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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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 저자
    루이지 피란델로
  • 번역
    김효정
  • 출판
    최측의농간
  • 발행
    2018.03.30.
책 소개
1999년, 국내 최초로 원전 완역된 바 있는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의 전면개정판. 피란델로는 이 작품을 두고 자신의 작품세계의 총체적인 면모가 들어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최측의농간에서 19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여 전면개정판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피란델로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그의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출간을 위해 옮긴이는 1999년판의 원고 전체를 새롭게 전면 검토하여 다수 교정하고 교열하였으며 우리말로는 다소 딱딱하고 어색하더라도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통해 피란델로 글쓰기의 형식적 면모 또한 가능한 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책 정보

책 정보

  • 카테고리
    기타 국가 소설
  • 쪽수/무게/크기
    252214g121*189*17mm
  • ISBN
    9791188672035

책 소개

1999년, 국내 최초로 원전 완역된 바 있는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의 전면개정판. 피란델로는 이 작품을 두고 자신의 작품세계의 총체적인 면모가 들어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최측의농간에서 19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여 전면개정판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피란델로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그의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출간을 위해 옮긴이는 1999년판의 원고 전체를 새롭게 전면 검토하여 다수 교정하고 교열하였으며 우리말로는 다소 딱딱하고 어색하더라도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통해 피란델로 글쓰기의 형식적 면모 또한 가능한 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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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무도 거울 앞에서 살아있을 수 없어요

루이지 피란델로 소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2018, 최측의농간)

지금까지 나라고 믿었던 내가 남들에겐 내가 아니었다면, 나는 누구였을까?
본문에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그는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 나름의 만족감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의 코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는 잘생긴 코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의 믿음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뭐해?" 평소와 달리 거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내가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별건 아닌데, 여기를 좀 봐. 이쪽 콧구멍을 보라고. 누르면 약간 아파."
아내는 웃으며 대답했다.
"휜 쪽을 보고 있군."
나는 누군가에게 꼬리를 밟힌 개처럼 몸을 돌렸다.
"휘었다고? 이쪽으로? 코가?"
그러나 아내는 조용하게,
"그래, 자기. 잘 봐. 오른쪽으로 기울었어."
본문에서

이날의 대화는 우리의 주인공 비탄젤로 모스카르다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스스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휜 코를 달고 28년을 살아왔던 모스카르다. 아무 생각 없이 나누었던 아내와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생에 처음으로 자신의 코가 약간 휘어있음을 발견한 모스카르다는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이 살아왔거나 믿어왔던 현실을 전면적으로 다시 숙고해보기 시작한다. 자신의 모습과 더불어 자신의 현실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불분명해지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은 그러므로 그의 현실 그 자체다.
보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타인의 숫자만큼 분열되고 변주되는 자신의 모습-혹은 ‘모스카르다’라 불리는 주체의 면모-을 인식하기 시작한 그가 발견하기 시작하는 스스로의 욕망을.

고독은 결코 당신들과 함께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없고, 또 이방인과 함께 있을 때만 고독이 찾아오는 법이다.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해서 불확실한 고통으로 당황할 때, 또 생판 낯선 곳에 있거나 낯선 사람이 옆에 있을 때, 고독은 찾아온다. …(중략)… 그런 식으로 난 혼자 있고 싶었다. 나 없이. 내가 이미 알고 있거나 안다고 믿었던 그런 내가 없이. 오로지 그 옆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떤 이방인과 함께.
본문에서

무너져 내리는 현실 속 그가 보이기 시작했던 분열증적 광기는 이미 당대로부터 우리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하나의 상징적 징후처럼 보인다. 몰락하는 자의 숨결을 닮은 그 징후는 우리들, “언제나 타인들의 시선에 놀라는 야위고 불쌍한” 자들의 분열증적 모습을 닮아 있다.
이처럼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는 작품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비극적 삶의 경험과 당대 사람들의 위기의식에 대한 자각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스스로도 “이 소설에는 내가 했던 모든 것의 완벽한 종합과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의 원천이 들어 있다.”고 언급하였듯, 끊임없이 새로운 문학 실험을 통해 당대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그가 15년 동안 구상했다고 전하는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을 통해 우리는 피란델로 문학 활동의 총체적 결산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만나게 된다.

