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비와이에게

우리가 만난 게 딱 작년 이맘때네. 기독교인 힙합 뮤지션과 연속 인터뷰를 해 달라는 <뉴스앤조이>의 요청을 받고 제일 먼저 너를 떠올렸어. 누군가 "우리 교회 청년이 음원을 냈어요"라며 페이스북에 공유한 네 음악 'The Time Goes On'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클릭하고는 난 깜짝 놀랐어. 놀라운 랩 실력에 녹여낸 진실한 신앙고백에 감탄하여 주변에 들어보라고 권하고 다녔지. '쇼미더머니4'에 나왔을 때는, 얘가 바로 내가 말하던 친구라고, 나중에 크게 될 녀석이라고 설레발을 치고 다닌 기억이 나. 잘 했지만 아쉽게도 경연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언더그라운드 MC에 불과했지만, 나는 네가 우리 인터뷰의 섭외 1순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어.

만나보니 키가 생각보다 크더라고. 랩 잘하는 꼬맹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보니 그게 아니었어. 인터뷰 내내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열심과 하나님을 향한 확고한 신앙을 느낄 수 있었지. 기억나니? 인터뷰 도중에 전화벨이 울렸잖아. 네가 "응, 아빠"하고 전화를 받았지. 그때 아버지와 나누는 친근한 대화를 지켜보며 네가 참 따뜻한 가정에서 성장한 건실한 청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더라고.

작년 3월 비와이와 인터뷰 후. 뉴스앤조이 최유리

"목사님, 저 쇼미더머니에 또 나가요." 인터뷰 끝나고 홍대 뒷골목을 걸으며 이렇게 말했을 때, 내가 말렸지. 그럴 필요 없다고, 방송에 다시 안 나가도 훌륭한 뮤지션이 될 거라고 만류했지. 그런데 너는 경연에 출연했고, 결국 1위에 올랐어. 네 신앙고백을 담은 'Forever'와 'Day Day'가 음원 차트 1위를 찍었지. 기독교인은 물론 심지어 교회에 무관심하거나 반감을 갖던 대중도 직설적인 교회 용어가 빼곡한 네 가사를 따라 부르더라고. 온 동네 목사님들이 네 음악과 신앙을 설교 소재로 삼았고 심지어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님은 설교 중에 너의 랩을 따라하기도 했지. 그렇게 너는 교회를 넘어서 온 국민의 스타가 되었어.

그리고 1년이 지났네. 그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지. 방구석 래퍼 비와이가 성공한 랩 스타로 변신했네. 여러 편의 광고를 찍었고, 네 이름을 딴 핸드폰이 출시되기도 했지. 심심치 않게 공중파 방송에 등장했고 MBC '무한도전'에도 출연했더라. 힙합 본토 미국 가수와 콜라보도 했고 그리도 좋아하던 지드래곤과 함께 무대에 올랐지. 네가 부와 명예를 누렸지만 여전히 변치 않는 게 있다는 걸 나는 알아. 그것은 바로 너의 신앙이지.

비와이의 신앙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수상 소감에 잘 나타나더라고. 지난 22일 열린 어떤 시상식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는 걸 봤어.

"내가 어릴 적부터 꿈꿨던 것이 있다. 그것은 시상식에서 내가 진리라고 믿는 하나님의 말씀을 말하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내 음악과 신념을 비웃지만 나는 그것이 멋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그것을 말하겠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이 말씀은 내게 굉장히 큰 감동이다. 내가 감사드릴 분은 하나님뿐이다. 하나님의 역사 가운데 들어오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반응이 뜨거웠지. 요한복음 1장 1~3절을 담은 수상 소감 영상이 SNS에 계속 올랐어. 감동받은 기독교인들이 찬사의 댓글을 달고 너나 할 것 없이 공유했어. 무신론자와 반기독교인들에게 조롱당하던 기독교 메시지를 네가 공적으로 선포하니까 통쾌한 거지. 나도 그렇게 느꼈으니까. 그런데 말이지, 이상하게 내 가슴 한편이 시리더라고. 왠지 모르게 불편했어. 왜일까.

비와이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기독 청년인 것 같아. 물론 네가 추구하는 성공은 다른 힙합 뮤지션들과 많이 달라. 너는 다른 래퍼들처럼 값비싼 금 목걸이, 시계, 자동차, 신발을 자랑하지 않아. 현금을 흔들며 노골적으로 사치를 찬양하지 않지. 클럽에서 처음 만난 섹시한 여자들과 어울려 문란하게 놀지도 않고.

