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생각이 노화를 막는다…『늙지 않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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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늙지 않는 비밀/ 엘리자베스 블랙번`엘리사 에펠 지음/ 이한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중 1명은 우주에서, 다른 1명은 지구에서 1년을 생활한 뒤 나타난 신체 변화를 분석했다. 우주인 동생의 골밀도는 감소했고, 근육은 위축됐으며, 척추는 늘어났다. 이 가운데 연구팀이 가장 놀란 변화는 텔로미어(telomere)였다. 우주인 동생의 텔로미어가 지구에 남았던 형보다 길어졌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반복되는 염기서열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수록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밝혀져 있다. 실험대로라면 지구에서 더 빨리 늙고, 우주에 머물면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장수의 비밀이 우주에만 있지는 않다.

◆노화의 비밀, 텔로미어 마모에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와 장수의 상관관계를 다룬 '늙지 않는 비밀'(The Telomere Effect)이 나왔다. 텔로미어의 분자학적 특성과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를 발견한 공로로 캐럴 그리더, 잭 쇼스택과 함께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와 건강심리학자 엘리사 에펠 교수가 텔로미어를 연구하면서 밝혀낸 사실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우리 몸의 염색체에는 유전자 DNA가 있다. DNA는 마치 두 가닥 실을 꼬아놓은 모양이다. 세포가 분열하려면 DNA가 복제돼야 하는데, DNA 복제효소는 한 가닥씩 복제해 다시 두 가닥을 만들어 낼 때마다 염색체 말단이 짧아진다. 두 가닥 실을 묶었다가 매듭을 잘라내 다시 두 가닥을 만들 때마다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을 할 때 유전정보의 소실을 막고자 유전자 DNA 말단에 붙어 있는 염기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가닥을 말한다. 유전 정보를 담지 않은 이 염기 서열은 DNA 말단에 수천 개가 반복돼 있으며 DNA가 복제될 때마다 잘려나갈 뻔한 유전자 DNA를 대신해 떨어져 나간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짧아진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그 길이가 짧아진다는 얘기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어느 정도 줄어들면 세포는 분열을 멈춘다. 건강한 세포가 더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우리 몸에 노화가 시작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텔로미어가 짧을수록 더 일찍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텔로미어의 마모는 노화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텔로미어는 짧아지기만 하는 걸까. 과학계는 염색체 DNA는 기존 DNA로부터 생화학적으로 복사되어야만 만들어진다고 여겼다. 하지만, 어떤 생물은 전에 없던 곳에서 DNA를 만들어냈다. 원생동물의 하나인 테트라히메나에서 세포분열 때마다 짧아진 텔로미어 끝에 DNA를 덧붙여서 원상 복원하는 효소, 즉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를 찾아낸 것. 불행히도 인간에게는 계속 텔로미어를 늘릴 수 있는 텔로머라아제가 충분하지 않다. 수명을 연장하거나, 노화를 지연시키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텔로머라아제를 인위적으로 늘릴 수는 없을까. 어떤 영양보조제, 어떤 화장품은 텔로머라아제를 늘린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이런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한다. 분열을 멈추지 않는 암세포를 상상하면 된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지만 텔로머라아제가 있어서 죽지 않고 증식할 수 있다. 억지로 몸속 텔로머라아제를 늘린다면 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건강과 장수를 부르는 습관

'웃으면 복이 온다' '스트레스는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조언은 지겹다. 책은 텔로미어를 짧아지게 하는 상황과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습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이다. 저자들은 잘 알려진 '명제'를 연구로 증명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이를 두려워하고, 위협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란 기대로 자신 있게 대처하는 사람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다고 한다. 냉소적 적대감, 우울증, 불안도 같은 결과를 나타낸다. 스트레스는 면역계를 손상하고, 면역세포(T cell)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부지런하게 일하는 면역세포는 분열을 빨리하고, 텔로미어 길이가 빠른 속도로 짧아진다. 결국, 세포가 늙으면 면역계는 더욱 약해지게 된다.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대사성 건강과 인슐린 내성에도 유의하라고 조언한다. 복부지방은 텔로미어를 짧게 한다. 짧은 텔로미어 때문에 인슐린 내성은 커지고, 당뇨병 위험이 커진다. 지방세포는 염증 유발 물질을 분비해 면역세포를 더 늙게 한다.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수면도 텔로미어의 활성과 관련이 있다. 운동은 체내 항산화 물질을 늘려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일주일에 3번, 45분씩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잠을 충분히 자면 배가 덜 고프고, 감정 기복이 덜하며, 텔로미어 소실도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최소 7시간 수면을 권한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과일, 견과류, 해조류로 짜인 식단과 오메가3가 풍부한 연어`다랑어를 추천한다. 가공육과 붉은 살코기, 흰 빵과 당을 첨가한 음료 등은 당연히 적(敵)이다.

부모의 텔로미어는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아이는 수정과 동시에 모든 유전물질을 넘겨받는다. 임신기의 스트레스`흡연이나 열악한 환경도 모두 물려받게 되고, 동시에 아기의 텔로미어가 침식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단백질, 코엔자임 Q, 엽산 등 모체의 영양 상태나 자궁관리, 나아가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양육법까지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똑같은 나이라도, 누군가는 늙어보이고 병들었는데, 누군가는 탄력 있는 피부에 건강한 체력을 자랑한다. 건강과 장수, 젊음과 행복의 비결은 세포에 있다. 46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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