피란델로 월드로의 초대

희곡, 시, 장편 및 단편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는 서구권에서의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못한 작가다. 경제적인 어려움,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아들이 포로가 된 사건, 딸의 자살 시도, 정신이상 판정을 받은 아내의 광기와 함께 했던 나날 등 일련의 극적인 사건들이 그의 작품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더불어 그는 전후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 급격한 산업화 및 도시화의 현실과 더불어 무겁고 우울했던 당대의 분위기 속에서 위기의식을 느끼던 사람들의 소외와 불안을 명확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예술론을 피력하면서“생각건대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이다. 왜,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그 욕망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우리는 하나의 현실을(저마다 다른 현실을 각자 하나씩) 창조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려는 욕망을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따금 이 현실이 헛되고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중략)… 내 예술은 자신을 속이는 모든 사람에 대한 쓰라린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연민 뒤에는 반드시 인간을 자기기만으로 몰아넣는 운명의 잔인한 비웃음이 따라오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가(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초현실주의적이고 자연주의적이며, 상징주의적으로까지 독특하게 직조해낸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인간을 자기기만으로 몰아넣는 운명의 잔인한 비웃음”을 “자신을 속이는 모든 사람에 대한 쓰라린 연민”으로 감싸않으면서도 “자신을 속이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몰락의 징후와 증상의 각성을 환기하고 있다. 그가 말했듯 그 “쓰라린 연민” 뒤에는 또다시 “인간을 자기기만으로 몰아넣는 운명의 잔인한 비웃음”이 올 것이므로.
우리는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산업화,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당대의 환경 속에 내던져져 사물과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뿐만 아니라 스스로로부터도 소외된 채 불안에 떨며 분열증적 상황에 노출된 사람들의 존재모순성이 탁월하게 형상화되는 것을 본다. 난해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사변적이고 장황한 부분들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이는 피란델로가 부러 현학적인 말놀이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근대인들이 발 딛고 서 있는 삶 자체가 분열증적이고 불안정한 토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모스카르다의 입을 통해 말한다.

아무도 거울 앞에서 살아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보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당신은 타인들이 당신을 보는 것처럼 결코 당신 자신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

최측의농간판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은 국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이탈리아어 원전 완역 판본이다. 최측의농간에서는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매김한 루이지 피란델로의 이 대표작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 이번 출간을 위해 옮긴이는 1999년판의 원고 전체를 새롭게 전면 검토하여 다수 교정하고 교열하였으며 우리말로는 다소 딱딱하고 어색하더라도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통해 피란델로 글쓰기의 형식적 면모 또한 가능한 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모든 소설은 일종의 응답일 수 있다. 당대를 둘러싼 문제의식에 관한 것이든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번져온 갈증에 관한 것이든, 그것은 질문의 형태로 우리의 뒷덜미를 덮쳐오는 응답이다. 그 미완의 응답은 그러나 우리에게 새로운 응답을 요구한다. 당대를 둘러싼 문제의식과 개별 주체의 내면으로부터 번져온 갈증이 교묘히 결합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면, 소설 읽는 일도 시간 낭비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피란델로의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앞에서, 시간낭비라는 말은 무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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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첫 번째 책
Ⅰ 아내와 내 코 11
Ⅱ 그리고 당신의 코는? 15
Ⅲ 혼자가 되는 좋은 방법 19
Ⅳ 나는 어떤 수로 혼자가 되고 싶었나 22
Ⅴ 이방인의 추적 26
Ⅵ 드디어! 28
Ⅶ 바람 한 줄기 29
Ⅷ 그러므로? 35

