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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시니어벤져스'의 유쾌한 도발 "우리에게 도끼와 권총을 달라"


연기 경력만 도합 '207년'이다. 이들이 힘을 합치니 '시니어벤져스'(시니어+어벤져스)라고 불린다. 배우 신구(82), 박인환(73), 임현식(73), 윤덕용(76)이 영화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 제작 영화사김치)를 통해 '연륜'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극 속에서 누군가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아닌 주체로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이 반갑다. 본격 시니어 영화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발걸음이 의미 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비밥바룰라'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네 사람이 가슴 속에만 담아뒀던 인생의 소망과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 노년의 우정과 사랑, 가족애를 풀어낸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이 일품이다.

'비밥바룰라' 인터뷰차 신구 박인환 임현식 윤덕용이 한 자리에 모였다. 노란색, 주황색, 줄무늬 티셔츠로 한껏 치장한 이들이 "기자들 만난다고 예쁘게 하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자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가는귀가 먹었다"는 스스럼없는 '디스'는 물론, "혼술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라며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까지 이해하는 시니어벤져스와의 '수다'는 유쾌하고 즐거웠다. 이들이 풀어낸 건강관리부터 실버 영화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노년 배우의 삶.


Q: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실버 영화'라서 더욱 반가웠다.
박인환: 얼마 전에 아내와 '범죄도시'를 봤는데, 충격을 받았다. 너무 자극적이더라. 요즘은 고령 인구가 많다. 약도 좋아져서 70~80살은 흔하다. 시간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영화는 다양해야 된다고 본다. 나이가 드니까 따뜻하고 편한 게 좋다. 착하고 사람 냄새 나는 작품들도 만들어야한다.
임현식: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100만 정도가 든다면 노인 영화가 자주 나올 거라고 하더라. 이렇게라도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들의 바람이다. 좋은 반응을 일으켜 한류 붐까지 일으켰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범죄도시'처럼) 도끼와 권총을 달라!

Q: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박인환: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 일주일에 2~3번 테니스를 친다. 운동장을 걷고, 운동장 옆 공원에서 노인들이 하는 운동기구도 한다. 술도 열심히 마신다. 하하.
임현식: 많이 걷는다. 운동은 잘 하지 않는다. 잊어버리기도 하고. 고정적인 운동은 없는데 건강이 떨어지면 술로 채운다.(웃음)
신구: 부모님한테 고맙다. 타고난 것이 있다. 내 나름대로 꾸준히 걸으면서 환경에 맞는 운동을 한다. 테니스도 치고, 양재천도 자주 걷는다.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땀이 촉촉하게 흐른다.
윤덕용: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제일 좋은 건강관리법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더라. 젊었을 때는 동료가 나보다 좋은 배역을 차지하면 질투도 내고, 시기도 했다. 그런데 욕심을 버리니까 건강한 거 같다.


Q: 술은 빠지지 않은 것 같다.
박인환 : 난 좀 마신다.(웃음)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캔이 딱 좋다. 술 파트너가 좋으면 한 병 마실 거 두 병도 마신다. 흥분하고 떠들다보면 술이 들어간다.
신구: 주량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소주 한 병이면 좋다. 난 매일 마신다. 혼자서도 많이 마신다. 술 먹자고 친구들을 불러내도 잘 안 나온다. 모여서 술 마시기가 힘들다.
임현식: 혼자서 외롭게 술을 마신다고?
신구: 뭐가 외로워. 요즘 혼술을 얼마나 많이들 하는데. 편하고 좋다. 의기투합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술을 마시자고 건강 때문인지 잘 나오지 않는다.

Q: 연기경력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이 있다면?
신구: 나이가 들수록 젊은 역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공이나 원숙해지는 맛은 있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얘기할 수 없다. 박근형은 젊었을 때 잘나가는 주인공이었다. 지금은 풍부하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Q: 배우로서의 원동력은?
박인환: 한 가지만 짚어서 이야기할 수 없다. 건강, 성실함 등 여러 가지가 종합해서 지금까지 있을 수 있었던 거 같다.


Q: 극 속에서처럼 실제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임현식: 노인 영화가 잘 되려면 여자 노인들을 키워야 할 것이다.(일동 웃음) 내가 거느리고 있는 4~5명 정도가 있다. 그 조합으로 (영화를)만들어 볼까한다.
신구: 영화나 그렇지 TV에서는 남자 노인 역이 더 없다. 요즘 강부자가 뜸한 거 같은데, 김용옥 김혜옥 나문희 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남자 노인네가 나오는 드라마가 많지 않다.

Q: 왜 그런 것 같은가?
박인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할머니들은 가정에서 역할이 있다. 손자나 손녀들을 봐주거나, 집안 청소라도 도와준다. 할아버지들은 백해무익하다. 밥 때 되면 밥 차려줘야된다. 세탁기를 돌릴 줄도 모르도 애도 돌볼 줄 모른다. 완전히 천덕꾸러기가 됐다.
신구: 여자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사극이나 시대극보다 가족드라마가 대세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쓰임새가 없어졌다.
박인환: 그런 점에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행운아다. 영화에 변두리 역할이 아니라 중심축이 되는 인물들을 맡지 않았나.
임현식: 영화를 하나 만들고 싶다. 할아버지가 새벽 5시에 일어나 식구들 깨우고, 음식이나 설거지까지 싹 다 해놓는 거다. 집안일을 머슴처럼 하는데, 거기에 대해 서글픔을 느끼지 않는 거지. 죽어도 '이 행주를 놓지 않고 죽겠다'는 신념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15분짜리 단편을 만들고 싶다. 하하.


Q: 연기를 한 걸 후회한 순간은 없나?
신구: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이것 말고는 아는 게 없어서 후회는 안 한다. 만약 다른 걸 했다면 뭘 했을지 상상도 못하겠다.
임현식: 요즘 젊은 배우들을 보면 나 젊었을 때처럼 붕 떠서 불안한 듯한 친구도 있고, 좋은 친구들도 있다.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것 같다. 재밌었다. 술도 많이 먹고 아무렇게나 하는 것처럼 보여도 엄청 노력했다. 차 안이나 화장실에서 대본이 걸레가 되도록 들고 다니면서 외웠다. 안보더라도 들고는 다녔다.
박인환: 연극하다가 드라마와 영화를 했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 만족한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것이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한다. 화려하지 않았다. 환경도 안 좋았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일도 나이가 들어서 더 많아졌다. 타고난 조건이 좋아서 스타가 된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 분야에서 10년은 고생하고 닦아야 하더라.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다.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친구들을 보면 10년을 갈고 닦더라. 거기서 고생한 것이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나 표현에서 드러난다. 고생을 하면 소중함을 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영화사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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