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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이유 있는 자신감 "'공작', 기존 첩보물 복제품 아냐"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올 여름, 윤종빈 감독이 충무로에 한 획을 긋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돌아왔다. 흥행 공식인 화려한 액션에 기대지 않은 첩보물 '공작'을 선보인 것. '구강 액션 첩보극'이라는 전에 없던 장르로, 칸국제영화제를 뒤흔든 뒤 드디어 8일 국내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공작'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일찌감치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첩보물의 문법을 벗어나, 인물들의 밀도 깊은 심리전만으로 러닝타임 137분을 지루할 틈 없이 꽉 채우며 해외 유수 매체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 영화는 1990년대, 남북 냉전의 최전선에서 벌어진 대북 스파이 '흑금성' 첩보전의 실체를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진짜 첩보물을 만들고 싶었다"는 윤종빈 감독의 바람 그대로 완성됐다.

"스파이물 자체가 냉전시대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하고 그 본질을 비틀어서 저만의 색깔을 지닌 '본' 시리즈를 만들려 했어요. '본'과 같은 기존 영화들의 복제품이 아닌 다른 방식의 첩보물 말이에요. 스파이는 군인이잖아요. 그래서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피아(彼我) 식별, 이 가치에 초점을 맞춰 비틀었어요.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다가 명확하게 식별하지 못하고 바뀌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첩보물에 다가간 거죠."

이에 흑금성 역의 황정민과 북의 대외경제위처장 리명운 역을 맡은 이성민의 호흡도 신선하게 표현됐다. 이들 관계가 남북 영화하면 흔히들 예상하는 감정 과잉의 작위적인 브로맨스로 소모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남북 영화 특유의 남자 주인공들이 알콩달콩, 티격태격 싸우고 그런 것이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안 하려고 했죠. 그럼에도 많은 분이 '공작'을 브로맨스라고 표현하는데, 아마 가장 손쉬운 단어라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공작'이 다른 신념을 가진 남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이야기라고 봐요. 흑금성과 리명운, 적으로만 느끼던 한 대상을 한 명의 인간으로 생각하게 되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또한 윤종빈 감독은 액션신을 넣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애초에 내가 이 영화를 만들려 했던 의도는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넣을 수가 없었다. 스파이가 총을 쓰고 액션을 펼친다는 건 이미 정체가 들통났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공작'의 핵심은 긴장감이라고 생각해요. 뻔히 스토리를 알면서도 다양한 장치들로 표현돼 그 과정을 즐기는 영화가 있는 반면, '공작'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데서 오는 재미가 있죠."

결국 그는 후반부 액션신마저 편집을 결정,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사실 촬영하면서도 긴가민가 했었다. 찍을 당시 황정민과 조진웅에게도 편집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라며 "1·2차 편집에서 덜어냈다. 우리 영화엔 필요가 없더라"라고 전했다.

"'공작'을 보신 분들이 제 연출의 결이 전작들과는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시는데, 사람이 변해서 그랬겠죠(웃음). 전 사람이 안 변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봐요. 저도 아기 아빠가 되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냉소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시선이 많았다면 30대가 되니까 한쪽 선글라스를 벗고 세상을 바라보게 됐어요."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nara9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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