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현장은 난리, 정부는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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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7.09. 오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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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유발 물질을 함유한 혈압약 파동으로 병원과 약국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사진은 9일 오후 부산 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처방약을 구입하고 있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속보=고혈압 치료제에 발암 가능 물질이 함유된 원료(발사르탄)가 포함됐을 가능성(본보 지난 9일 자 1면 보도)이 주말에 알려진 뒤 한 주가 시작되자 의료 현장에선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넘쳐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별다른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약국과 병원은 환자 대응에 진땀을 쏟고 있었다.

9일 부산 서구 토성동 부산대병원 앞 한 약국에는 오전 동안에만 수십 통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고혈압약을 지어간 환자들이 본인 약에 문제의 원료가 들어있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 오전 내내 약국 관계자는 혈압약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들에게 중국산 발사르탄 성분 포함 여부를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약국에서 약을 짓고 나온 김 모(78) 씨는 "다행히 내 약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내 약에는 발사르탄 없나"
약국·병원마다 문의 빗발
식약처·행정기관은 소극적
104개 제품, 판매 중지 해제


수영구의 한 내과에는 병원 문 열기가 무섭게 의사 상담을 요청하는 환자가 몰려들었다. 대부분이 혈압약 교체를 요청하거나, 그동안 먹은 약이 괜찮은지 등을 묻는 환자들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내원 환자뿐 아니라 문의 전화가 수십 통씩 걸려와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다"고 말했다. 이 병원 원장은 "식약처는 제대로 조사도 안 한 채 무책임하게 발표만 해놓고 대응책도 안 내려주니 병원은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혈압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대병원은 안내 방송을 통해 "해당 원료를 사용한 약을 처방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내용을 몇 번이나 환자들에게 알렸다. 외래센터 접수대에도 안내판을 걸어 환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애썼다.

이처럼 의료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지만, 식약처와 행정기관은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부산시는 식약처 조사 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예방적 차원에서 판매 중지 조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 문제 소지가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독자적인 대응책을 만들기보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식약처가 해당 원료의 사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주말 일방적으로 판매 중지를 발표해 국민 불안감만 키웠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 '제지앙화하이'사 발사르탄의 국내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최근 3년간 발사르탄 총 제조·수입량(48만 4682㎏) 중 화하이 발사르탄은 2.8%(1만 3770㎏)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7일 219개 고혈압 치료약의 판매·제조·수입 중지 조치를 내린 식약처는 이틀 만인 9일 104개 의약품은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다.

이대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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