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품위를 드러내는 것… 유행과는 달라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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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8.20. 오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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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세계 5대 편집숍' 운영… 20대 패션 거물 리처드 셰이


패션계에서 거물은 느닷없이 등장하곤 한다. 개성 넘치는 취향을 지닌 숨은 진주가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전복하는 곳이 패션계다. 대만을 대표하는 패셔니스타 리처드 셰이(Hsieh·29)는 한 술 더 뜬다. 아시아 패션 불모지로 꼽혔던 대만을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바꿔놓은 '아시아 남성 패션의 교과서'로 불리니 말이다.

‘아시아 남성 패션의 교과서’라 불리는 대만 패셔니스타 리처드 셰이가 서울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찾았다. 최근 한국 쇼핑에 빠졌다는 그는 이곳을 비롯해 10꼬르소꼬모,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소개했다. /오종찬 기자

2013년 타이베이에 문을 연 편집숍 '네.센스(Ne.Sense)'를 비롯해 2년 뒤 런칭한 자신의 디자이너 브랜드 '니세서티 센스(Necessity Sense)'가 해외 유명 스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에스콰이어' '하입비스트' 등 해외 패션전문지가 꼽는 '세계 5대 편집숍'에 올랐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루이비통 남성 총괄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전 디올옴므 디자이너이자 현 벨루티 총괄인 크리스 반 아쉐 등이 팔로우 한다. 주로 느슨하고 넉넉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을 추구한다. 치솟는 인기에 홍콩 태틀러 매거진은 2016년 그를 '아시아 최고 신랑감' 4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리처드 셰이의 브랜드‘니세서티 센스’의 의상들. 느슨하고 넉넉한 스타일로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것이 특징이다. /니세서티 센스

최근 한국을 찾은 그는 "대만에 편집숍이란 개념조차 없을 때 뛰어들었더니 주목받은 것 같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외 패션계 사람들과 교류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알아봐 줬다"고 말했다. 지금은 유명 브랜드가 된 미국의 424나 피어오브갓(fear of god), 스탬피디 등을 대만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엔 그들도 초창기라 어찌 보면 저와 함께 성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패션 사진가인 아담 캐츠 신딩과 작업하면서 '피어오브갓'의 디자이너 제리 로렌조, 그의 친구이자 '오프 화이트' 브랜드를 만든 버질 아블로 등과 꾸준히 교류했습니다." 그동안 주로 일본만 찾다가 최근 한국 쇼핑에 빠졌다는 그는 얼마 전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10꼬르소꼬모, 분더샵,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쇼핑 코스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팬들에게 소개했다.

셰이는 어릴 때는 패션 문외한이었다.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치과의사가 되려고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군대 복무가 그에겐 인생 전환점이 됐다. "12개월간 총통 집무실 경비 근무를 하는 동안 휴대폰을 손에서 떼버려야 했죠. 덕분에 책을 파고들었습니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전 세계 공용의 단어인 '의(衣)'와 '식(食)'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역 뒤 워싱턴대를 중퇴하고 당시 미국 USC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던 형을 설득해 매장을 열었다. 이들이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매장은 유명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즈와 IF 디자인상을 연거푸 받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느냐"는 질문에는 "먼저 책과 신문을 많이 읽으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패션이란 단지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센스와 품위가 풍겨나오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행(hype)이나 트렌드를 멀리하고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그의 패션 철학이기도 하다. "홍콩 최고의 부자였지만 소박하고 겸손했던 리카싱의 책들에 감명받았어요. 돈과 명성은 녹아 없어지는 이슬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탈하게 사는 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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