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화약고였던 그곳, 만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엽에 걸친 약 반세기 동안 일본은 중국 동북부를 ‘만주’라고 불렀다. 만주는 일본의 식민지였고 태평양전쟁 후,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만주사변 발발 이래, 중일전쟁 기간 동안 조선인과 중국인의 항일투쟁, 국공내전 기간 국민당과 공산당의 만주장악 경쟁, 한·중·일의 간도라는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 등. 이상의 역사적 사실은 중국사 그 자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을 터지만, 동아시아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가졌던 만주의 공간성을 적나라게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시간적으로도 한·중·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소련)가 만주지역에서 활동하던 역사적 시간성도 포함한다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엽까지의 만주는 동북아의 화약고였음에 분명하다.
이러한 면에서 ‘만주’는 현대 중국의 입장에서 복잡하고 기피해야할 감정이 담긴 말이다. 일본의 ‘만주’ 점령과 ‘만주국’ 건국이라는 식민지 억압에서 현대 중국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만주’라는 단어를 회피하며, ‘동북’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에게 ‘만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물론 한국에게의 ‘만주’와 일본에게의 ‘만주’ 의미를 병렬하여 동일한 차원에서 논하는 것은 옮지 않은 방법이나, 일본의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운동을 위한 기지로 만주를 택했던 한국에게 ‘만주’는 저항의 장소였다. 또한 일부의 조선인에게 만주는 출세의 지름길을 달릴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시대에 따른 중국의 대조선인 정책 변화의 중심지였고, 일본의 ‘앞잡이’라는 ‘누명’까지 덧씌워져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도를 중심으로 삶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장소였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만주는 ‘대일본제국’의 영역을 확장하여 제국의 영토를 개척해 나갔던 ‘영광의 땅’이자 세계정복의 야욕을 불태우며 동아시아의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곳이다. 19세기 후반 서구열강의 아시아 침략과 지배 가운데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쳐 일본의 대륙 거점이 된 만주는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일본 본토와는 다른 역사를 걷게 되었다. 일본이 만주를 경영한 중핵의 하나는 고토 신페이[後藤新平]가 초대 총재를 지낸 ‘만철(남만주철도)’이었다. 그러나 세계 1차 대전 후의 세계사적 상황의 변화와 민족주의의 고양에 따라 만주 경영의 주도권은 점차 관동군으로 전이되었고, 일본은 만주국을 건국하여 만주국을 기점으로 중국 내부를 한층 더 침략하였다.
일본에게 ‘만주’는 어떤 의미인가? 또 일본은 ‘만주’에게 무엇이었는가? (소명출판, 2013)는 21세기의 현재에서, 당시 국제정세에서 전후 동아시아까지의 시야로 세계사 가운데 ‘만주’라는 장(場)이 가진 의미를 물어야 한다.
포괄적 접근을 통한 만주 길잡이서
이 책은 일본의 후지와라쇼텐편집부(藤原書店編集部)가 편집한 (藤原書店, 2006)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만주가 어떤 지역이었으며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가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토한 만주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만주의 의미에서부터 시작하여 만주를 둘러싼 중국·일본·러시아·몽골·한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만주와 어떻게 관련지어져 있는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으며, 만주가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만주에 대한 역사적 관심뿐만 아니라 건축, 영화, 사진, 의학, 문학 등에 표출된 만주 및 만주국상을 그렸으며, 개인과 집단의 만주관을 적절히 규명하여 만주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만주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만주 관련 연구논문과 회고록까지 포괄하며,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역자인 박선영 교수는 이 책을 만주에 관한 ‘뷔페’라고도 비유한다. 세계적으로 만주연구가 많은 국가 중의 하나인 일본에서도 이 책이 만주를 종합적으로 바라본 최초의 저서이다.
이 책에서는 먼저 전통적으로 만주가 간직한 의미와 만주를 둘러싼 역사를 살펴본다. 그 후, 만주에서의 일본 활동 등을 추적하고 있는데, 만주국을 중심으로 건축, 신문, 사진, 관광, 의학, 경제 등 다각적 접근과 일본의 만주 활동에서 빠질 수 없는 만철에 대한 세밀한 고찰이 흥미롭다. 또한 당시의 만주가 여러 문화들이 충돌하여 중첩, 창출되던 선진지역이었음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당시 중국에게 만주가 가졌던 의미와 문제, 그 밖의 주변지역에게 만주가 갖는 의미도 다루고 있다. 그 속에는 조선민족과 만주와의 관계 역시 이주와 분단의 문제로 다루어진다. 이 책은 사상, 역사, 시대, 만주에 뒤엉킨 사람들의 이야기도 싣고 있다.
이 책은 원래 (10호, 藤原書店, 2002.7)이라는 잡지에서 만주를 총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구상한 것이었다. 독자들의 성원과 주문이 쏟아져서 잡지가 매진되어도 계속 주문 요청이 줄을 잇자 그 성원에 힘입어 책으로 묶어서 2006년에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곳에는 사진 자료를 추가하였다. 원서의 총제적 접근과 더불어 한국 독자를 위한 풍부한 시각 자료가 곳곳에 더해지며, 더욱 풍성한 책이 완성되어 한국에 소개된 것이다.
역사가 배어 있는 땅, 앞으로의 만주란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만주상을 다룬 것이지만, 한국에서 만주 및 만주국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만주국이 와해될 때까지 만주로 이주한 한인들이 200만 명에 달했고, 그들 중 대부분은 해방 후에도 삶의 터전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곳에 남았다. 그들이 현재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朝鮮族)이다. 조선족은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인들의 중국 진출에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였으며, 한·중간 경제적·문화적 교류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냉랭할 대로 냉랭한 요즘에는 중국과의 관계 유지에 만주지역에 근거한 조선족들의 존재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만주는 청조 말기부터 한인들에게 경제적 삶의 터전과 동시에 항일투쟁의 근거지가 되었으며, 해방 후도 조선족들의 활동 중심지가 되었다. 또한 향후의 남북관계에서도 그 역할이 적지 않을 것임을 감안할 때, 만주는 더욱 연구해야할 가치가 있는 공간이며, 역사적·문화적·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만주와 불가분의 역사를 지닌 한국에서 과연 만주가 어떤 의미였는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만주는 무엇이며 역사 속의 만주,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만주가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좀 더 심도 있게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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