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씩 사라지는 은행 영업점…효율성 제고냐, 접근성 악화냐

4대 은행 "뱅킹 환경변화에 대응" vs 고령층·장애인 불편 우려
당국, 유연한 점포 운영 위해 점포 축소절차 모범규준 준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채널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은행권의 영업점 몸집줄이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영전략이다. 하지만 은행의 경영효율성 제고 전략이 고령층 금융소비자 등의 금융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영업점 축소, 되돌릴 수 없는 흐름"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2014년 말 7383곳에서 지난해 말 6722곳으로 3년 새 8.95% 줄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2015년 3760곳에서 이듬해 3693곳, 지난해 말엔 3575곳까지 감소했다. 해매다 약 5% 씩 영업점이 줄어든 셈이다.

올 하반기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진다. 일례로 최근 영업점을 가장 많이 줄인 하나은행은 8~9월 중 서울·부산·대구 등에서 대도시에서 5곳의 영업점(출장소 1곳 포함)을 통폐합한다.

한 은행 지점장은 "오프라인 영업점의 역할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인건비,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영업점은 없애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디지털부서 책임자도 "영업점 운영 비용을 줄여 결제플랫폼 또는 유통채널 등과 제휴하는 데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뱅킹 패턴 변화는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모바일뱅킹 실제 이용고객수는 6297만 명 1년 전보다 2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뱅킹 일평균 이용금액도 5조 3946억 원으로 1년 새 20.0% 늘었다.

입출금 및 송금 등 일부 은행 업무를 대체했던 ATM의 지위도 예전만 못하다. 한 은행의 경영전략 담당 본부장은 "소비자가 1년에 ATM를 이용하는 횟수는 평균 10회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오현승 기자

영업점 축소 흐름은 금융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미국 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1년 간 1765곳의 점포를 없앴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축폭이다. 경쟁사와 달리 영업점을 늘려가는 전략을 펼쳤던 웰스파고도 최근 전략 수정에 나섰다.

◇ 접근성 어쩌나?…당국-은행권 '모범규준' 마련 계획

은행들은 방문빈도가 낮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디지털 부문을 강화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영업점 축소는 변화한 소비자의 뱅킹 환경에 맞춘 전략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상대적으로 디지털뱅킹 환경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의 금융접근성을 악화시킬 거라는 염려도 나온다. 실제로 고령 소비자의 비대면 채널 활용 비율은 높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내놓은 '2017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60대와 70대 이상의 인터넷뱅킹 이용자 비율은 각각 19.9%, 6.4%에 그쳤다. 20대와 30대의 이용자 비율이 각각 86.6%, 91.4%에 이르는 점도 극명히 대조된다. 

지난해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는 '송금전문기관의 은행계좌 폐쇄 문제 대응'을 금융포용 액션플랜(실천방안) 주요 어젠다 중 하나로 다뤘다. 금융소외 현상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영업점 축소가 장애인 소비자의 불편을 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 총연합회 관계자는 "지금도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 등의 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오프라인 점포가 줄면 이 과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영업점 축소 대신 디지털환경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 소비자의 비대면 채널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감원은 이달 초 발표한 금융감독혁신과제에서 은행 점포망 축소에 따른 금융접근성 악화 가능성을 살피겠다고 언급했다. 혁신과제엔 △은행 지점 폐쇄 전에 영향평가 실시 △고객과 이해관계자에게 폐쇄 사실 통보 △우체국 점포망 활용 등 대체수단 적극 강구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은행 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복합점포·공동점포 등 유연한 점포 운영을 적극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영업점 폐쇄 내용은 홈페이지나 영업점에서 고지하고 있는 데다 점포 운영은 은행 고유의 경영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금감원은 모범규준 마련이 은행권의 자율경영을 간섭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은행의 영업점 폐쇄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은행이 할 수 있는 대체 접근수단을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라면서 "향후 어떤 식으로 모범규준 작업을 해나갈지 휴가철이 지난 후 은행들과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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