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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은신처에 정착한 사춘기 남녀…17세 피비 케이츠 매력 폭발



■ 파라다이스

브룩 실즈, 소피 마르소 등 198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중 독보적 존재는 피비 케이츠다. 케이츠는 개런티 한 푼 안 받고 한국 문구점을 먹여 살린 진정한 ‘책받침 여신’이라는 말도 나왔다.

책받침 여신이라는 수식어에는 1980년대 여성 섹슈얼리티 표상의 변화를 함유하고 있다. 메릴린 먼로, 자넷 리 등 금발의 밤셸(bombshell·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한 여성)이 1970년대까지 대중의 관심을 독식했다면 1980년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섹스 심벌이 등장한다. 그 변화의 주역이 케이츠다.

어두운 갈색 머리와 그을린 피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갖춘 케이츠는 어린 소녀의 앳된 얼굴에 플레이보이지의 버니 걸을 연상케 하는 관능적인 몸매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모델로 데뷔했던 케이츠는 그럭저럭 성공했으나 연기자로 전업하길 원했다. 그는 열일곱 살이 되던 1982년 영화 ‘파라다이스’(감독 스튜어트 길라드·사진)로 데뷔했다. 이 영화는 한 해 전에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실즈 주연 ‘블루 라군’의 아류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케이츠는 이 작품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파라다이스’의 배경은 1823년 바그다드다. 여행 중이던 귀족 집안의 딸 사라(피비 케이츠)는 선교차 미국에서 온 데이비드(윌리 에임스) 가족과 마주친다. 부모가 ‘자칼’이라 불리는 아랍인 노예 사냥꾼에 의해 살해돼 혼자 남은 데이비드는 사라, 사라의 집사인 제프리 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향한다. 하지만 제프리마저 자칼의 습격으로 죽은 후 사라와 데이비드는 험난한 여정을 함께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

영화의 본론은 사라와 데이비드가 자칼의 습격을 피하던 중 오아시스를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펼쳐진다. 두 사람은 남은 옷가지를 찢어 몸을 가리고, 나뭇가지를 주워 은신처를 짓는다. 사막을 횡단하며 지친 이들은 이 은신처에서 정착하기로 한다. 둘은 이 날것의 생활이 싫지만은 않다. 하루 먹을 식량을 데이비드가 사냥해오면 사라는 음식을 만들고, 배가 부르면 폭포 옆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바라본다.

아마도 영화의 키워드라고도 할 수 있는 ‘자연’은 사라와 데이비드가 바라보는 풍경에서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소녀와 소년인 이들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의사인 아버지의 의학책을 품고 다니며 여자와 남자의 육체에 대해 배웠던 사라는 자신의 몸과 데이비드 몸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그럼에도 ‘욕망’을 배우지 않은 사라는 데이비드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전개된다. 틈만 나면 알몸으로 수영하거나 목욕하는 케이츠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욕망하는 주체인 데이비드의 시선을 통해서다. 데이비드는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폭포에서 목욕을 즐기던 사라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크게 부푼 사라의 가슴과 헐렁한 드레스를 채우고도 남을 엉덩이는 데이비드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 영화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케이츠의 헤어 누드를 포함한 전면 누드의 전시를 감행했다. 단순히 그의 몸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역시 미성년자인 데이비드와의 섹스신으로까지 진전된다. 데이비드의 변화를 보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사라 역시 마찬가지다. 산책을 나갔던 어느 날 밤, 사라는 용기를 내 데이비드와 키스한다. 소심한 데이비드가 내심 답답했던 사라는 옷을 벗고 데이비드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는다. 데이비드가 사라의 책 속에서 그림으로만 봐왔던 여성의 몸은 비로소 물성을 입는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보고, 만지고, 느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물체가 여성의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문명이 닿지 않은 곳에서 자연의 섭리를 익힌 사라와 데이비드에게 결국 아이가 생긴다. 이들은 은신처를 떠나 도시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전적으로 케이츠에 의한, 케이츠를 위한 영화다. 줄거리도 연기도 무엇하나 인상적인 요소가 없지만, 카메라가 케이츠를 비출 때면 그 밖의 요소는 사족이 된다. 영롱한 케이츠의 절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적 경험이 아닌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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