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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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다’라는 말의 역사는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다. 1964년 신문 기사에 당시 어린이들이 쓰던 은어와 속어 가운데 하나로 소개된 것을 보면, 이 말은 1964년 바로 이전 어느 시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로학자들도 이 말이 1960년대 이후에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행어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쪼다’ 또한 그 어원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쪼다’의 어원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러 설이 제기돼 있다. 필자는 아직 ‘쪼다’의 어원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 ‘벤허’의 주인공인 ‘쥬다 벤허’에서 왔거나 아니면 범죄자 집단의 은어인 ‘조다(봉: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쥬다 벤허’ 설은 일견 생뚱맞아 보이나 동아일보 1965년 2월 25일 자 기사에도 설명돼 있어 무시하기 어렵다. 이 기사에서는 당시 남자 대학생들이 술에 취하면 상대를 ‘?다’나 ‘벤허’라 욕을 했는데, 이 두 단어는 ‘쥬다 벤허’에서 온 것이고 ‘바보’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족과 명예, 부를 모두 잃고 노예로 전락한 채 복수의 일념으로 사는 주인공 ‘쥬다 벤허’가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으로 보여 ‘쥬다’나 ‘벤허’를 ‘바보’의 대명사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영화 ‘벤허’가 국내에서 상영된 것이 1962년 2월 1일이니 ‘쥬다 벤허’ 설은 시기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 ‘쥬다 벤허’를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쥬다’가 단기간 내에 ‘쪼다’로 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다(봉)’ 설은 ‘조다’가 ‘쪼다’로 변할 수 있고, ‘봉’이라는 의미가 얼마든지 ‘바보’라는 의미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럴듯해 보인다. 다만, 이 설은 범죄자 집단의 은어인 ‘조다(봉)’가 학생 집단으로 들어가 ‘바보’라는 의미로 변할 수 있을 만큼 힘을 갖고 있었다고 전제할 때에만 설득력이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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