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말복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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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8.16. 오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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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이준관 시인이 노래한 '여름밤'입니다. 그랬습니다. 어릴 적 여름밤이면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누워 하늘 가득 총총한 별을 보며 잠을 잊었습니다. 그래도 더우면 수돗가에 엎드려 어머니가 대야째 퍼부어주는 물로 등목을 하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 우리를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 건, 물을 열 대야나 뒤집어써도 몸이 식지 않는 밤, 열대야입니다. 열대야라는 말은 NHK 기상캐스터를 지낸 일본 수필가 쿠라시마 아쓰시가 1966년 만들었습니다. 일본 기상청이 이 말을 받아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로 정의한 것을 우리가 가져다 쓰고 있지요.

오늘이 말복이었습니다. 항상 입추 지나고 오는 복날이어서 삼복더위의 마지막 고비로 칩니다. 그래서인지 내일 새벽엔 드디어 열대야를 면할 모양입니다. 오늘까지 쉬지 않고 스무엿새를 이어온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최장기록이 멈춘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아하긴 이릅니다. 일요일부터 다시 서울에 열대야가 시작해 적어도 일주일 더 간다는 예보입니다. 내일이 견우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 칠석이지만, 선선해야 할 음력 칠월 저녁에 황소뿔이 녹는다는 속담이 실감납니다.

삼복 지나는 동안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그렇게 녹초가 된 몸을 추스르는 말복 달임으로는 한껏 달콤해진 수박이 으뜸입니다. 그래서 임금님도 말복이면 옛 성균관 유생들에게 수박을 한 통씩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여름엔 수박 사먹기도 겁납니다. 폭염에 농사를 망쳐 한 통에 4만, 5만원이 예사입니다. 농 수 축산물 모두 뜀박질을 하는 바람에 벌써부터 추석물가 걱정이 큽니다. 가슴 졸이며 틀어야 했던 에어컨 전기요금 고지서도 곧 날아들겠지요.

더위를 다스리려면 마음부터 다스리라고 합니다만, 서민들은 이래저래 마음 둘 곳 없는 여름입니다. 8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말복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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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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