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자행하는 성범죄) 처벌 시급

2018-08-29 11:04:09 게재

성착취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모색 국제 세미나

아동·청소년을 노리는 그루밍 성범죄(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자행하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사적인 만남을 제안하고 유인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루밍의 온상처럼 전락해버린 채팅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모색 국제 세미나'가 2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국제 세미나는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십대여성인권센터, 탁틴내일 등이 공동 주최했다. 유럽연합(EU) 스웨덴 영국 등 청소년 성착취 문제와 대응책에 대한 공유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사라 챔피언 영국 로더럼 의회 의원은 "영국 국가범죄청은 지난해 12월 단 1주 동안 인터넷상에서 아동 245명을 보호하고 범죄 혐의자 19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며 "범죄자들이 실시간 스트리밍을 악용해 수백명의 아동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1명이라도 대화로 꾀어내면 온라인 선물을 보내 성적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고 조종, 직접 대면해 학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셜 미디어나 채팅 앱의 위험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온라인 공간에 무한정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아동들은 온라인 그루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이전 시대에 성장한 부모들이 자녀가 당면한 위험에 대해 정확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챔피언 의원은 영국 법에서 '아동 성매매' 용어를 없애는데 앞장섰다. 성매매라는 용어 자체가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아동 피해자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판결에도 영향을 주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수 범죄자나 알선업자들은 친근한 말투, 칭찬하기, 영화 같이 보기 등의 방법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고 길들여서 심리적, 정서적으로 장악한 뒤 범죄에 이용한다"며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아동·청소년들은 이들의 존재에 대해 진술하지 않거나 알선업자들은 초기 길들이기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나 사진 등을 보관했다가 수사기관에 연인관계 증거물로 제출하는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올해 말까지 성인물 웹사이트가 접속하려는 모든 이용자의 연령을 검증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동에게 포르노그라피 보여주기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처벌이 법제화되지 않고 있다"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그루밍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국제실종·착취아동센터는 성적 목적의 아동 온라인 그루밍 모델 법률을 제안한 바 있다"며 "여기서는 온라인 그루밍을 특정하는 법, 아동을 만날 목적의 온라인 그루밍과 아동을 만날 목적이 없는 온라인 그루밍, 아동에게 포르노그라피 보여주기 범죄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는 "영국의 경우 어른이 성적 의도를 가지고 아동에게 1번이라도 접근할 경우 경찰이 접근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그루밍에 대한 심각성이 늘고 있는만큼 적극적인 개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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