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00년전(추정) 황해도 일대에 큰 홍수가 나 연안군 호남리에 서있던 은행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가 뿌리째 뽑혔다. 부부은행나무 중 수나무였다. 암나무는 홍수를 이겨내 그래도 서있었고, 뽑힌 수나무는 맞은편 섬인 강화도 서도면 볼음도까지 떠내려갔다. 볼음도 주민들은 그 은행나무(수나무)를 건져올려 섬에 심었다. 이후 강화도와 황해도 연안 주민들은 서로 연락해서 음력 정월 그믐에 맞춰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부부 은행나무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그러나 이 행사는 1945년 남북 분단 이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문화재청은 17일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리 현지에서 60년 넘게 중단된 이 민속행사를 복원했다. 이번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음력 7월7일·양력 8월17일)에 맞춰 행사를 펼쳤다.
볼음도에 서있는 은행나무(수나무)는 가슴높이 줄기 둘레 9m, 밑동 둘레 9.8m, 키 24m에 이른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304호로 지정돼있다. 맞은 편인 황해도 연안의 암나무 역시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오랜세월 떨어져 있었던 은행나무 부부의 아픔을 달래고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남과 북의 주민들이 함께 기원해왔던 은행나무 제를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청장은 “앞으로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과 같은 날 각각의 장소에서 부부 은행나무의 제를 다시 지내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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