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과 한국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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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5.11. 오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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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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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일본의 맛'·'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국인의 시선에서 아시아를 바라본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하나는 일본의 음식과 문화, 다른 하나는 한국인과 한국 문화가 주제다. 두 책 모두 유머러스한 글 속에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오로지 일본의 맛'(글항아리 펴냄)은 영국의 작가 마이클 부스가 일본을 100여일간 여행한 뒤 쓴 일본 음식 이야기다.

부스는 프랑스 파리 요리학원에서 알게 된 일본인 도시에게 일본 음식은 모양이 전부일 뿐 심심하고 맛이라곤 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심심하고 맛있는 것쯤이야 충분히 알지. 일본 음식은 모양이 전부잖아. 맛이라고는 전혀 없어. 편안함이 있기를 하나 온기가 있기를 하나. 사람을 환대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를 하나. 지방이 없으니 맛도 없을 수밖에'.

그런 부스에게 도시는 일본의 유명 요리사였던 쓰지 시즈오가 영어로 쓴 일본 요리 책 '일본 요리: 단순함의 예술'을 선물한다. 쓰지는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쓰지 조리사 전문학교의 창업자다. 그가 1980년 쓴 이 책은 서양에서 일본 요리 입문서로 통한다.

쓰지의 책을 읽고 일본 요리에 매력을 느낀 부스는 일본 요리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일본에 간다. 부인과 여섯 살, 네 살 아들과 함께 도쿄와 홋카이도,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을 3개월간 여행하며 야키도리(일본식 꼬치구이)부터 고급 식당의 요리까지, 지역적으로는 홋카이도의 게 요리부터 오키나와의 고구마와 뱀탕까지 다채로운 일본의 음식과 식문화를 경험한다.

일본 요리가 맛없다고 단언하던 저자는 여행 후 일본 요리에 푹 빠진다. 누드 김밥으로 손님을 접대하고 온갖 음식에 된장을 넣어 먹는다. 지방이 없으면 맛도 없다던 태도에서 벗어나 고기는 적게 먹고 채소 섭취량을 늘렸다.

책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책은 15만부가 판매됐으며 '영국 가족, 일본을 먹다'(원제 Sushi and Beyond)란 제목으로 NHK에서 15부작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강혜정 옮김. 500쪽. 1만8천500원.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21세기북스 펴냄)는 한국에 11년째 사는 영국인 팀 알퍼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를 경험하며 느낀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어느새 익숙해진 그는 모국 영국에 가서는 너무 느린 계산대 점원의 속도에 '좀 빨리하면 안 돼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한국이 자신을 망친 걸까 생각하면서도 남은 생을 한국에서 살 거니 괜찮을 것 같다고 위안(?)한다.

한국 선거문화도 즐거운 경험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선거일에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나이 지긋한 후보자들이 기자들로 꽉 찬 홀에서 하품 나는 연설만 하는 유럽인들의 선거 유세와는 달리 한국의 선거 유세는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활기가 넘친다. 등산로 입구에서 흰 장갑과 커다란 선바이저를 끼고 열심히 율동 하는 아줌마 알바는 물론이고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뽐내는 개표 방송은 서양인의 눈에 흥미롭기만 하다.

저자는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치를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선거 유세는 놀랍게도 사람들을 끌어당길 만큼 재미있고 활기가 넘친다"며 선거일을 고대하기까지 한다.

저자는 "한국에 살면 살수록 한국이라는 나라는 변화 그 자체임을 실감한다"면서 "나 같은 서양인이 이런 나라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인 동시에 낯설고 생소한 도전, 꼭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조은정·정지현 옮김. 320쪽. 1만6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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