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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해돋이와 구름바다의 파노라마, 옥천 용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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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여행

우리 속담에 '베주머니에 의송 들었다'는 말이 있다. 보기에는 허름한 베주머니지만 그 속에 기밀한 서류가 들었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물건이 겉으로 보아서는 허름하고 못난 듯하나 실상은 비범한 가치와 훌륭한 자질을 지녔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충북 옥천의 용암사가 바로 그러하다. 사찰이 지닌 모양새는 평범하다. 그러나 이른 새벽 짙은 구름에 휩싸인 산봉우리 위로 펼쳐지는 장엄한 일출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한 풍경이다. CNN이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용암사를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용암사 범종각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CNN이 선정한 한국의 절경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과 구세군 종소리가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가 사는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12월은 1년을 정리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추스르지 못한 계획에 대한 미련과 그 위로 꿈틀거리는 무엇을 취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각오로. 하지만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산에 올라 넓은 세상을 바라보자. 그리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마주하며 우리의 깊고 깊은 삶 앞에 무거워진 어깨를 활짝 펴자.

용암사를 찾아가는 시간은 세상이 어둠에 잠겨 있을 때다. 부지런히 산을 올라 대웅전 마당이나 마애불 앞에 터를 잡고 기다려야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과 조우할 기회를 갖게 된다. 산을 오른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승용차로 절 앞까지 편안히 갈 수 있다.

요즘 해 뜨는 시각은 오전 7시 30분 전후. 맑은 날 새벽 용암사에서 바라본 옥천은 짙은 구름에 휩싸여 있다. 그 사이로 화려한 붉은 빛이 세상을 덮는다. 빛은 거대한 파도처럼 먼 지평선까지 유난히 밝은 빛을 쏘아 보낸다. 마치 희망 없는 지옥에 환한 빛줄기가 내려오는 듯하다. 해는 글라디올러스가 피어나듯 처음엔 천천히, 차차 빠르게 화려한 주황빛으로 물든다. 마치 화공의 신묘한 붓질처럼.

밝아오는 새벽하늘의 아름다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불그스름함은 황홀함의 절정이며, 그 광대무변에 유유히 떠다니는 목화솜 같은 구름은 천상의 하늘을 보여준다.

해 뜨기 전 대웅전 처마 밑으로 보이는 옥천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기도 효험이 높은 도량

해가 세상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면 어둠 속에 가려졌던 용암사도 실체를 드러낸다. 가파른 산세를 따라 전각이 계단식으로 하나 둘씩 들어서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로 신라 진흥왕 13년(552)에 창건되었다는 고찰이다. 창건주는 천축에 갔다가 귀국한 의신이다. 절 이름은 경내에 있는 용처럼 생긴 바위에서 유래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용바위에서 서라벌이 있는 남쪽 하늘을 보며 통곡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사찰은 근래에 새로 지어졌다. 임진왜란 때 병화로 폐허가 되었다는 설이 있어 오랫동안 복구되지 못한 채 흔적만 남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파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건 이후 중수·중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절의 역사를 논하는 것도 어렵다. 다만 고려시대 양식의 석탑과 마애불상이 남아 있어 고려시대에는 법통이 이어져왔을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경내 전각으로는 대웅전, 천불전, 산신각, 용왕각, 요사채, 범종각 등이 있다. 대웅전 안을 들여다보면 아미타여래를 주존으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의 삼존상이 봉안되어 있다. 불상에 고졸한 멋이 없으니 시선은 잠깐 머물 뿐이다. 반면 탱화에는 눈길이 간다. 5점의 탱화가 있는데, 그중 화법이 정교한 후불탱화와 고종 14년(1877)에 조성된 불교의 호법신을 묘사한 신중탱화는 문화재적인 가치가 엿보인다.

대웅전 뒤에는 천불전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천불전은 누구든지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근본 사상을 상징하는 전각이다. 천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삼세불을 중심으로 좌우, 뒷면에 작은부처가 빼곡하게 앉아 있다. 천불전 뒤로도 계단이 이어진다. 마애불로 가는 길이다.

산신각을 지나면 마애불이 모습을 드러낸다. 3m 높이의 마애불은 연화대좌 위에 발을 좌우로 벌려 서 있는 모습이다. 눈은 가늘고 길며, 입은 작고, 코는 도드라져 있다. 미소를 띠고 있지만 형식적인 면이 보인다. 어깨는 넓고, 팔은 다소 길게 표현되었다. 신라 조각이 형식적으로 변해가던 고려 초기 또는 중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인상적인 것은 마애불이 붉은빛을 띠고 있는 점이다. 암벽의 본래 빛깔이 붉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 붉은 물감으로 칠을 한 것이다.

마의태자가 신라 멸망을 통탄하며 유랑하던 중에 이곳에 머물다가 떠나자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조성했다 하여 마의태자상이라고도 한다. 마애불은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이 있다고 해서 기도하러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용암사 대웅전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천불전 가는 계단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계단 난간에 놓인 동자승 인형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천불전 불상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산신각에서 바라본 천불전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붉은 물감으로 칠해진 마애불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마애불 앞에서 기도하는 관람객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산천비보사상을 담은 쌍삼층석탑

대웅전에서 왼편으로 요사채를 지나 탑봉에 오르면 자연 암반 위에 조성된 고려시대 삼층석탑 2기를 만나게 된다. 용암사 쌍삼층석탑(보물 제1338호)이다. 나란히 마주하고 서 있어 쌍삼층석탑이라 부른다. 두 탑은 상륜부의 모습만 다를 뿐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기단 위에 놓인 3층 탑신이 체감률이 적어 안정감이 떨어진다. 각 부의 양식과 석재의 결구 수법도 매우 간략화한 양식을 보인다.

동탑이 4.3m로 4.13m인 서탑보다 조금 크다. 가만히 살펴보면 서탑이 동탑보다 이끼도 적고 깨끗함을 알 수 있다. 2층과 3층 탑신부의 몸돌이 결실되어 새로이 보충해놓은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석탑이 대웅전 앞이 아닌 사찰의 북쪽 낮은 봉우리에 세워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자연 지형의 보완이나 강한 기운에 대한 조화와 균형으로 이상적인 터를 조성한다는 산천비보사상에 따라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 산천비보사상에 따라 건립된 석탑 중 유일한 쌍탑이다.

용암사 쌍삼층석탑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나란히 서 있는 동·서 삼층석탑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쌍삼층석탑과 용암사 전각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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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정보는 2013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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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용암사 전경

옥천 용암사 전경 1997년 이전에 촬영한 용암사의 모습이다.

이미지 갤러리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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