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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보다 20배 빠른 5G, 우리 삶을 영화로 만든다

입력 2018. 08. 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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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영화로 푸는 테크 수다 - 5G 시대를 보여준 ‘킹스맨’


킹스맨1편의 홀로그램 가상회의 모습. 각각의 본부에서 요원들이 특수 안경을 쓰고 회의를 진행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킹스맨1편의 홀로그램 가상회의 모습. 각각의 본부에서 요원들이 특수 안경을 쓰고 회의를 진행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가상 회의·자율주행차 운행

360도 모든 장면 담아내고

출발·정지 신호 제때 보내려면

대용량 데이터 주고받아야 해


전송 속도 20Gbps인 5G 필요

4차 산업 연결할 기반 기술

007 ‘유어 아이즈 온리(원제: For Your Eyes Only)’를 노골적으로 베낀 포스터. 잔혹하고 현란한 액션. 애들은 볼 수 없는 19금 등급. 이쯤 되면 그저 시간 때우기 좋은 B급 스파이물 같다.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진지하고 복잡하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이하 킹스맨1) 얘기다.


최첨단 무기로 보는 재미 더한 ‘킹스맨’

킹스맨1은 007시리즈에 대한 오마주와 아서 왕 전설 같은 다양한 텍스트에 대한 패러디로 가득하다.깔끔한 정장에 매너를 갖춘 젠틀맨, 방탄 투시 우산, 칼이 숨겨진 구두, 라이터 모양 수류탄 같은 첨단 무기는 007시리즈 그 자체다. 킹스맨1은 한발 더 나가 007시리즈를 뒤집는다. 스파이 영화의 규칙을 벗어나 때론 변칙(!)을, 때론 반칙(?)을 쓴다. 자유자재로 흐르듯 오가는 액션 장면, 머리가 폭죽처럼 터지는 장면, 스파이의 고뇌를 털어낸 경쾌한 리듬감과 음악…. 모든 것이 강렬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대사와 ‘섹시 중년’ 콜린 퍼스의 수트핏으로 뜨거운 인기를 끈 킹스맨1은 국내에서만 관람객 600만 명이 넘는 놀라운 흥행을 기록했다. 매너 있게 컴백한 후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의 유머 감각도 맞춤형 정장처럼 매끈하다. 덕분에 시리즈를 마무리할 3편 ‘킹스맨: 레드 다이아몬드’의 제작을 서두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영화는 세상을 파격적으로 비틀고 재단한다. 1편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는 IT 갑부 발렌타인은 MS 설립자 빌 게이츠를 패러디했다. 휴대폰을 사용하면 뇌가 뜨거워지면서 공격적이 된다는 설정은 휴대폰이 뇌종양을 증가시키느냐에 관한 논쟁을 빗댄 것이다.

영화를 보는 재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첨단 무기와 함께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IT 장비가 곳곳에 기다리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기술이다.

영화에는 전 세계에서 활약 중인 비밀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긴급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론 각각의 본부에서 요원들이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안경을 쓰기 전엔 보이지 않았던 동료들이 안경을 착용하면 눈앞에 나타난다.

영화 속 텔레프레즌스 기술은 현재로선 조금 먼 얘기지만,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지금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단,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5G(5세대 이동통신)가 필수다.


킹스맨1편에 나온 자율주행차 모습. 현재 통신기술인 LTE로 정지 신호를 보낸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킹스맨1편에 나온 자율주행차 모습. 현재 통신기술인 LTE로 정지 신호를 보낸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5G가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1편에서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에그시(태런 에저튼)는 폭력을 당한 엄마의 얼굴을 보고 복수하기 위해 동네 깡패 딘을 찾아간다. 하지만 말썽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해리(콜린 퍼스)가 원격으로 자동차를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에그시를 데려다 놓는다. 이처럼 사람이 타지 않아도 원거리에서 조종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제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텔레프레즌스 기술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다양한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5G다.

5G 정식 명칭은 IMT-2020. 특징은 속도다. 속도 단위는 Gbps로 표기하는데 1Gbps가 1초에 약 10억 비트 정도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4G는 최고 전송속도가 1Gbps, 5G는 20Gbps인 점을 고려하면 5G가 20배 정도 빠르다. ‘빠르다’는 말은 ‘잘 끊기지 않고 지체 시간이 짧다’와 ‘한꺼번에 많은 기기와 통신할 수 있다’는 뜻도 포함된다. 주파수 대역폭도 LTE보다 100배 커진다.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4G가 1차로 도로고 5G는 100차로 고속도로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 가전 같은 첨단 기기들은 모두 통신망에 연결된 ‘커넥티드 디바이스(Connected Device)’다. 즉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야 각종 정보를 내려받거나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말씀. 따라서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현관문을 잠그거나 가스레인지 불을 끄는 사물인터넷이 가능해지려면, 이런 현관문·가스레인지 등이 모두 통신망에 접속돼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도 5G 없이는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처럼 주인공 해리가 에그시가 탄 자율주행차에 현재 통신기술인 LTE로 정지 신호를 보낸다면 100분의 1초가량이 걸린다. 빨라 보이지만 시속 100㎞로 달렸다면 차가 정지할 때까지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5G는 LTE보다 20배가량 빨리 차량을 세울 수 있다.

최근 가상현실(VR)을 반영한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VR/증강현실(AR) 콘텐츠 전송 속도 때문에 콘텐츠는 많지 않다.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느끼려면 360도 모든 장면을 담아내야 하므로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5G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5G 통신은 그저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얘기다. VR/AR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이냐, 자율주행차는 믿고 탈 수 있는가.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을 해결하는 인프라라는 의미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가진 5G는 1차 산업혁명을 이끈 증기기관, 2차 산업혁명을 있게 만든 전기,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인터넷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연결하는 기반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을 ‘네트워크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인기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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