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현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과시럽눈동자]가 시작시인선 0250번으로 출간 되었다.
시인은 첫 시집에서 김수이 문학평론가로부터 “뛰어난 감각적 재능으로 일상의 사물과 공간을 생생히 미각화한 풍경들을 발견하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임현정의 ‘감각적 재능’과 ‘미각화 전략’은 시 읽기의 기쁨을 선사한다.
특히 시인이 사용하는 인칭과 시에 잠복해 있는 내러티브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 읽기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시인이 만들어 낸 시의 구조 속에서 이야기는 모자이크화처럼 낱낱으로 쪼개져 파편이 된다. 독자는 퍼즐을 맞추듯 감각으로 빛나는 시의 파편을 들고 시의 미로 속을 헤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적인 이야기(mythos)로 가득 찬 미로라면 한번 길을 잃고 문학의 미로에 갇혀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해설을 쓴 신동옥 시인은 “임현정의 시에서 인칭과 감각은 시적인 이야기(mythos)의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임현정의 감각은 특유의 아포리즘에서 빛난다.
예를 들어, ‘안녕, 내 사랑/ 비로소 햇빛이네’(「뼈로 만든 목걸이」)와 같은 구절. 찰나를 붙잡는 아포리즘이 행간에 빛난다. 구름 사이에 언뜻 비끼는 늦겨울의 봄빛처럼 의미는 감각에 닻을 내린다. 임현정은 감각이 더 날카로워졌고, 이야기가 더 웅숭깊어졌다. 감각과 이야기를 섞어 쓰겠다는 것.
과감한 시도로 읽힌다.”라고 평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이야기 속에 담긴 내러티브와 본인이 애초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빚어내는 간극을 보여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야기에서 무언가 강력한 믿음을 환기할 경우 고답적인 계몽으로 끝날 수 있고, 수사가 적절히 사용되지 못 했을 때는 산만한 에피소드에 그칠 위험이 있다. 시인은 자신의 무의식을 3인칭의 변주를 통해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우화들을 시에 녹여 내어 독자들에게 친숙함과 낯섦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앞서 시에서 이야기가 지닌 제한적 특성 또는 위험성을 시인은 특유의 시 쓰기로 돌파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독자는 시인이 만들어 놓은 미토스의 미로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한 조각 ‘감각’을 들고 황홀한 방황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