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예의 에어 카페>소설속 그 맛 · 영화속 그 집… 오로지 먹는 여행도 좋아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저…우동 1인분만 시켜도…괜찮을까요?”

섣달그믐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영업 마감 시간이 임박한 밤 10시경, 일본 삿포로(札幌)에 있는 우동집 ‘북해정’에 남루한 옷을 입은 한 여자가 새로 산 듯한 옷을 입은 어린 두 남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선다. 주인 내외는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손님들을 응대하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임을 파악해 오히려 우동을 반 덩어리 슬쩍 더 넣어준다. 세 식구는 우동 한 그릇을 가운데 놓고 맛있게 나눠 먹은 후, 우동 한 그릇 값 150엔(약 1500원)을 지불한 후 공손히 자리를 뜬다.

가난했지만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세 식구가 매년 우동 한 그릇을 먹으러 온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일본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을 읽던 어린 시절 나는 감동적인 전체 소설의 줄거리에 눈시울을 적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세 식구가 맛있게 나눠 먹은 저 우동은 과연 얼마나 맛있었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성인이 된 후 도쿄(東京)에 있는 우동집에서 우동을 시켜 먹으면서 ‘문득 어렸을 적 읽었던 짤막한 소설과 그때 상상했던 우동의 맛을 내가 지금 몸소 체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 조용히 미소를 짓곤 했었다. 지금도 가끔씩 그 당시 도쿄에서 먹었던 우동의 맛을 떠올리며 기회가 되면 또다시 도쿄를 방문해서 다시금 그 우동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행지 중 가까우면서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을 꼽으라면 일본의 오사카(大阪), 대만의 타이베이(臺北), 중국의 상하이(上海) 정도를 추천하고 싶다.

오사카는 ‘미식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음식이 정말 많은 도시이다. 소고기를 돈가스처럼 튀겨 만든 규카쓰, 문어가 들어간 한입 크기의 다코야키, 명물로 알려진 치즈 타르트를 비롯해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대표 음식이 있다. 대만도 오사카에 지지 않는 ‘식도락 천국’으로 유명하다. 소고기 육수로 끓여 한국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 우육면, 육즙이 가득한 샤오롱바오, 1일 1버블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만을 대표하는 버블티 등 먹는 일정만으로도 여행 일정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상하이는 중국 고대 문학가 소동파가 만들었다는 동파육, 우리나라의 대게찜과 비슷한 따자시에, 가재로 요리한 마라롱샤 등 수없이 많은 음식이 가득하다.

음식에는 그 나라와 지역, 사람들의 문화, 추억, 역사, 생활 등 다양한 삶의 이모저모가 녹아 있다. 앞으로 한 번 정도는 음식을 주제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여행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은 어떨까. 아울러 여행 전에 이왕이면 해당 음식과 관련된 영화나 소설 등을 찾아보고 가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내게 도쿄에서 소박한 우동 한 그릇이 단지 맛있는 음식의 체험을 넘어 어렸을 때의 시간여행까지 떠나게 해 주었던 것과 같이 말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 문화닷컴 바로가기 | 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 | 모바일 웹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