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여름 휴가철엔 '농가맛집'서 '힐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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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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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농촌진흥청은 농촌 지역 고유의 건강한 상차림을 맛 볼 수 있는 ‘농가 맛집’을 추천했다.

농가 맛집은 농업인이 손수 재배한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신개념 농촌식당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농촌 지역 문화 체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공간'도 제공한다.

본지는 여름휴가철을 맞아 농촌관광과 연계한 '농가 맛집'을 소개한다. 

◆희리산 콩부인이 만든 한식 '다정다반'

'다정다반'은 천연 해송이 즐비한 충남 서천의 자랑으로 꼽힌다. 희리산자연휴양림 자락에 있는 다정다반은 이름처럼 따뜻한 인심(情)과 차한 잔(茶), 정성스런 밥 한 끼(飯)로 마음마저 풍성(多)해지는 공간이다.

다정다반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직접 담근 천연발효액과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으로 맛을 낸 표고버섯강정, 장아찌, 도토리묵 잡채, 모둠전과 박대구이, 제철나물과 생청국장 김쌈, 오가피 등 약초 다린 물로 지은 밥 등이 유명하다.

다정다반의 주인 최영수, 박영예 부부[사진=농촌진흥청]


13년전 서울생활을 접고 이곳에 자리 잡은 최영수, 박영예 부부는 처음부터 농사를 짓고 식당을 운영할 계획은 아니었다.

박영예 다정다반 대표는 "평소 꽃과 차를 좋아해 시골로 내려가면 앞마당에 정원을 꾸미고, 수제 차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꽃밭에 농작물도 심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정원곁에 농장이 자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희리산 콩부인’으로 불리는 박 대표는 "콩의 매력에 빠진 것도 이때부터"라며 "그저 취미였던 것들이 사업으로 발전하게 될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맛이 담긴 수제 차와 전통 장, 장아찌는 지인을 통해 입소문이 퍼졌고, 부부는 귀촌 5년만에 ‘희리산 다원’의 문을 열었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은 교육과 서천군귀농협의회를 통해 다닌 농가맛집 견학이 큰 힘이 됐다. 여기서 배운 노하우와 사업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접목해 2013년 희리산 다원에 이어 서천군 1호 농가맛집 다정다반이 탄생했다. 

농가맛집 '다정다반'의 식단[사진=농촌진흥청]


박 대표는 "재료가 요리의 격을 좌지우지한다"며 "맛을 좌지우지하는 식재료는 비옥한 땅이 강과 바다를 만나 각종 해산물과 채소가 넘쳐나는 풍요의 땅 서천에서 수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정다반의 모든 음식은 손수 일군농장에서 자란 음식재료와 서천 지역에서 난 음식재료로만 요리한다.

상에 올리기 전부터 구수한 향이 코끝을 찌르는 해물된장찌개는 이곳의 대표메뉴 중 하나다. 싱싱한 바지락과 새우를 듬뿍 넣고, 박 대표가 직접 띄운 청국장과 된장을 섞어 끓이기 때문에 맛도 깊다.

전국 최고의 김 생산지인 서천에서 생산한 마른 김에 다정다반표 생청국장을 싸먹는 것도 별미 중 별미로 꼽힌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새콤 달콤 표고버섯 강정은 평소 버섯을 꺼리던 어린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부부는 식당 근처에 위치한 대형 표고버섯 재배단지에서 매번 재료를 공수해 온다. 재료 본연의알싸한 향과 고소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취나물 무침은 직접 만든 멸치액젓과 참기름으로만 맛을 냈다. 여기에 마늘을 넣지 않는 것이 박 대표만의 노하우다.

매실, 초석잠, 마 늘종으로 만든 3종 장아찌는 다정다반표 이색 메뉴로 유명하다. 매실을 수확하자마자 저온창고에 바로 보관해 숙성시켜 매실 장아찌의 아삭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찐 감자를 얇게 썰어 햇볕에 말린 뒤 튀겨낸 감자튀김은 부부의 한 상차림을 마무리하는 데 입가심으로 안성맞춤이다. 식사를 마친 후, 자리에 앉아 주인장 부부가 정갈하게 가꿔 놓은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후식이 된다.

박 대표는 "귀한 시간을 내서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펜션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다정다반을 찾는 손님과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맑은 술을 빚는 향기로운 집 '온제향가'
충북 보은에 위치한 온제향가는 전국 농가맛집 가운데 유일하게 전통주를 주재료로 한다.

온제향가를 운영 중인 장미란 대표(가운데)와 두 동생들[사진=농촌진흥청]


장미란 온제향가 대표는 "전통주하면 다들 막걸리만 떠올리지만 맛과 향, 담금 과정 모두 각양각색인 고급주가 수백가지"라며 "프랑스의 마리아주(mariage)처럼 우리 술에 어울릴 만한 요리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식당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은군 향토음식연구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통주에 곁들일 정갈한 향토음식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를 지켜보던 두 동생들도 뜻을 함께 했다. 야무진 살림꾼인 여동생과 귀농을 준비하던 남동생은 장 대표와 함께 전국 농가맛집을 돌아다니며 온제향가의 운영 방향을 잡아갔다.

2015년 농가맛집을 개업한 삼남매는 ▲다른 농가맛집 요리와 중복되지 않는 온제향가만의 요리 ▲지역 특산품인 대추와 사과, 한우 본연의 맛을 잘 살려 건강한 요리를 개발하는 것을 초점으로 운영방향을 정했다. 이렇게 개발한 메뉴가 벌써 20여 가지나 된다.

담백한 육수에 배추, 깻잎, 소고기를 듬뿍 넣은 온제향가의 '첩첩전골'[사진=농촌진흥청]


삼남매는 전통주를 식재료로 활용해 두부장아찌 소스, 복분자와 인겨자 소스, 매콤청양고추 소스 등을 직접 개발했다.

끓인 발효 복분자와인과 겨자를 섞은 소스는 첩첩전골의 풍미를 더한다. 끓인 대추술에 다진 양파와 꿀, 집간장을 섞어 숙성시킨 소스는 텃밭샐러드와 잘 어우러진다. 

'첩첩전골'의 풍미를 더해줄 별미소스와 13곡 영양연잎밥[사진=농촌진흥청]


삼남매 텃밭에서 수확한 들나물과 산나물, 복분자와인에 재운 닭 가슴살 튀김으로 만든 텃밭샐러드는 온제향가의 대표 메뉴다.

그 위에 알록달록 식용 꽃을 올려준다. 입으로 한번, 눈으로 한번 맛보는 이색 요리로 소문이 났다.

잣과 배를 갈아 만든 잣즙에 보은 대추와 더덕, 오이 등을 버무린 더덕잣즙냉채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 배추, 깻잎, 소고기를 켜켜이 쌓은 소고기야채전골, 일명 첩첩전골도 인기다.

요리개발뿐 아니라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특히 장 대표의 재능을 살려 전통주 체험을 운영할 예정이다. 

12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온제향가는 휴식기를 가진다. 겨울엔 수확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믿을만한 식재료가 농가맛집의 기본"이라며 "온제향가는 앞으로도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고집할 생각이다. 요리사는 재료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삼남매는 다른 식당으로 견학을 가거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며 새로운 향토음식 개발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온제향가가 '매일 오진 못해도 한번 왔다가면 나중에 한번쯤 기억될 만한 곳'이 되길 바란다"며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이유는 우리나, 드시는 손님이나 밥 한끼의 여유를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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