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퇴임 5년 만에 피의자로…영욕의 'MB 인생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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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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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 상황을 다뤄봤지만요, 대기업 평사원에서 시작해서 권력의 정점까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이 전 대통령은 끝내 검찰 포토라인에 선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죠. 오늘(14일) 청와대 발제에서는 롤러코스터보다 더 굴곡졌던 이 전 대통령의 영욕사를 되돌아보고, 또 검찰 조사 속보도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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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TV 광고

'MB' 인생극장

1941년 일본 오사카, 훗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한 소년이 태어납니다. 누구보다 가난했기에 고등학교 때는 뻥튀기 장사를, 대학교 때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등록금을 벌었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2008년 7월 11일) : 국민들도 각자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아끼고, 생활 속에서 절약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2012년 11월 26일/ 화면 출처 : PresidentMBLee) : 저는 오늘부터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벗고 안에는 내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학생운동과 복역 생활, 하지만 샐러리맨이 된 그는 말 그대로 신화를 썼습니다. 현대건설에 입사해 5년 만에 임원을 달고 무려 35 나이로 사장에 오릅니다. 현장 근무시절, 폭도들의 습격을 받고도 금고를 품에 놓지 않은 일화는 전설처럼 회자되지요.

[이명박/당시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 (2007년 8월 14일) : 제가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여러분 제 삶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

신화를 등에 업은 MB, 1992년 화려한 정계 입문에 성공. 그 후,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정점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죠. 당내 경선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 박근혜 후보와의 진흙탕 싸움이 불가피했습니다.

[이명박/당시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 (2007년 8월 17일) : 뭐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BBK와 도곡동땅 논란도 파죽지세인 그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500만이 넘는 압도적 표차로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취임식 (2008년 2월 25일) :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자방과 고소영, 강부자가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표적수사 논란 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불행한 일도 일어났습니다. 퇴임 후에는 해외순방과 재단활동 그리고 테니스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 같던 MB. 아킬레스건인 BBK가 다스가 끝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국정원 특활비 유용과 뇌물수수 의혹도 더해졌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1월 17일) :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 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 달라…]

최측근 집사마저 등을 돌린 지금, 남은 것은 20여개의 혐의와 검찰 조사 뿐입니다. 한때는 신화의 주인공이었지만 지금 그의 신분은 '피의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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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서는 나를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러나 밖에서만 신화일 뿐, 안에서는 겹겹이 위기와 도전으로 둘러싸인 냉혹한 현실이다. 나는 정면돌파를 시도했고, 사람들은 그걸 신화라 불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서 '신화는 없다'의 한 구절입니다. 자신의 성공은 신화가 아닌 악착같은 노력의 결과라는 거죠.

하지만 오늘, 또 다른 의미에서 '신화'는 사라졌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5번째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과거 두 차례 사법처리된 적이 있습니다. 고려대 재학시절, 박정희 정부의 한일회담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고, '소요죄' 혐의로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1996년, 15대 총선때는 당시 노무현 후보를 물리치고,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죠. 그런데 기쁨도 잠시, '측근의 배신'이 발목을 잡습니다. 캠프 비서관 김 모 씨가 "법정 선거비용 한도를 초과했다"고 폭로했고, 결국 선거법 위반이 확정돼 미국으로 쫓기듯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돌아선 측근들의 증언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특히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돌아선 것은 정말 뼈아픈 대목이었죠. 가신과 집사로서, 누구보다 치부를 잘 아는 이들이 검찰에 협조하면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김백준/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2009년 11월 12일) : 저희 대통령실 살림살이는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짠다는 그런 각오로 하고 있고요.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마는 어떻게 규모 있게 사는가, 해서 제 별명이 왕소금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전 재산을 헌납하고 집 한 채만으로 살겠다."라고 했었고, 지금도 측근들은 "무일푼이라 변호사 선임도 제대로 못한다."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BBK에서 자기 돈은 다 찾아갔고, 소송비용 마저 대납시켰다. 다스를 비롯해 전국에 차명부동산이 무더기로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연 진실은 뭘까요.

[이명박/당시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 (2007년 8월 16일) :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도곡동 땅 하늘이 두 쪽 나도 제 땅은 아닙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 이상 무슨 표현이 필요합니까?]

어찌됐든 검찰 포토라인에 선 전직 대통령이 한 명 더 늘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오늘 청와대 발제는 한때 MB의 측근에서 이제는 저격수로 돌아선 정두언 전 의원의 발언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정두언/전 의원 (1월 18일) : 저는 종쳤다고 봐요, MB는 종쳤다.]

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포토라인 선 MB, '신화는 없다' > 입니다.

신혜원(si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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