동시단에서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해온 시인들의 최근 동시 32편을 노래로 만들어 1집과 2집에 16곡씩 담았다.
오늘날 동시단은 동시집을 꾸준히 내온 출판사 창비나 문학동네 등의 활동에 더해, 시인들 스스로 편집해 발행하는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2010년 창간)의 활동 등으로 어린이의 생활과 심리에 한층 밀착한 작품을 풍성하게 생산해왔다. 상투적이고 생동감 없는 동시들은 점점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개성 있는 동시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백창우 또한 동시를 쓰고 발표하면서 당대의 동시 경향과 발전에 주목해 이전과는 또 다른 동시노래를 새롭게 만들어 여러 어린이문학 매체에 발표해왔고, 그 첫 결실이 바로 이번 ‘동시노래상자’인 셈이다.
● 동요의 ‘오래된 미래’를 담은, 누구한테나 불릴 노래들
동시노래상자에 실린 노래를 듣다 보면, 심심하고 뻔하며 자칫 유치한 말장난에 그친 동시와 동요를 보고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애초에 시와 노래는 한 몸이었기에 우리 어린이문학사에도 시이자 노래로 여러 세대에 걸쳐 불린 〈반달〉 〈고향의 봄〉 〈따오기〉 〈낮에 나온 반달〉 같은 작품이 있다. 동시노래상자도 그렇게 널리 불리기를 꿈꾼다.
굴렁쇠아이들은 그래서 여느 어린이노래패처럼 두성을 중심으로 노래하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목소리의 빛깔을 살려 노래한다. 그래서 노랫말이 잘 들리고, 노래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백창우 또한 그가 추구해온 대로 손맛이 느껴지는 ‘자연 음악’을 선보인다.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요즘 대중음악이나 기존 동요와는 빛깔과 숨결 자체가 다르고,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백창우의 첫 동시노래 음반이자 동요 분야에선 국내 최다 판매 음반인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1999)에서부터 백창우가 다양하게 실험해온 ‘백창우표 선법’이 더욱 자연스럽고 밀도 있게 스며들었다. 이는 그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전래동요의 전통과 초기 창작동요의 유산을 계승하는 한편 현대적인 실험과 창조성을 더한 것으로, 어린이와 어른 누구나 편하게 두루, 그리고 함께 부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함께 노래하며 놀자고 손 내미는 선물 같은 책과 음반
동시노래상자는 책과 CD로 구성돼 있다. 책에는 따뜻한 느낌의 손글씨 악보와 시 원작을 함께 실어 같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 노래를 부른 굴렁쇠아이들의 생생하고 재미있는 사진,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의 공연과 녹음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담겨 어린이만의 감성을 한껏 자극하고 노래의 맛을 한결 진하게 전한다. 그리고 음반을 미리 듣고 쓴 문학평론가 김이구의 깊이 있는 해설이 동시노래 감상과 이해를 돕는다(2집에는 시인이자 《동시마중》 편집위원인 이안의 해설 수록). 얇은 책이지만 볼거리, 읽을거리, 감상할 거리, 부를 거리, 놀 거리, 생각할 거리로 가득한 것이다.
백창우는 우리 어린이문학과 문화를 이끄는 매체들에 꾸준히 신작 동시를 감상하고 곡을 붙여 악보와 수필로 발표하고 다양한 어린이 행사에서 굴렁쇠아이들과 크고 작은 공연을 열어왔다. 이 동시노래상자에 실린 노래는 계간 《창비어린이》의 ‘백창우의 노래엽서’, 격월간 《동시마중》의 ‘백창우의 동시와 놀다 저절로 얻은 노래들’, 월간 《개똥이네 집》의 ‘백창우 노래 일기’ 등에 연재해온 노래 가운데 1차로 32곡을 골라 1집과 2집에 16곡씩 나눠 엮은 것이다. 시를 읽고 노래를 만들면서 우리 어린이의 삶과 문화를 살피는 그의 작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기존 발표 작품과 새 작품을 바탕으로 동시노래상자는 3-4집, 5-6집으로 꾸준히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