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겨울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색현상이 생기고 있다. ‘겨울 옷은 여름에 사야 싸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침체된 패션업계는 지난 겨울 재고상품뿐만 아니라 신상품을 미리 내놓기도 쇼핑객들이 운집하고 있는 것이다. 

▲ 유통가는 지금 역시즌을 겨냥한 할인행사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출처= CJENM

28일 패션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밀레를 시작으로 머렐, 블랙야크, 네파, 코오롱스포츠, 노스페이스, K2 등 아웃도어 업계가 겨울 신상 롱패딩 선판매에 돌입했다. 업계는 선판매 프로모션이라는 명목으로 이전 정상가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3%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유혹하고 있다. 철을 거스른 마케팅 즉 역시즌 마케팅은 홈쇼핑과 온라인쇼핑 몰로 번지면서 할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역시즌 마케팅은 과열 경쟁 속 시장 선점과 수요 예측 효과가 목적”이라면서 “지난 겨울 롱패딩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이기를 끈만큼 선판매로 인기 상품을 파악하고 추가 생산에 나서는 등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역시즌 할인 판매 바람은 이제 홈쇼핑 업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 10일 평소 판매액의 2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손정완 디자이너의 롱무스탕 코트(79만원)가 27분 만에 1200벌 이상 판매됐다. 주문액만 9억6500만원이다. 지난달 30일에는 같은 상품이 1700벌이나 팔렸다. 이 상품은 올해 신상품이다. 시즌보다 먼저 기획해 재고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홈쇼핑사도 8월 31일까지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장 24개월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조건을 선보였다.

박정은 GS샵 트렌드패션팀 과장은 “역시즌 판매가 대중화하고, 프로모션이 활발해져 고객 사이에서도 모피는 여름에 사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CJ ENM 오쇼핑 부문은 역시즌 전문 프로그램 ‘나 먼저 산다’를 7~8월 집중 편성했다. 밍크, 무스탕, 다운 등 겨울옷을 판매하는 방송만 13번이 잡혀 있다.

역시즌 특수를 누리는 것은 홈쇼핑뿐만이 아니다. 온라인몰에서도 역시즌 상품 수요가 급증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 달 간 모피코트, 패딩 점퍼 등 겨울 의류와 난방가전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3배(232%) 더 팔렸다.

▲ 옥션 여름철 역시즌 상품 수요 급증. 출처= 옥션

지난겨울 품절 대란을 일으킨 롱패딩은 업체들이 선판매를 시작해 지난해보다 매출이 41배(4045%)나 느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겨울 판매한 금액보다 20~6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이자 소비자 반응도 뜨거웠다.

고가의 퍼·모피코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옥션에서는 지난해 대비 퍼·모피코트가 37배 더 팔렸다. 겨울 의류 외에도 난방용품을 사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7월에 온풍기를 산 고객이 자견 대비 2.2배 늘었다.

고현실 옥션 패션실장은 “다운점퍼, 롱패딩 등이 겨울 필수품으로 등극하면서 올해는 신상품을 역시즌 주력 상품으로 내놓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판매 시기를 앞당겨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겨울 의류 판매 행사여도 온라인몰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압도했다. 현대아울렛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운영한 행사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21.4%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온라인몰에서는 같은 시기에 한 역시즌 행사 매출이 96.4%나 늘었다.

국내 백화점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행사장 대비 온라인 매출이 훨씬 높았다”면서 “구매 시기와 상관없이 원하는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와 협력사 재고 소진 목적이 맞아떨어져 행사 규모가 매년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