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우승 놓쳐 사과”…몸 낮춘 ‘베트남 영웅’

양승남 기자

U-23 축구, 우즈벡과 연장전 석패 “이젠 아시안게임 뛸 좋은 선수 발굴”

국가주석은 감독·선수에 노동훈장

박항서 “우승 놓쳐 사과”…몸 낮춘 ‘베트남 영웅’

눈을 직접 본 선수가 3명밖에 되지 않았다. 베트남 선수들에게 눈과 추위는 익숙지 않았다. 연장까지 치른 경기가 많아 가뜩이나 체력 부담이 큰데 결승전에는 폭설까지 쏟아졌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붉은 유니폼의 베트남 선수들은 쉴 새 없이 하얀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상대보다 신장은 작았지만 심장은 더욱 커 보였다. 시종일관 눈밭에서 투지를 발휘하며 뛰었다.

연장 종료 1분을 남기고 골을 내줘 패하고 말았지만 경기를 마친 뒤 박수가 쏟아졌다. 베트남 현지를 뜨겁게 달군 것은 물론 한국 축구팬도 ‘박항서 매직’에 아낌없이 칭찬했다.

박항서 감독(사진)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에서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조별리그 1승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베트남은 이번 대회 최고 이변의 주인공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을 아쉽게 놓쳐 응원해 준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선수들은 모든 능력을 쏟았으며, 때로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자신이 책임을 떠안았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를 통해 강한 투지와 조직력, 개인기를 두루 겸비한 축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일약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베트남 현지에는 거리응원을 나온 축구팬들의 붉은 물결이 출렁였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번 대회 준우승을 일군 대표팀에 1급 ‘노동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박항서 감독과 미드필더 응우옌 꽝 하이, 골키퍼 부이 띠엔 중은 3급 노동훈장을 받는다. 선수들이 귀국하면 대규모 카퍼레이드도 예정돼 있다.

박항서 감독은 주위의 격려와 칭찬에 몸을 낮추면서 베트남 축구가 계속 아시아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만 생각한다. 23세 이하와 국가대표 감독을 겸하는 박 감독은 선수들을 파악하며 새로운 구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활약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11월에는 베트남이 중요하게 여기는 동남아시아 스즈키컵이 예정돼 있다.

박 감독은 “3월부터 베트남 프로리그가 시작된다. 23세 이하 대표팀에 성인 대표가 12명이나 포함돼 있다. 프로리그를 보면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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