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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 최정원 “18년간 한 ‘시카고’, 지금이 나의 전성기”


“‘시카고’는 제 가족과도 같은 작품이에요. 늘 우선순위거든요. 마치 집안행사와 같이 ‘시카고가 시작된다’고 하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하게 되는 뮤지컬이죠. 서로 신뢰와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재즈 음악과 블랙코미디가 섞인 이 뮤지컬의 작품성도 빼놓을 수는 없죠.”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4번의 시즌이 올 때까지 변함없이 ‘시카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 이제는 ‘시카고’하면 저절로 그의 얼굴이 떠오르게 되는 것처럼 최정원은 작품의 안팎에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올해는 부상으로 ‘시카고’의 출연이 불투명할 법도 했으나 재활훈련을 받고 이전 시즌보다 훨씬 나은 컨디션으로 무대에 임하고 있다. 그의 시그니처 넘버인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춤추며 불러도 몸이 가뿐하다고 말했다.

“18년 동안 제 ‘시카고’를 보러 온 지인은 ‘이번 시즌이 가장 재밌다’라고 할 정도예요. 작년에 부상을 당해서 당분간 몸을 쓰는 일은 안 하려고 했어요. 두렵기도 했고요. 그런데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정말 다리가 더 좋아졌어요. 전화위복이 된 거죠. ‘벨마’를 11년을 했는데 지금이 전성기인 거 같아요.(웃음) 아이비가 제 다리를 보며 ‘선배님, 다리 근육이 예전보다 더 좋아지신 것 같다’라고 해요.”

올해 ‘시카고’는 지난 시즌과 차별점이 있다면 각각 배우들마다 개성을 살렸다는 것이다. 배우들마다 연출이 제시한 방향이 달라 안무와 연기가 다르다. 최정원은 그 동안 봐왔던 해외 제작진과 더 애틋한 감정교류를 했다고 전했다. “내 부상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구보다 걱정했던 이들이었다”라고 말한 그는 “인간 최정원을 사랑해주고 있다는 마음에 어느 때보다 속마음을 많이 털어놓은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해외 제작진 친구들이 ‘재키(Jackie·최정원 영어 이름), 넌 뼛속까지 벨마니까 살살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60세까지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늘 ‘시카고’ 무대에 임할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서요. 그래서 그런지 올해 ‘시카고’는 더 애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그럼에도 내년에 다시 한다고 하면, 또 모르겠어요. 하하. 손들고 ‘저 할게요’라고 말할지도.”

극에서 등장하는 ‘벨마’와 ‘록시’는 남편을 죽이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여성 캐릭터. 일반적으로는 사형이 결정되지만 변호사 ‘빌리’가 사건을 맡으면 무죄로 판결돼 자유의 몸이 된다. 그의 의뢰인이 되기 위해선 자극적인 피고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뉴스 일면에 실릴 사람, 사람들에게서 사랑 받는 스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죄인이라는 점을 빼놓고 배우와 이 캐릭터들은 ‘누군가에게 사랑 받아야 한다’는 점이 공통분모가 된다.


“두 사람 모두 다른 방식으로 사랑받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원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옆에 있어줄 가장 친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마도 배우에게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는 ‘관객’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리 다리가 좋지 않아도 아픈 것을 이겨내고 무대에 서는 이유는 절 보러 오시는 분들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시카고’의 커튼콜을 가장 좋아해요. 아마도 무대에서 우리의 이름이 소개되는 건 ‘시카고’, 하나뿐일 거예요. ‘최정원’이라는 이름이 불릴 때 2시간의 노력이 모두 보상 받는 기분이거든요. 공연 내내 너무 행복하지만 커튼콜 때 배우 최정원으로 무대에 오르면 벅찬 기분이 들어요.”

앞서 언급했지만, 최정원은 뮤지컬 ‘시카고’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산 이후 2000년에 ‘시카고’에 합류해 ‘록시 하트’를 맡았고 2007년에는 ‘벨마 켈리’ 역을 맡았다. ‘시카고’ 한국공연 사상 유일무이하게 두 주인공을 모두 맡아본 배우이기도 하다. 수년 동안 ‘시카고’를 이끌어 오면서 단 한 번도 지겨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그는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뮤지컬이기에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건강과 에너지를 잃으면 안 돼요. 그러다 보니 컨디션 조절도 잘 해야 하고요. 이번에 배우로 서는 박칼린 선생님도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음악 감독으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하면 숨이 콱콱 막히거든요. ‘시카고’ 넘버가 박자를 쪼개놓은 탓에 모든 안무가 다리의 선이나 각이 정확한 박자에 제대로 맞아야 멋지거든요. 또 무엇보다 ‘내가 여기서 가장 빛날거야’라는 마음으로 서면 안 되는 무대인 것 같아요. 벨마가 록시를, 록시가 벨마를 비춰줘야 가장 아름다운 무대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벨마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바로 시그니처 넘버인 ‘올 댓 재즈’다. 무대 위에서만 적어도 500번은 불렀다는 ‘올 댓 재즈’ 장면은 최정원이 가장 가슴이 두근대는 넘버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 ‘재즈’ 음악을 많이 들었던, 쳇 베이커의 트럼펫 연주를 들으며 재즈 음악가가 되길 바랐던 그에게서 ‘올 댓 재즈’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음악이다.

“아마도 제 인생의 주제가일 것 같아요. 갈라콘서트 때 늘 오프닝 음악은 ‘올 댓 재즈’예요. 이 넘버를 부르며 가장 소름이 끼치는 때는 관객과 제가 말 그대로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에요. 작은 피아노소리에 제 모든 호흡이 들릴 때 관객들도 거기에 맞춰 호흡하실 때가 있거든요. 마치 파도 좋은 날에 서핑을 하는 것처럼 그 날은 대박이 나는 날이에요. 정말 기분이 좋죠.”

→베테랑 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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