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전력수급 진짜 불안한가

예비력 충분 '블랙아웃' 가능성 적다

2018-08-06 11:56:36 게재

9·15정전 당시 예비전력 24㎾ … 올 여름 825만㎾, 유연탄발전소 16기 규모

정치권(야당)과 일부 언론의 탈원전 때리기로 전력수급 위기론이 심화되고 있다.

재난에 가까운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탈원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전력수급 불안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휴가를 마친 기업들이 조업에 복귀하면서 전력수요가 다시 증가할 전망을 들어 블랙아웃(대정전 사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블랙아웃을 우려할 만큼 공급능력이 부족하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비전력에 DR 등으로 681만㎾ 추가 확보 =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6~10일)와 다음주(13~17일) 전력수요 예측결과 7월 24일 기록한 최대 전력피크(9248만㎾)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요를 보일 전망이다. 전력당국은 8월 3주까지 공급능력을 1억73만㎾로 확충하고 예비자원도 681만㎾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 전력피크가 9248만㎾라고 가정할 경우 총 설비 1억73만㎾에 따른 예비전력은 825만㎾에 달한다. 여기에 △수요감축요청(DR) 422만㎾ △화력출력상향조정 60만㎾ △긴급전압조정 90만㎾ △긴급절전 91만㎾ △공공부문 비상발전기 12만㎾ △냉방수요 원격관리 6만㎾ 등 681만㎾의 추가 예비자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풀가동할 경우 최대 전력수요보다 약 1506만㎾의 추가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표준화력(유연탄발전소 50만㎾) 16기에 해당하는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추가 예비자원도 681만㎾를 갖추고 있어 블랙아웃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지난달 24일 최대전력수요는 1시간 동안 391만㎾ 급증했고, 당일 공급 예비력은 709만㎾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 예비력이 500만㎾ 이하로 떨어질 경우 준비경보를 발령하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전력수요가 200만kW만 더 올라갔어도 전국이 전력 비상에 빠질 수 있었다"며 블랙아웃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9·15는 수요예측 실패·공급능력 오판 =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2011년 발생했던 9·15정전 사태와 비교해보면 과도한 우려임을 알 수 있다.

2011년 9월 15일 당시에는 총 설비용량 7881만㎾ 중 계획예방정비를 들어간 발전기를 제외하고 6752만㎾의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원전은 총 21기 가운데 18기가 가동됐다.

그런데 최대 전력수요가 6728만㎾에 달하면서 예비전력이 24만㎾(예비율 0.4%)으로 급격히 떨어져 순환정전이 불가피했다. 전국에 걸쳐 순환정전이 일어났고, 이를 블랙아웃이라 불렀다.

9·15 순환정전의 원인은 수요예측 실패와 공급능력 오판이다. 2011년 여름철 최대 전력피크는 8월 31일로 7219만㎾였으나 당시 공급능력은 7764만㎾(예비율 7.5%)로 무난히 잘 넘겼다.

이후 9월에 접어들면서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발전소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철이 지난 시점인 9·15에 늦더위(33℃)가 예보됐으나 전력거래소는 당일 최대전력수요를 28℃에 맞춰 수요를 예측했다. 실제 최대전력수요가 6728만㎾이었으나 6400만㎾으로 328만㎾을 과소 예측한 것이다.

또 당일 공급능력은 예방정비 등으로 피크대비 700만㎾가 줄어든 상태였지만 전력거래소는 약 320만㎾를 공급가능한 운영예비력으로 과대 계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9·15 정전은 발전소를 덜 지어서, 공급능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당일 수급운영 미스로 순환정전이 발생한 것"이라며 "올해 여름철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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