두 번째 책
Ⅰ 내가 있고 당신들이 있다 41
Ⅱ 그런 다음엔? 44
Ⅲ 들어가도 좋다면 50
Ⅳ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52
Ⅴ 고착 54
Ⅵ 오히려 지금 그것을 말하겠습니다 55
Ⅶ 집이 무슨 상관입니까? 57
Ⅷ 밖으로 나가서 58
Ⅸ 구름과 바람 60
Ⅹ 작은 새 61
XI 다시 도시로 들어가면서 63
XII 그 친애하는 젠제 67

세 번째 책
Ⅰ 강요된 광기 77
Ⅱ 발견 78
Ⅲ 뿌리 83
Ⅳ 종자 85
Ⅴ 직함의 번역 86
Ⅵ 분노한 착한 아들 88
Ⅶ 모두를 위해 필요한 괄호 하나 92
Ⅷ 좀 진정합시다 97
Ⅸ 괄호를 닫읍시다 101
Ⅹ 두 사람의 방문 102

네 번째 책
Ⅰ 마르코 디 디오와 디아만테 부부는 내게 어떤 존재였나 107
Ⅱ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115
Ⅲ 공정증서 117
Ⅳ 간선도로 124
Ⅴ 탄압 125
Ⅵ 도둑질 134
Ⅶ 폭발 138

다섯 번째 책
Ⅰ 다리 사이에 꼬리를 감추고 145
Ⅱ 디다의 웃음 147
Ⅲ 비비와의 대화 151
Ⅳ 타인들의 시선 155
Ⅴ 재미있는 놀이 157
Ⅵ 곱하기와 빼기 159
Ⅶ 그러나 나는 혼자 말했다 161
Ⅷ 철두철미하게 162

여섯 번째 책
Ⅰ 얼굴을 맞대고 179
Ⅱ 공허 속에서 182
Ⅲ 사태를 악화시키다 184
Ⅳ 의사? 변호사? 교수? 국회의원? 186
Ⅴ 나는 말한다, 그러나 왜? 190
Ⅵ 웃음을 참으면서 191

일곱 번째 책
Ⅰ 복잡한 일 195
Ⅱ 첫 번째 경고 196
Ⅲ 꽃다발 사이에 든 연발 권총 198
Ⅳ 설명 202
Ⅴ 내면의 신과 외부의 신 208
Ⅵ 불편한 어떤 주교 210
Ⅶ 추기경과의 대화 212
Ⅷ 기다리면서 217

여덟 번째 책
Ⅰ 판사는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 231
Ⅱ 초록색 모포 233
Ⅲ 사면 236
Ⅳ 끝나지 않는다 238

