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박인혜는 부지런하고 명석하고 헌신적이다. 아이 넷을 양육면서도 건강한 시민으로서 사회활동도 철저히 해온 인물이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한 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시민으로서, 가정과 인천이라는 지역사회, 나아가 여성 일반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는지를 알게 한다. 이 책은 여성운동이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전 지역사회를 살리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당신 멋져
제 인생 3막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1막에서는 학생운동, 2막에서는 여성운동을 하며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한 길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돌연 정치라는 3막의 기회가 제게 다가왔고 저는 선택했습니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서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저의 새로운 삶의 길을 바라봅니다. 그 길이 지금은 희미하지만 곧 분명해질 것입니다. 이 길을 여러분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이 책은 제가 여성운동하면서 쓴 글들 중에서 컬럼이나 시론, 설교문, 주례사 등을 추린 것입니다. 그래서 주제나 형식이 다양하고, 90년대에 쓴 오래된 글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글들은 제가 가진 가치나 철학, 관심사, 비전 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비전은 제 인생 3막에서도 여전히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유효한 글들입니다. 그 비전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이 책의 제목인 ‘당신 멋져’입니다.
‘당신 멋져’
당당하고,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 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즐겨 쓰는 구호이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애용되기도 하는 말입니다. 서로 마주보고 ‘당신 멋져’ 하고 외쳐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릅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랍니다. 당당하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굴욕적이게 만들고 포기하게 하거나 좌절하게 만드는 사회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신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놀고, 신나게 사랑하고…. 신이 나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창의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에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하겠지요.
저는 모두가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숭을 떨기 보다 꼴값을 떠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사람마다 가진 저마다의 ‘꼴의 가치’가 다 발현되고 인정받는다면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 멋진 사람들로 가득 찰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당하고 신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이 멋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서로 져주며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무한경쟁사회의 벼랑 끝으로 내몰려 낙오자는 죽음을 강요당하는 사회. 사랑, 돌봄, 나눔, 헌신, 공동체…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잃어버린 희망이 아닐까요? 이 희망을 살려낼 방법은 바로 멋진 사람들이 나서서 경쟁을 중지하고 서로 져주는 것입니다. 서로 져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당당하고 신나게 사는 멋진 사람들이 함께 져주며 사는 나라, 함께 만들어 보지 않으실래요?
당신 멋져!
2011. 12. 24 크리스마스 이브에
박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