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73>전문가가 되는 3단계 학습여정: 수파리(守破離)

전문성을 연마하는 과정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미완성(未完成)이지만, 미완성이기에 이전과 다른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미완성(美完成) 교향곡이다. 전문성을 배운다는 것은 스승과 함께 기본기를 철저하게 닦은 다음, 다양한 응용기술을 연마하면서 스스로 문제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내공을 축적하고, 급기야 스승을 뛰어넘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다.

`장인`이라는 책을 쓴 리처드 세넷은 장인을 어제와 다른 질적 도약을 위해 언제나 조금 더 잘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인에게 100% 만족이란 없다. 언제나 어제보다 또는 전보다 조금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아지기 위해 어제와 다른 마음 자세와 노력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전문성의 축적과 심화를 통해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은 그래서 영원한 미완성 교향곡이다.

검도에서 무공을 닦는 3단계 과정인 수파리(守破離) 과정을 거치면서 무림 지존에 이르는 과정 역시 영원한 미완성이다. 매 순간, 이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과정이다. 그 과정의 아름다움이 결국 결과의 아름다움을 가져오는 미완성(未完成)은 미완성(美完成)이다. 수파리의 첫 번째 단계인 `수(守)`는 `가르침을 지킨다`는 의미로 사부가 가르친 기본을 철저하게 연마하기 위해 지루한 반복을 거듭하는 단계다. 여기서 지루한 반복은 어제와 비슷한 단순 반복이 아니라 들뢰즈 용어로 이야기하면 어제와 다른 차이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다른 반복이다.

두 번째 `파(破)`는 원칙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에 따라 독창적인 응용 기술을 창조하는 단계다. 마지막 단계인 `리(離)`는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신기의 세계로 입문하면서 스승과 이별하는 단계다. 스승보다 나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단계로 도약하는 단계다. 기본기를 닦는 수의 단계를 거쳐 창조적 응용 동작을 하는 파의 단계를 통과하면 비로소 자신만의 독창적인 비밀병기로 스승과는 또 다른 길로 입문하는 리의 단계, 그 끝은 없다. 영원히 순환하고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차이를 발생시키면서 어제보다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애쓰는 영원한 미완성 교향곡인 셈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