옮긴이의 글
주체의 분열 의식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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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피란델로
글작가
루이지 피란델로(Luigi Pirandello, 1867-1936)는 시칠리아의 지르젠티(지금의 아그리젠토) 출생으로 신흥 부르주아에 속하는 부유한 유황 광산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특히 그가 태어난 마을 카부소(고대 그리스어의 ‘카오스’가 방언으로 변질된 것)는 신비적(神秘的)이고 비교적(秘敎的)인 신화와 의식들을 중요시하는 지역이었다. 훗날 피란델로는 여러 가지 상황뿐만 아니라 태어난 곳의 실제 명칭과 관련해서도 자신이 카오스의 아들임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카오스’란 뜻의 지명에 깊은 의미를 두었듯 그의 삶 또한 혼돈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1894년 아버지의 동업자인 부유한 유황 광산주의 딸 안토니에타 포르툴라노와 결혼했다. 그러나 1903년 아내와 아버지가 투자했던 졸포 광산이 홍수로 폐쇄되면서 경제적으로 파산하면서 그 충격 때문에 아내는 정신착란증에 걸린다.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란델로는 1904년부터 1919년까지 15년간 광적인 상태의 아내를 곁에서 돌보았지만 아내의 증상이 악화되자 하는 수 없이 그녀를 요양원으로 보내게 된다. 1차 대전 동안에는 아들이 포로로 잡혀가는 등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전후 혼란과 데카당티슴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도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인생의 연속적인 고통과 당대 세계의 복합적인 배경은 피란델로 작품세계의 기반이 되었다. 피란델로는 시인, 소설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1916년쯤부터 1936년 사망하기 전까지 20여 년간 극작가로 활동한다. 특히 희곡을 통해서는 혁신적 극작법을 발휘해 자기만의 주제를 한층 더 효과적으로 심화시켰다. 피란델로는 전통적인 극 형식을 거부하고 등장인물의 의식을 새로운 각도에서 심도 있게 파헤친다.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1918)를 필두로 일련의 희곡들이 1920년대에 그를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만들었다. 그리고 메타테아트로 형식을 통해 인생(차이와 가변성)과 예술(창작과정의 고뇌)에 대한 주제를 동시에 실현해 낸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1921)로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피란델로는 20세기 연극계에 브레히트, 베케트, 뒤렌마트, 이오네스코, 오닐, 아라발 등 대가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 연극에 기여한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3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김효정
번역자
1967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엠사 모란테의 역사의 서사적 특성과 낙관적 비극성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동 대학원 비교문학과를 수료하였으며, 현재 한국외대 이탈리아어과 강사로 활동하면서 번역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역서로는 『아름다운 여름』, 『당신의 고향』, 『사라진 도서관』, 『추억의 학교』(우리교육), 『약혼자』(문학과 지성사), 『레오나르도 다빈치 펜으로 과학을 그리다』(김영사 어린이),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문학과 지성사), 『피노키오』(대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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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피란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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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피란델로(Luigi Pirandello, 1867-1936)는 시칠리아의 지르젠티(지금의 아그리젠토) 출생으로 신흥 부르주아에 속하는 부유한 유황 광산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특히 그가 태어난 마을 카부소(고대 그리스어의 ‘카오스’가 방언으로 변질된 것)는 신비적(神秘的)이고 비교적(秘敎的)인 신화와 의식들을 중요시하는 지역이었다. 훗날 피란델로는 여러 가지 상황뿐만 아니라 태어난 곳의 실제 명칭과 관련해서도 자신이 카오스의 아들임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카오스’란 뜻의 지명에 깊은 의미를 두었듯 그의 삶 또한 혼돈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1894년 아버지의 동업자인 부유한 유황 광산주의 딸 안토니에타 포르툴라노와 결혼했다. 그러나 1903년 아내와 아버지가 투자했던 졸포 광산이 홍수로 폐쇄되면서 경제적으로 파산하면서 그 충격 때문에 아내는 정신착란증에 걸린다.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란델로는 1904년부터 1919년까지 15년간 광적인 상태의 아내를 곁에서 돌보았지만 아내의 증상이 악화되자 하는 수 없이 그녀를 요양원으로 보내게 된다. 1차 대전 동안에는 아들이 포로로 잡혀가는 등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전후 혼란과 데카당티슴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도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인생의 연속적인 고통과 당대 세계의 복합적인 배경은 피란델로 작품세계의 기반이 되었다. 피란델로는 시인, 소설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1916년쯤부터 1936년 사망하기 전까지 20여 년간 극작가로 활동한다. 특히 희곡을 통해서는 혁신적 극작법을 발휘해 자기만의 주제를 한층 더 효과적으로 심화시켰다. 피란델로는 전통적인 극 형식을 거부하고 등장인물의 의식을 새로운 각도에서 심도 있게 파헤친다.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1918)를 필두로 일련의 희곡들이 1920년대에 그를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만들었다. 그리고 메타테아트로 형식을 통해 인생(차이와 가변성)과 예술(창작과정의 고뇌)에 대한 주제를 동시에 실현해 낸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1921)로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피란델로는 20세기 연극계에 브레히트, 베케트, 뒤렌마트, 이오네스코, 오닐, 아라발 등 대가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 연극에 기여한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3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