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원 스트라이크 아웃" SPC 대주주의 엄격한 3세 관리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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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8.08. 오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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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은 전국 3367곳의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이 회사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40)이 7일 대만 등에서 액상대마를 밀수해 흡연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유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조선DB

허희수 부사장은 형인 허진수 부사장보다 승진이 느렸지만, 몇 해 전 미국 유명 수제버거 쉐이크쉑(Shake Shack)을 국내에 들여와 성공시키며 경영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쉐이크쉑은 뉴욕에 출장이나 여행을 간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한 햄버거로 꼽혔다.

현대백화점 등이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허 부사장은 창업자인 대니 마이어를 직접 찾아가 오랜 설득 끝에 한국 진출 파트너가 되는데 성공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형의 그림자에 가려있던 그가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앞으로 SPC그룹의 외식사업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경영에서 영구 배제됐다. 아버지 허영인 회장은 허희수 부사장이 구속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앞으로 경영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3세의 일탈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기업 대주주가 친(親)자식을 경영에서 완전히 손 떼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기 때문이다. 허 회장의 이러한 결단은 국내 재계의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최근 몇해동안 문재를 일으킨 재벌 3·4세가 적지 않았다. 구혼 거절에 앙심을 품고 호스티스를 폭행한 A사 회장 아들, 자신의 차 앞에 소형차가 끼어든다고 폭행한 B사 아들,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탱크로리 기사를 구타한 후 때린만큼 돈을 준 C사 아들, 술자리에서 변호사를 폭행한 D사 아들, 땅콩 서비스를 문제삼아 난동을 부리고 비행기를 되돌린 E사 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자리를 내려놓고 반성하는 척 하다가 대중에게 잊혀질때쯤 슬쩍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다시 경영에 복귀해도 똑같은 문제가 재발되고 사안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E사 딸은 땅콩회항 사건 후 3년만에 계열사 등기이사로 복귀했으나 최근 외국인 불법고용 사실이 드러나며 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횡령·탈세·분식회계 등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은 재벌들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회사 경영에 복귀한다. 이런 기업을 어떤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재벌 3·4세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안하무인식 갑질을 일삼는 이유를 ‘족벌 경영시스템’에 있다고 진단한다. 문제를 일으켜도 언제든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는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이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혼자만의 도덕체계를 만들어 불법이나 갑질을 저지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너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한국의 지배구조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또 재벌 3·4세는 창업자인 아버지와 회사를 같이 키운 재벌 2세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로 회사의 주인이 되기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경영을 경험을 통해 익힌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배우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를 특권의식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떨까. 법원은 불법을 저지른 미국 5위 케이블TV 업체인 ‘아델피아’의 오너 부자(父子)에 징역을 선고하고 ‘회사 경영에 완전히 손을 떼라’는 내용을 판결문에 넣었다. 이와 함께 오너의 재산 15억달러(1조6700억원)를 몰수했다.

전문가들은 재벌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국내 대기업에서 오너의 전횡을 감시할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가운데엔 기업과 용역거래 등 이해관계가 있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 상법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했다.

[유윤정 기자 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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