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예방할 등급제도 나왔다

서울시 도로함몰 예방제도 선보여

지난 달 8일 오전 5시 일본 후쿠오카시에서는 일부 도로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도로에 생긴 함몰부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길이 30m, 폭 27m의 거대한 웅덩이로 바뀌었다.

일본의 사례지만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도로가 함몰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는데,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크고 작은 도로 함몰 현상이 서울시의 경우만 4천 3백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발생한 대형 도로함몰 현상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발생한 대형 도로함몰 현상 ⓒ 연합뉴스

일명 ‘도로 꺼짐 현상’으로도 불리는 도로 함몰 현상은 그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한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로 땅에 묻힌 낡은 하수관에서 새어나온 물이 도로 밑의 흙을 무너뜨리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을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인데, 최근 서울시가 ‘예측은 못해도 예방은 할 수 있다’는 명제 아래 도로 함몰 예방과 관련된 제도를 선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서울형 동공관리등급제’의 도입이다.

도로함몰 사고 예방을 위한 취지의 제도

‘서울형 동공관리등급제’는 탐사를 통해 밝혀낸 동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도로함몰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동공의 상태에 따라 도로를 ‘긴급 복구’와 ‘우선 복구’, 그리고 ‘일반 복구’ 및 ‘관찰 대상’으로 세분화하여 정밀하게 관리하는 제도다.

도로의 세분화에 대한 기준은 아스팔트의 포장 두께와 동공의 토피다. 토피란 동공 상부의 지반 두께를 가리킨다.

긴급복구 대상은 아스팔트 포장 두께가 10cm 미만이고, 동공 토피가 20cm 미만인 도로에 해당된다. 함몰될 가능성이 높은 동공으로서, 탐사 중에 이 같은 동공이 확인되면 4시간 이내에 복구를 해야만 한다.

또한 우선복구 대상은 아스팔트 포장 두께가 10~20cm이고, 동공 토피가 20~30cm이거나 동공의 폭이 1.5m 이상인 도로다. 돌발성 강우 등 함몰 가능조건을 만날 경우 함몰 위험성이 높은 도로로서 신속한 조치를 통해 복구를 해야 한다.

서울에서 발생한 월별 도로함몰 발생 추이 ⓒ 서울시

서울에서 발생한 월별 도로함몰 발생 추이 ⓒ 서울시

이어서 일반복구는 아스팔트 포장 두께가 20~30cm이고, 동공 토피가 30~40cm인 도로를 대상으로 한다. 일정기간 동공이 추가로 확대되면 함몰될 가능성이 있는 동공으로서, 이런 곳은 장마철 이전까지 복구를 해야 한다.

반면에 관찰대상인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 두께가 30㎝ 이상이고, 동공의 토피가 40㎝ 이상이거나 동공의 폭이 80cm 미만인 곳이다. 이런 장소의 동공은 함몰될 위험이 없는 곳으로 판단하지만, 일정기간 관찰 후 반복탐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다면 서울형 동공관리등급제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어떻게 동공을 관리했을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까지는 일본이 사용하고 있는 동공 관리등급제를 인용하여 사용해 왔다. 일본의 동공관리등급은 동공의 폭과 토피에 따라 ‘우선 복구’와 ‘장마철 이전 복구’, 그리고 ‘일정기간 관찰 후 복구’ 등 초 3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아무래도 일본보다 나중에 도입된 만큼 서울형 동공관리등급제는 일본의 등급제도보다 도로상태에 대한 평가 요인이 더 많다. 가령 일본의 관리등급이 동공의 토피와 폭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 서울형 동공관리등급제는 아스팔트 상태까지 고려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도로함몰 예방 시스템

동공관리등급제의 도입과 함께 서울시가 도로함몰 예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방안으로는 ‘도로함몰 예방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지난 7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도로함몰 관리시스템’과 지난 2014년 5월에 도입한 ‘포트홀 실시간 신고시스템’, 그리고 2014년 12월에 도입된 ‘동공탐사기술 시스템’ 등 총 세 가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선 ‘도로함몰 관리시스템’은 서울시가 과거에 발견했던 서울 전역의 동공정보와 그동안 발생됐던 도로함몰 등의 빅데이터를 디지털 지도로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지하매설물의 노후화 정보와 굴착복구 정보 같은 관련 정보도 연계되어 있다.

포트홀 실시간 신고시스템이 탑재된 버스와 동공탐사 ⓒ 서울시

포트홀 실시간 신고시스템이 탑재된 버스와 동공탐사 ⓒ 서울시

다음으로 ‘포트홀 실시간 신고시스템’은 서울 전역을 달리는 431대의 택시와 125대의 간선버스에 탑재되어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2년간 총 1만 8435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후속조치를 취하는 성과도 거뒀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1만 8천여 건의 신고 중에는 28건의 도로함몰 신고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히며 “포트홀 실시간 신고시스템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용하여 도로함몰 복구에 신속성을 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동공탐사기술 시스템의 경우는 파손과 보수가 반복되는 기존 도로관리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동공을 관리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자체 기술이 부족하여 2014년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기술을 수입하여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했다.

현재는 2018년까지 탐사기술을 국산화한다는 목표로 서울시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간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의 도로환경에 맞는 동공 분석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세종대와의 협업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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