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매력 스페인 매력 먹거리 타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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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여행객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나라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매우 불편한 점이 있는데 저녁 식사를 너무 늦게 시작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늦은 시간인 8시쯤 레스토랑에 들어서도 자리는 아직 비어 있고 밤 12시까지 길거리에 흥겨운 사람들이 넘쳐난다. 아침이면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관광객으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스페인 저녁식사가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것은 낮잠시간 시에스타와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기준에 맞추어 없어지는 추세라고 하지만 오랜 전통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점심식사 후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보내고 스페인의 오후는 느지막하게 시작된다.

그 늦은 오후에 아무래도 배가 출출하게 마련이다. 이때 가볍게 즐기는 음식이 타파스. 포장마차처럼 작고 편안한 가게에 각양각색 작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 하나씩 골라 와인이나 맥주 한 잔과 가볍게 즐긴다. 유명한 스페인 생 햄을 저며 담아냈을 뿐인 간단한 것부터 요리사 실력에 놀라게 되는 작품 같은 음식까지, 대구 앤초비 새우 문어 치즈 버섯 감자 등 일상적인 재료부터 최고급 푸아그라와 캐비어까지 종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스페인에서 타파스를 처음 만든 곳은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이라고 한다.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와인 잔에 초파리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빵이나 생 햄으로 덮었던 데서 시작되었다는 것. 뚜껑처럼 쓰였던 빵은 안주가 되었다. 타파스에서 '타파'가 덮는다는 뜻인 스페인어 동사 '타파르(tapar)'에서 왔다는 어원 해석도 함께한다. 또는 알폰소 10세 왕 건강이 좋지 않아 적은 음식을 와인과 함께 즐기면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랍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설도 있다. 아랍에는 다양한 음식을 소량으로 골고루 담아 먹는 메제(meze)라는 음식 형태가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중세 이후 아랍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다.


스페인 전역에 타파스 바가 있지만 안달루시아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곳은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한 바스크 지방이다. 주도인 산세바스티안에는 이름난 타파스 바들이 빼곡하다. 특히 유명한 것은 핀초스(pinchos)라 불리는 작은 꽂이다. 우리나라 어묵처럼 꽂이 수로 계산을 하기도 한다. 몬타디토(montadito)도 있다. 작은 샌드위치처럼 스페인식 바게트에 다양한 재료를 올린다. 바스크의 프레시한 화이트 와인, 차콜리(txacoli)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스페인은 오래전부터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바다로 둘러싸여 식재료가 풍부하고 중동과 유럽 문화 영향을 받아 독특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 스페인 음식의 매력이 타파스에서 만개하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요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세계적인 셰프들 관심도 폭발적이다.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알함브라 궁전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만이 아니라 타파스 바도 꼭 방문해볼 일이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문화인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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