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1년’ 금융계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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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카톡 인기에 편의성·가격 경쟁력 내세워 급성장… 은산분리 완화 기대

“국내 금융산업의 혁신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러한 성과가 한차례 실험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출범 1년을 맞은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수 4200여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특히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 비대면 상품 출시, 해외 송금수수료 인하 등 경쟁을 유발시킨, 이른바 ‘메기효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뱅크’ 이용우, 윤호영 공동대표가 지난해 7월 27일 서울 서초구 반포 세빛섬 FIC컨벤션 센터에서 ‘언베일링 세리머니’를 열고 시연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반면 한계도 드러냈다. 적자폭이 줄지 않으면서 경영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대출금리 측면에서 시중은행과의 차별성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비대면 영업의 한계와 기업금융 부재로 가입자 수와 여·수신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1년, 금융산업 혁신 앞당겨

15일 현재 고객 수는 628만명, 수신 8조5200억원, 여신 6조9400억원, 체크카드 발급 497만장에 달한다. 지분은 한국투자금융지주(50%), 카카오(18%), 국민은행(10%), 넷마블(4%), SGI 서울보증(4%), 우정사업본부(4%), 이베이(4%), Skyblue(텐센트·4%), Yes24(2%)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본금 규모는 최근 5000억원을 추가 증자해 총 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출범 당시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은행권 경쟁을 촉발시킨 ‘메기효과’를 들 수 있다. 수족관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메기를 피하려고 더 빨리 움직이듯이,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인해 전체가 더 높은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모바일 등을 활용한 소비자 편의가 개선됐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을 통한 계좌 개설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휴대폰 본인 인증과 신분증 확인 등 계좌 개설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분 안팎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과거 은행권의 스마트폰뱅킹과 모바일뱅킹은 주영업채널이 아닌 영업점을 보조하는 형태였다”며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모바일 편의성을 확인한 금융권에서 전면적인 모바일 부문 강화에 나섰다”고 자평했다.

은행권은 기존 영업점에서 모바일과 비대면으로 영업채널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통합 어플리케이션(앱) ‘쏠(SOL)’의 경우처럼 시중은행들은 각자 운영해 온 10~20개의 앱을 최근 들어 하나로 통합해 서비스하는 추세다.

금융자동화기기(ATM) 수수료와 해외송금 수수료 등 가격 인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부터 지속해온 ATM 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년 6월 30일까지로 연장했다. 전국 모든 은행과 편의점의 ATM 기기로 입출금 및 이체 시 수수료를 면제받는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계좌이체, 카카오톡 친구에게 간편이체, 자동이체 등 수수료도 계속해서 무료로 제공된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기존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5000달러까지는 5000원의 비용만 받는다.

디지털화 경쟁에도 불을 댕겼다. 은행권은 디지털화와 핀테크(금융+기술)에 집중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생존경쟁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SK텔레콤과의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Finq)’를 출시한 데 이어 연말에는 디지털 통합부서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AI 전문가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중금리 대출 미미·경영 건전성 우려…

지난 1년간 드러낸 카카오뱅크의 한계와 문제점도 많다. 차별화 전략 차원의 금리우대나 수수료 인하·무료 정책으로 인해 누적된 적자규모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만 10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53억원으로 적자폭은 개선됐지만, 대출과 고객 증가 속도가 최근 주춤한 점을 감안했을 때 경영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출범 당시 강조한 중금리대출도 신용평가모델 개발 미흡으로 기대 이하에 그치고 있다는 평이다. 현재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규모는 잔액 기준 21%(1조3400억원), 대출건수 기준 39%를 차지한다. 지난 4월에는 6% 이상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아예 취급하지 않아 출범 취지와 달리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출금리에서도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6월 대출금리는 평균 3.93%로, 은행들 금리 수준과 차이가 없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절대적인 선결과제로 꼽힌다.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지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규제가 풀리면 증자를 거쳐 실탄을 든든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금융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카카오뱅크는 내다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나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 정치권과 당국에서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금융노조는 “금융의 ‘재벌 사금고화’ 여지를 남겨선 안 된다”면서 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과)는 “카카오뱅크의 핀테크 활용도가 기대했던 만큼 높지 않고,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핀테크를 활용한 신용 분석 등을 통해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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