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LOUNGE] 수익 경영 본격화 르노삼성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 | 소형 해치백 ‘클리오’로 침체 분위기 반전

입력
수정2018.06.28. 오전 11:41
기사원문
배준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1967년생/ 프랑스 에꼴(Ecole) Science Economics 졸업(ESSEC-MBA)/ 1991년 르노그룹 입사/ 1996년 르노 파이낸스 매니저/ 2006년 RCI Korea CEO/ 2010년 닛산 영업·재무관리/ 2012년 RCI브라질 CEO/ 2016년 글로벌 RCI Bank&Service 부사장/ 2017년 르노삼성 대표이사(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은 불모지로 통한다. 폭스바겐 골프를 제외하고는 존재감을 드러내 보인 모델이 없었다. 그만큼 국내 내수 시장에 해치백을 들여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들여온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51)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말 르노삼성은 CEO(최고경영자)의 느닷없는 교체로 어수선했다. 르노삼성은 2015년, 2016년 잇달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던 터라 박동훈 전 사장의 사임은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사임 배경을 두고 폭스바겐코리아 재임 시절 배기가스 조작 논란과 관련된 재판에 따른 부담감 등 각종 설(說)만 무성했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 속 르노삼성의 구원투수로 전격 등장한 이가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이다. 르노그룹은 박 전 사장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새 CEO를 내정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프랑스 본사에서 해외법인 CEO 후보를 상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967년생인 시뇨라 사장은 프랑스 에섹 비즈니스스쿨 MBA(국제금융 전공)를 졸업한 뒤 1991년 르노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RCI(Renault Credit Institution Ltd.) CEO, 닛산 영업·재무관리, RCI브라질 CEO, RCI Bank&Service 부사장 등을 거치며 재무와 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2006년부터 2009년까지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CEO로 한국 시장을 4년간 경험한 점이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2006년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대표 부임 전 멕시코·태국 RCI 해외지사장을 역임했고 프랑스 본사 재직 때도 오스트리아, 벨기에, 브라질, 폴란드, 스위스 등 유럽 내 새 지사들을 설립하고 안정화시키는 등 국제경영 감각이 뛰어난 전문가로 평가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한국을 경험한 적 없는 외국인 CEO가 부임하면 한국 정서와 시장을 파악하는 데만 최소 1~2년 걸리지만 시뇨라 사장은 한국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본사 신임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르노 본사 배당금 가파른 증가

내수는 수입 모델 중심 판매

‘삼성’ 브랜드 결별 수순 밟을 듯

시뇨라 사장 취임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그는 르노그룹 내 전형적인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5번째 CEO로 시뇨라 사장이 부임하면서 르노삼성은 다시 재무통을 수장으로 맞게 됐다. 르노삼성은 2000년 국내 진출 이후 대체로 재무·전략통이 CEO를 맡아왔다.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던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그룹 내부에서 재무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고 3대 프랑수아 프로보도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프랑수아 프로보는 프랑스 재정경제부 재무팀 선임사무관을 지냈다. 2대 사장이던 장 마리 위르띠제는 엔지니어 겸 프로젝트 매니저 출신이었다. 영업통은 르노삼성의 4번째 CEO였던 박동훈 전 사장이 유일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르노삼성 안팎에서는 자동차 판매량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르자 본사 차원에서 수익성 관리를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많다.

단적인 예가 배당이다. 르노삼성의 최대주주는 르노그룹의 네덜란드 자회사인 ‘르노그룹BV’로 79.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 2~3년 동안 르노삼성의 실적이 ‘퀀텀점프’하자 본사가 받아가는 배당금 규모가 큰 폭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6년 르노삼성은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합쳐 3104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 100%로 한 해 남긴 순익을 몽땅 현금으로 줬다는 의미다. 2016년에 이어 호실적을 기록했던 2017년에는 중간배당 없이 결산배당만으로 총 2140억원, 순이익의 70%를 현금배당했다. 2015년에는 배당성향 50%로 14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만으로 인수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이런 맥락에 비춰 업계에서는 시뇨라 사장이 앞으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정책 등 수익성에 방점을 둔 경영 전략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인기 있는 차종을 앞세워 내수와 수출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량은 부진하다. 르노삼성은 지난 5월 국내 판매량이 한국GM에 밀려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하위로 밀려났다. 르노삼성은 지난 5월 내수 7342대, 수출 8759대 등 총 1만6101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21.5%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20% 넘게 급락했다.

무엇보다 차량 포트폴리오에서 다양성이 부족하고 특정 모델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초반 효자 노릇을 하던 중형 세단 SM6는 요즘 판매량이 신통찮다. SM6는 시판 직후 월 7000대가량 팔렸지만 지금은 반 토막 났다. 그나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6가 선방 중이지만 현대차 신형 싼타페와 쉐보레 에퀴녹스 등 경쟁 차종이 잇따라 나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시뇨라 사장은 소형 해치백 클리오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시판 첫 달인 지난 5월 756대를 판매해 국내 소형차 부문 월간 최고 판매를 기록했다. 유럽 현지보다 가격이 1000만원가량 낮게 책정됐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2030 소비층에게 어필한 결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약점 또한 명확하다. 유럽보다 싸다지만 국내 판매가(1990만~2320만원)는 중형 세단인 SM5(1835~2195만원)보다 비싸다. 현실적으로 ‘중형 세단보다 비싼 수입 소형차’라는 점이 판매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 들여온 클리오가 완전변경을 앞둔 구형 모델이라는 점도 아쉽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클리오는 유럽 시장에서의 큰 인기로 국내 수급 물량이 모자라 출시가 미뤄졌던 모델이다. 박 전 사장 재임 시절 출시를 서둘렀던 MPV 모델 에스파스도 아직 기약이 없다. 불안정한 차량 수급은 외국계 완성차 업체의 가장 큰 단점으로 시뇨라 사장이 해결할 과제”라고 촌평했다.

보다 큰 틀에서 시뇨라 사장이 ‘OEM 수입차’라는 비아냥이 뒤따르는 르노삼성을 본사 차원에서 어떤 위치로 포지셔닝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OEM 수입차’란 국내에 생산기지를 둔 완성차 업체가 모회사의 해외 생산기지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를 말한다.

이미 이 같은 조짐이 뚜렷하다. 르노삼성의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내수·수출량은 각각 3만3800대, 7만297대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수출량이 내수 판매량을 넘어섰다. 클리오는 르노삼성 로고가 아니라 프랑스 르노의 ‘로장주(losange)’ 엠블럼을 달고 출시했다. 즉, 부산공장은 닛산 로그의 수출기지 역할을 전담하고 내수는 르노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은 해당 업체 입장에서는 국내에 별도 생산라인을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판매 차종을 늘릴 수 있어 수익성을 올리는 데 좋다. 단,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들여오다 보니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국내 공장의 일감을 늘리거나 가동률을 높이는 데도 악재다.

이와 맞물려 르노가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결별 수순을 밟을지도 관심사다. 2000년 삼성차 인수 당시 르노는 한국 시장 안착에 삼성 브랜드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삼성과 10년 단위로 갱신 가능한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었다. 르노는 2020년까지 ‘르노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클리오가 다이아몬드 모양의 르노 로장주 엠블럼을 장착하고 르노 브랜드로 출시되자 결별설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시뇨라 사장은 르노 브랜드의 내수 시장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가며 생산, 판매 전략 변화를 위한 토대 마련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4호 (2018.06.27~07.03일자) 기사입니다]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아나운서가 직접 읽어주는 오늘의 주요 뉴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