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국제면 맥락이 보인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면 지구의 반대편에서 벌어진 긴박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 민족간, 국가간, 정파간의 분쟁, 내전, 내란, 반란 등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지구에서 포화는 그칠 줄 모른다. 하지만 신문에서 전하는 이런 뉴스들을 보아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개요만 얻을 뿐, 왜 이들의 이해가 엇갈려서 총부리를 겨누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힘들다. 신문 국제면의 편집자들도 사건 사고의 보도에 치중해서 그 맥락을 자세히 전달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정은 공중파 방송 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분쟁만큼 맥락의 이해가 기사의 이해에 절실한 경우는 없다. 그들이 왜 싸우는지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이 충분히 그려져야지만 현재의 진행 상황도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 예로 2004년 1월 11일에 실린 다음의 뉴스를 보자.
“소수 투치족과 다수 후투족 간의 분쟁으로 30여만 명의 대량학살극을 빚은 중앙아프리카 소국 부룬디는 2000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1월엔 후투족 주요 반군세력인 ‘민주수호를 위한 민족평의회’(CNDD-FDD)가 정부와 권력분점 협정에 합의해 반군지도자를 포함한 거국내각이 구성됐다. 지난 6일엔 투치족 정부군과 후투족 반군세력의 통합군사령부가 구성됐다. 또 평화협상에 유일하게 반대해왔던 후투족 반군세력인 민족해방군(FNL)이 정부와의 협상에 응할 뜻을 밝혀와 평화 기운이 어느 때보다 높다. 도미티엔 응다이제예 대통령은 이번주 벨기에나 프랑스에서 반군 대표와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과도정부는 올해 말로 해소되며, 내년 초 민주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현재 상황에 대한 개요만을 전달할 뿐, 왜 그들이 ‘대량학살극’을 빚었는지에 대한 내용 설명은 없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신문 기사에서 새로운 이러한 국면이 닥칠 때마다 그 역사적인 전개를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긴박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장황한 설명은 기사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신문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역사적 전개에 대한 이해를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면을 볼 때 참고할 수 있는 글이 절실하다.
『한눈에 보는 세계분쟁지도』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의 배경과 원인, 사태의 경과와 중요한 사건들을 간결한 지도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신문에서 국제 분쟁 뉴스를 접하게 될 경우 이 책의 해당 페이지를 펼쳐보게 되면 분쟁의 쟁점과 메커니즘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부룬디 사태의 경우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르완다는 적도 아래의 열대 우림에 위치하는 아프리카 대륙 중앙부의 작은 국가이다. 르완다는 기원전 800년경부터 후투족과 투치족이라는 두 부족이 정착해왔다. 9대 1의 비율로 후투족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 후투족은 농경민족, 투치족은 유목민족이다. 소를 소유하는 투치족이 농경민족인 후투족에 비해 부유한 계층이지만, 후투족도 부자가 되어 소를 소유하면 투치족으로 간주되었다. 부족간의 결혼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며, 두 부족은 평온하게 공존했다…… 사정이 바뀐 것은 19세기 들어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투치족과 후투족의 비율이 르완다와 거의 같은 부룬디에서도 두 부족이 대립, 1965년 투치족이 독재 체제를 확립하고 후투족에 대한 박해를 가했다……”
『한눈에 보는 세계분쟁지도』는 친절하게 이런 역사 속에서 반목해온 복잡한 분쟁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분쟁의 메커니즘
이러한 세계분쟁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집적인 배려를 했다.
ㆍ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객관적으로 서술 : 분쟁 당사자의 관점에 휘말리지 않는 객관적인 서술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ㆍ전개 상황을 시간순으로 간결하게 정리 : 이 책에서 각각의 분쟁의 첫 두 페이지는 분쟁의 역사적 전개에서 중요한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ㆍ민족 분포, 접전과 공방 등을 요약 정리한 지도 : 영토 분쟁의 경우 지도를 통해서만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이 밖에도 구 유고 연방처럼 다민족 국가의 분쟁의 경우 지역적인 분포도야 말로 분쟁 이해에 직결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지도가 사안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ㆍ정세 이해를 돕는 칼럼과 팁 : 크게 다루지 못하는 작은 분쟁의 경우 칼럼으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각 분쟁에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박스글로 정세 이해를 도왔다.
『한눈에 보는 세계분쟁지도』에서는 극한의 대립을 펼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분쟁을 대륙별로, 거의 대부분을 망라해서 보여주고 있다.
중동
팔레스타인 분쟁 | 쿠르드족 문제 |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 | 키프로스 분쟁 |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
서아시아ㆍ동남아시아
아프가니스탄 분쟁 | 카슈미르 분쟁 |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 동티모르 분쟁 | 타밀족 독립운동
동아시아
티베트 독립운동 | 남북한 문제 | 중국과 타이완의 대립 | 난사 군도의 영유권 분쟁 | 북방 영토 문제 | 센카쿠 섬 분쟁
유럽
구 유고 연방 해체와 코소보 분쟁 | 북아일랜드 분쟁 | 체첸 분쟁 | 바스크와 스페인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 | 소말리아 내전 | 부족간 국경 분쟁
남북아메리카
쿠바 문제 | 페루 내분 | 콜롬비아의 게릴라 조직
▶정의의 전쟁은 존재하는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전쟁들은 모두 정의를 내세운다. 탄압에 대한 항의이거나, 외세에 대한 대항이거나, 지배민족에 대한 항거, 침략에 대한 반격, 종교를 지키기 위한 의분, 테러에 대한 응징 등 모든 민족들이 적을 향해 목숨을 내던지는 것은 분명하고 확고한 명분을 내세워서이다. 그래서 항상 모든 전쟁은 ‘정의의 전쟁’이며 ‘성스러운 전쟁’이고 여기에 목숨을 바치는 것은 순교가 된다. 이렇게 대립하는 쌍방의 이해는 첨예하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전쟁은 아집이나 단견으로 발생하며 공격을 당하는 쪽에서는 단지 부조리한 대량학살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계분쟁의 역사를 다루면서 이 책의 저자는 “정의의 전쟁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품었고 이 해답을 내릴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모든 전쟁은 부조리의 집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읽고 “결과적으로 각각의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정의’가 얼마나 독선적이고 위험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