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보리굴비도 원래 '보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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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에서 맛본 보리굴비 정식 한상차림

[오마이뉴스 조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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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고을 광주에서 맛본 보리굴비 정식 한상차림이다.
ⓒ 조찬현

천하일미 보리굴비 정식이다. 보리굴비는 쌀뜨물에 담가 압력솥에 찐 후 그릴에 구워내면 맛있다. 이때 시원한 녹차 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찢어 한 점 올리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녹차 물에 말아낸 밥은 그냥 먹어도 맛있다. 그런데 여기에 보리굴비를 쭉쭉 찢어서 고추장에 찍어 얹어먹으면 남다른 입맛으로 다가온다.

조선시대에 임금도 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성종 때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힘들어하니 무려 40여일을 점심 수라상에 물을 만 밥만을 올리도록 했다고 한다. <승정원일기>애 보면 영조 임금은 조기를 먹고 입맛을 되찾았다고 나온다.

대한민국에도 한때 춘궁기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에 보리밥을 말아 끼니를 대충 때우곤 했다. 반찬이라고 해봐야 짠지나 새금한 열무김치가 고작이었다. 그 시절에는 된장에 풋고추 하나만 있어도 감지덕지였다.

보리굴비를 보면 왠지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로 배 채우시던 그 시절의 어머니와 아버지 모습이.

 진짜 천하 일미다. 녹차 물에 밥 말아 보리굴비 올렸더니~.
ⓒ 조찬현

 남도의 맛을 한껏 품은 보리굴비다.
ⓒ 조찬현

다음은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 가사의 일부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보리굴비가 이제는 별미 음식이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다생선이 조기다. 이 조기를 천일염에 절여 해풍에 30~40일간 말리면 굴비가 된다. 찜이나 구이 조림으로도 즐겨먹지만 이렇게 보리 항아리 속에 저장한 후 장시간 말려서 굴비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원래 보리굴비를 만드는 생선은 조기였다. 그러나 참조기가 귀해 요즘은 참조기보다는 씨알이 큰 부세를 대부분 사용한다. 일명 백조구로 불리는 부세는 민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가 50cm 가량이다.

 보리굴비와 함께 내온 맛깔난 음식이다.
ⓒ 조찬현

 보리굴비는 고추장과 잘 어울린다.
ⓒ 조찬현

보리굴비 정식(15000원)을 맛본 곳은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한정식집이다. 남도의 맛깔스러운 반찬과 함께 잘 손질한 보리굴비를 근사하게 한상 차려낸다. 덤으로 내온 열무국수와 부추잡채에 촉촉한 계란찜 새우튀김 떡갈비 등의 곁들이 음식도 맛있다.

사실 조기를 한자로 풀이해보면 '기운 차리는 것을 돕는다'는 뜻이다. 도울 조(助)에 기운 기(氣)이다. 보리굴비 정식은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고 우리 몸에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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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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