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 <56>패러데센스(paradessence=paradox+essence)

패러독스(paradox)와 에센스(essence)를 합친 패러데센스(paradessence)라는 말이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모순적 속성이 이종결합(異種結合)해 묘한 매력을 끄는 것을 패러데센스라고 한다. 패러데센스는 일종의 이연연상이자 이종결합 결과 탄생하지만, 연상과 결합 이전의 연상과 결합 대상이 갖는 본질적 속성이 패러독스적 속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커피는 자극적 중독성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여유와 휴식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이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호 배타적 속성을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 접목해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처럼 제품이나 사람의 양면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패러데센스는 우리말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오르락내리락` `오락가락` `오는 둥 마는 둥` `들락날락`이라는 말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동작과 오는지 가는지, 들어가는지 나가는지를 한 단어에 동시에 표현하고 있는 모순어법이다. `보일락 말락`은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어정쩡한 상태를 지칭하며, `시원섭섭하다`는 말은 시원하기도 하지만 섭섭하다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엄마 어디 갔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나들이` 갔다고 한다. 영어에서는 “She is out”이라고 한다. 영어는 분명이 나갔다고 하지만, 우리말에는 나갔다들어오는 동작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나들이`라는 말이 있다. `미닫이`와 `빼닫이`는 각각 밀고 닫고와 빼고 닫고를 동시에 지칭하는 말이다. 엇갈려 있지만 비슷하다는 말을 `엇비슷`하다는 말로 표현한다. 이런 말 모두가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전혀 다른 말이 한 단어에 모순된 어법으로 함께 공존하는 단어들이다.

영어의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간다`는 의미밖에 없지만 실제로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래서 우리말에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승강기(昇降機)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