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27.


《행복한 어린이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김서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9.3.26.



해날을 맞이한다. 앵두나무는 하얗게 물결친다. 밤낮으로 하얗게 꽃빛과 꽃내를 베푸는 앵두는 더없이 놀랍다. 가지에 줄줄이 맺는 앵두꽃은 하나도 안 솎는다. 이 작은 꽃이 고스란히 작은 열매로 거듭나니까. 《말밑 꾸러미》 석벌손질을 마쳐서 펴냄터로 넘긴다. 멍하다. ‘어원사전’을 매듭지어서 내기까지 더 남았는데, 글손질을 한 벌씩 할 적마다 기운이 쪽 빠진다. 《행복한 어린이날》을 되읽는다. ‘불러비 마을 아이들’이 보내는 즐거운 하루를 담아낸 알뜰한 이야기책은 썩 사랑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이 마을에서 스스로 놀이를 짓고 나누고 펴면서 노래하는 이야기책이 좀처럼 못 나온다. 글을 쓰는 어른부터 어릴 적에 못 놀거나 안 논 탓일까. 어릴 적에 놀기는 했어도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이가 신나게 놀 터전’을 일구는 일에 마음을 안 쓴 탓일까. 어린이한테는 ‘놀이하며 노래하는’ 하루를 이야기로 물려주어야지 싶다. 놀이살림을 새롭게 가꾸고, 노래사랑을 새록새록 지으면서, 아이어른이 어깨동무하는 오늘을 어느 고장에서나 기쁘게 그려내야지 싶다. 어린이날 하루만 어린이누리일 수 없다. ‘의과대학’을 늘리기보다는 ‘어린이가 맨몸으로 뛰놀 들숲바다’를 늘릴 노릇이다.


#BarnensDagBullerbyn

#AstridLindgren #IlonWilkand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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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85 : 동네책방 필요 독자 대략 유형 거칠게


동네책방이 필요한 독자는 대략 두 가지 유형으로 거칠게 나누어 볼 수 있다

→ 들꽃책숲을 바라는 사람은 얼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마을책숲을 오가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동네책방 생존 탐구》(한미화, 혜화1117, 2020) 33쪽


마을에 있는 책집은 ‘마을책집’입니다. ‘작은책터’요, 들꽃을 닮아 ‘들꽃책숲’이에요. 우리는 마을책터로 책마실을 갑니다. 여러모로 책을 바라기에 나들이를 해요. 이 보기글에는 “두 가지 유형”이라 나오는데, 겹말입니다. 군더더기 ‘유형’을 털어냅니다. “거칠게 나누어”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더구나 “대략 거칠게 나누어”로 적은 셈이니, 겹말이기까지 합니다. ‘얼추’나 ‘크게’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동네(洞-) : 자기가 사는 집의 근처(<洞內)

책방(冊房) :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 = 서점

필요(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독자(讀者) : 책, 신문, 잡지 따위의 글을 읽는 사람 ≒ 간객

대략(大略) : 1. 큰 모략(謀略) 2. 대강의 줄거리 ≒ 애략(崖略) 3. 대충 줄거리만 추려서 4. 대충 어림잡아서

유형(類型) : 1. 성질이나 특징 따위가 공통적인 것끼리 묶은 하나의 틀. 또는 그 틀에 속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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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83 : 당신 상상 것 -ㅁ 후각 상기시키는 그 특별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곳임을 후각에서부터 상기시키는 그 특별한 냄새 말이다

→ 그대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곳이라고 코로 느끼라는 유난한 냄새 말이다

→ 우리 어림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곳이라고 냄새로 알려준다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박순주, 정은문고, 2024) 11쪽


우리는 어림으로 오래되었구나 하고 느끼곤 합니다. 냄새로 느낄 수 있고, 코로 큼큼 맡기도 합니다. “-ㅁ을 후각에서부터 상기시키는 그 특별한”은 온통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씨는 ‘-ㅁ을’이나 ‘-시키는’이나 ‘그’를 사이에 끼워넣지 않아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통째로 옮김말씨입니다. “그대 생각보다”나 “우리 생각보다”로 고쳐씁니다. 냄새가 다르면 ‘다르다·남다르다’라 하면 되고, 냄새가 톡톡 튀면 ‘튀다·유난하다’라 하면 되어요. ㅅㄴㄹ


당신(當身) :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하오할 자리에 쓴다 2. 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3.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4.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5. ‘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

상상(想像) :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

후각(嗅覺) : [의학] 냄새를 맡는 감각. 기체 상태의 자극물이 코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여 생기는 감각을 이른다 ≒ 냄새 감각·취각·후감

상기(想起) : 1.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여 냄 2. = 회상(回想)

특별(特別) :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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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82 : -의 -고 있는 게


노란 눈의 고양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 노란눈 고양이가 이쪽을 쳐다본다

→ 눈이 노란 고양이가 이쪽을 본다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박순주, 정은문고, 2024) 51쪽


눈이 노란 고양이라면 “눈이 노란 고양이”라 합니다. “노란눈 고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 있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요, 이 말씨에 ‘것(게)’을 붙이면 더 얄궂어요. 이 글월에서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는 “쳐다본다”나 “본다”로 고쳐씁니다. “쳐다보지 않는가”나 “보지 않는가”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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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81 : 축제 개


큰 축제가 두 개 열린다

→ 큰잔치를 둘 연다

→ 큰마당을 둘 편다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박순주, 정은문고, 2024) 317쪽


잔치나 마당이나 자리는 ‘개’로 안 셉니다. 큰잔치나 큰마당이나 큰자리는, 하나라면 ‘하나’로 세고, 둘이라면 ‘둘’로 세요. 또는 ‘판’이나 ‘곳’이나 ‘가지’로 셀 만합니다. ‘축제’는 일본말이니, ‘잔치’나 ‘마당’으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축제(祝祭) : 1.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2.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개(個/箇/介) : 1. 낱으로 된 물건을 세는 단위 2. [광업] 무게의 단위. 한 개는 지금(地金) 열 냥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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