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조카 아닌 것 같아"…상봉 내내 '긴가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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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공동취재단·강정숙 기자
입력 2018-08-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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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이재일씨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

제21차 이산가족 1차상봉단에는 상봉 마지막까지 가족인지 확실치 않아 혼란스러운 상봉이 계속된 가족도 있었다.

이재일(85)씨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전시에 납북된 형 이재억씨를 만나고자 상봉 신청을 했지만 이미 사망한 대신 두명의 조카를 만나고자 금강산 길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20일 단체상봉 첫날 북측 조카로 추정하는 경숙(53)씨와 성호(50)씨를 만났지만 상봉 10분이 채 안됐을 때 "아닌 것 같아"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북측 조카들이 갖고 온 결혼사진과 가족단체사진 등을 10장 이상 펼쳐 보였지만 동생 재환씨는 상봉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재단]

재환씨는"아무리 돌아가셨어도 아버지 나이도 모르냐"며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모른다"며 화를 냈다.

경숙씨는 재환씨에게 아버지 사진을 들어 보이며 "아버지가 맞습니다. 모습이 (작은아버지와) 비슷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재환씨는 "(사진속 인물이) 형님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아니다. 국민학교 때 헤어졌지만 나보다 몸집이 좋았거든"이라며 "어떻게 살면서 남쪽에 있는 형제 얘기를 한마디로 안했다는 거냐. 말이 되냐"며 상봉장을 나가버렸다.

소란이 일자 보장성원들이 몰려왔고, 한 여성 보장성원이 이재일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내가 가서 호적을 찾아오겠다"며 잠시 후 서류를 들고 나타났다.

이 보장성원은 서류를 이재일씨 앞에다 놓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두희 알지요, 이병희 알지요"라고 묻자, 재일 씨가 "맞다"라고 하며 확인을 해 나갔다.

확인 결과 이두희씨는 이재일씨의 큰아버지 이름이었고 이병희씨는 삼촌이었다.

이후 첫날 단체상봉은 재환씨가 상봉장을 나가버리고 없는 가운데 진행됐다.

하지만 이어진 환영만찬장에는 재일, 재환씨 형제가 모두 참석했다.

상봉 둘째날 오전 개별상봉도 진행한 이들은 이날 오후 단체상봉장에도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의구심과 오해는 이때도 이어졌다.

객실 개별상봉 당시 남측 가족이 북측 조카들에게 족보와 가족앨범을 선물로 줬지만 북측 가족이 객실을 떠난 직후 호적과 앨범이 든 가방이 호텔 복도에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다.

'북측 보장성원이 가족들에게 짐은 다 복도에 두고 가면 일괄 수거해 차에 실어준다'는 설명을 듣고 복도에 둔 것인데 '남측 가족이 오해한 것'이라는 설명에도 남측 가족의 혼란은 가중됐다.

실제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남측 가족이 북측 가족에게 한 선물은 북측에선 보장성원들이 일괄적으로 수거하게 돼 있어 다른 가족들도 모두 호텔 방 밖 복도에 뒀다.

이후 재환씨가 조카 경숙씨에게 "아까 준 족보와 가족 앨범을 왜 복도에 두고 갔냐. 다시 받고 싶냐"고 따지듯 물었고 이에 "네"라고 대답해 선물 전달은 순조롭게 됐다.

이들의 상봉행사 자체는 지속됐지만, 이씨 형제는 상봉행사 기간 내내 북측 가족이 실제 조카들이 맞는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이들 형제는 마지막 날 작별상봉에도 모두 참석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촌수가 먼 가족들이 생전 처음 만나고 하다보니 반신반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렇다고 당사자 분에게 가족이 맞다고 설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본인이 요청을 할 경우 추가 확인 작업을 하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상봉에서는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 아예 상봉에 참가하지 않고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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