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보다 싼 지유(GU), 한국에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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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7.27. 오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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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0원 청바지’로 유명한 초저가 브랜드, 9월 국내 론칭

“가성비 최고 VS 품질 낮아” 성공 가능성 의견 분분

1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지유 한국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가을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에프알엘코리아 제공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GU)가 오는 9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400㎡(420평) 규모의 매장을 개점한다. 지유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2006년 론칭한 브랜드로 유니클로보다 싸고 트렌디한 패션을 지향한다. ‘990엔(당시 환율로 약 9900원) 청바지’를 선보여 초저가 패션의 대표 주자가 됐다. 국내에서도 일본 방문 시 꼭 들러야 할 쇼핑 코스로 인지도가 높다.

◇ 일본 지유 매장 가보니… ‘9900원 청바지’는 없었다

지난 6월, 일본 교토의 한 쇼핑몰에 있는 지유 매장을 찾았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남성복과 여성복, 아동복, 속옷,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가격표. 여름용 티셔츠 990엔(약 1만원), 블라우스 990~1990엔(약 2만원), 바지와 청바지는 1900엔 선으로, 여기에 소비세를 더해도 유니클로보다 20~30%가량 저렴했다. 하지만 지유하면 떠오르는 ‘9900원 청바지’는 없었다. 일부 세일 품목을 정가의 반값에 판매할 뿐이었다. 실제로 ‘9900원 청바지’는 2014년 1월 이후 판매가 중단됐다.

전반적으로 유니클로와 분위기가 비슷했지만, 유행을 따르는 옷이 더 많았다. 여성복 데님 상품군만 해도 요즘 유행하는 통바지와 미디(Midi·장딴지 길이) 스커트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직장인을 위한 오피스룩도 갖췄다. 하지만 품질은 다소 떨어져 보였다. 일부 제품은 원단이 뻣뻣했고, 봉제 수준도 미흡했다. 매대 상황도 인근 유니클로 매장과 비교해 말끔하지 않았다. 초저가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유 교토 매장 전경/김은영 기자

다른 이들의 평가는 어떨까? 최근 일본 지유 매장을 방문한 몇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장인 최모 씨(29)는 일본 여행을 갈 때마다 지유에 들러 쇼핑을 한다고 했다. “가격도 싸고 유행하는 디자인이 많아요. 10만원이면 겉옷부터 속옷, 신발까지 살 수 있으니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죠.” 반면 패션 마케터 조모 씨(34)는 혹평을 내놨다. “살 게 없더라고요. 그냥 초저가에 맞는 저급한 품질의 옷이었어요.”

블로그나 패션 정보 커뮤니티의 반응도 엇갈렸다. 일본에 가면 꼭 들르는 쇼핑 코스라며 ‘강추’하는 글부터 “한 번 입고 버릴 옷”이란 평까지 다양했다.

◇ 유니클로보다 20~30% 싼 가격, 트렌디한 상품으로 차별화

지유는 ‘나를 새롭게 하는 자유를’을 콘셉트로 한 SPA 브랜드다. 유니클로가 기본 상품으로 전 연령층을 겨냥한다면, 지유는 트렌디한 신상품으로 10~20대 젊은 층을 조준한다. 가격도 유니클로보다 싸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일부 매장에서는 무인 계산대를 운영한다. 전략은 먹혔다. 유니클로가 매출 1000억엔(9900억원)을 달성하는 데 15년이 걸린 데 반해, 지유는 브랜드 출시 8년 만에 일본 내 매출 1000억엔을 돌파했다. 올해 8월 기준 매출은 1991억엔(1조9960억원)이다.

지유는 성인복과 아동복, 이너웨어 등 종합 패션을 선보인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겐 잠옷이 인기가 높다. 가격은 3만원 선./지유 인스타그램

지유의 국내 진출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서 진출한 유니클로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2005년 진출한 유니클로는 국내에 SPA 시장을 만들며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고 있다. 단일 패션 브랜드가 매출 1조원을 넘은 것은 유니클로가 유일하다.

소비자들은 일단 ‘초저가’라는 점에서 지유의 론칭을 반기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36) 씨는 “유니클로도 비싸다고 여겨지던 차에 더 싼 옷이 나온다니 반갑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만큼의 초저가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유노키 오사무 지유 최고경영자는 “아직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세금과 경비 등을 적용하면 일본보다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전용 상품, 홍대 팝업스토어… 현지화 전략 통할까?

“고등학생인 아들도 저보다 고급 옷을 입는데, 과연 소비자들이 가격만 보고 지갑을 열까요?” 한 트렌드 전문가는 지유의 국내 성공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품질이 저급하다는 게 그 이유다.

국내외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다고 평가한다.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요구한다는 것. 저가의 트렌디한 상품을 파는 포에버21이 국내에선 맥을 못 추고 온라인 중심의 영업을 펼치고, H&M이 선보인 고급 브랜드 코스(COS)와 자라의 고급 상품군인 ‘스튜디오 라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오사코 히로후미 지유 한국사업책임자도 “한국은 패션 감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 시장을 연구하고, 한국 고객을 위해 다운점퍼와 스키니 팬츠 등을 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매장 내 접객과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지유 어드바이저’를 배치하는 것도 최신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선보이기 위한 장치다.

지난 3월 지유와 디자이너 킴 존스가 함께 선보인 협업 컬렉션./지유 홈페이지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도 품질 우려를 상쇄할 차별화 전략이다. 지유는 지난 3월 루이뷔통 출신이자 현재 디올 디렉터인 킴 존스와 협업을 진행했다. 해당 제품은 판매와 동시에 대부분이 동났다.

이정민 트렌드506 대표는 “10대~20대 초반의 Z세대는 품질보다 트렌드, 가격에 더 가치를 둔다. 지유가 이 세대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영 기자 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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