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함은 옛말…가구가 된 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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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7.30. 오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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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 "홍채인식 금고도 곧 출시"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가 경기도 파주 전시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로 앞면을 디자인한 프리미엄 브랜드 루셀 금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선일금고제작]
문 위 스크린에 얼굴을 댔더니 안면 윤곽과 두 눈을 비추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금고가 열렸다. 복잡하게 다이얼을 돌릴 필요도, 카드를 댈 필요도 없었다. 올 10월이면 KT와의 협업으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까지 제공할 이 제품은 선일금고제작이 새롭게 출시한 '홍채인식 금고'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봤던 첨단기술이 일반 소비자 시장에도 들어온 셈이다.

가정용·인테리어 금고의 대표주자 선일금고제작(대표 김영숙)이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으로 금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1972년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시작한 회사는 클림트나 고흐 등 유명 화가의 작품으로 금고 표면을 꾸며 금고를 가구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출시한 브랜드 루셀(LuCell)은 그러한 시도의 집약체다.

회사는 브랜드 라인업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매년 매출이 20% 이상 신장하며 작년에는 약 360억원의 연매출 실적을 거뒀다.

선일금고제작이 디자인에 방점을 두기 시작한 계기는 김영숙 대표의 개인적 경험이 컸다. 회사 창업자이자 남편인 김용호 대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김 대표는 2005년부터 직접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정신없이 사업에 열중하던 어느 날 지인들에게 선물로 준 금고가 투박하다며 집 안 구석으로 점차 밀려나는 것을 보고 디자인을 혁신할 필요성을 절감했죠. 금고 사용자의 연령대를 낮추고 단순 고가품뿐만 아니라 개인의 추억이 담긴 물건도 금고에 보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보다 세련된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선일금고제작은 동시에 와이파이를 비롯한 각종 첨단 통신기술을 활용하며 금고의 본질인 내화성과 도난 방지 기능도 강화했다. 주요 통신사들과 IoT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금고 인증과 개폐 기능을 탑재했다. 또 금고 앞 이상 움직임이나 강한 충격, 강제 개방 시도 등이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받아 경찰에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선일금고제작은 다음달 말 스마트 루셀 시리즈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살린 블루투스 금고 신제품을 출시한다. 미국 영화사 월트디즈니와 캐릭터 사용권 계약을 맺고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등 주요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다.

김 대표는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키덜트족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마블 스마트 금고는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살 것"이라며 "1가구 1금고 시대의 기반을 다지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선일금고제작은 한 달 동안 최대 1만5000대의 금고를 만들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 상암동에 연구소를 비롯한 일부 조직을 이전할 계획이다. 첨단 설비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신규 인력을 뽑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금고 산업이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창의력 있는 젊은 층이 필요하다"며 "자체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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