비와이는 돈보다는 명예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너는 힙합의 고향 미국에 진출해서, 10년 안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그래미상 수상자가 되는 꿈을 꾼다고 했어.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도 요한복음 말씀을 선포하겠지? 나는 너의 꿈에서 소위 모범적인 기독 청년의 모습이 보여. 자기의 종교적 신념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는 모습이 말이야.

비와이는 노래에서 자기 신앙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런데 잊지 말 것이 있어. 역사를 살펴보면 말이야, 자기의 종교적 주장에 충실한 신자들이 범한 끔찍한 범죄가 아주 많아. 예수를 죽이라고 소리친 유대인은 당시 종교 지도자를 잘 따르는 성실한 신앙인들이었어. 스데반을 죽인 사울도 독실한 유대 청년이었고. 기독교 역사상 최대 범죄라는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에도 신앙 깊은 청년들이 많이 참전했지. 우리나라를 보면, 1948년 제주도에서 양민을 학살한 '서북청년회'도 독실한 기독 청년들이었어. 지금도 일베에 기독 청년이 많고, 심지어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도 자기 신념에 가득 찬 모범적인 기독 청년들을 만날 수 있지.

비와이는 네가 자란 대형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 같아. 성실한 신앙인으로 살고 주변에 기독교를 전파하고 욕망을 절제하며 실력으로 인정받아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어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라고. 그동안 많은 교회들이 청년들에게 가르쳤고, 너는 그 길을 잘 따라 가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 안에 녹아 있는 번영신앙과 고지론의 독소를 식별하지 못하면 큰일이야. 거기에 중독되어서 지금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조롱당하고 있잖아?

생각해 봐. 예수께서 세상이 박수 치는 길로 가셨는지, 아니면 십자가 지고 고난의 길로 가셨는지. 성경에 예수 믿고 부자된 사람이 있나? 없지. 부자가 예수 믿고 자기 것을 버리고 순교의 길을 간 사람은 있어도 말이야. 하나님의 복은 단지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이뤄 가는 영원한 것이잖아? 네가 노래했듯이 말이야.

비와이는 어릴 적부터 꿈꿨던 것이 있다며 수상 소감으로 성경 말씀을 읊었다. 사진 출처 엠넷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알지? 그분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분이야.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그 후 부장검사, 검사장,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지금은 대통령권한대행의 자리에 올랐지. 최고가 된 것이지. 그리고 그분은 신실한 신앙인이야.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그 바쁜 와중에도 신학교를 졸업했어. 공직에 있으면서도 교회에서 전도사로서 계속 목회했지. 아직도 많은 교회들로부터 성공한 모범적 신앙인으로 추앙받는 인물이지.

그 모범적인 성공한 기독교인이 요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어. 최순실 국정농단, 세월호 7시간 은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뇌물 수수 등을 조사하라고 세운 특검의 기한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야. 대통령과 집권 여당 그리고 자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한 것이지. 나는 그분이 국가 공동체와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자기의 유익을 따라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중대한 죄를 범했다고 생각해. 성공한 독실한 기독교인이 그렇게 한 것이지.

내가 전에 사역했던 교회의 청년부 회장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그 친구는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한 친구였어. 취업 준비를 잘해서 대기업에 합격했지. 사람들은 모두 그 친구에게 하나님께 복 받았다고 칭찬하고 난리였어.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달랐어. 이렇게 말했지. "조심해라. 이제부터다"라고. 예상치 않은 반응이었는지 깜짝 놀라더라고. "지금 네가 대기업에 취직한 게 복인지 저주인지는 이제부터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 교만해져서 약한 사람을 업신여기면 그건 저주일 거야. 하지만 역사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며 소수자들을 섬기며 자기를 희생하면 그건 복일 거야." 비와이에게도 같은 말을 해 주고 싶어.

나는 비와이가 황교안이 되지 않기를 바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훌륭한 예술가의 길을 가되 자기 종교를 주장하는 데 매몰되지 않고 예수께서 가르치신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나라를 묵상하고 삶으로 실천하면서 사회악 때문에 고통당하는 약자의 눈물을 닦아 주고 같이 싸워 주면서 정의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널리 전하길 바라며, 잘못된 축복신앙과 번영신앙에 속아서 하나님의 영원한 복을 세속적인 성공과 동일시하지 않고 기꺼이 고난 속에서 십자가의 길을 가며 전파하는 비와이가 되기를 내 머릿속에 그, 리네.

남오성 / 주날개그늘교회 담임목사, 빅퍼즐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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