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경로 실시간 확인… 눈 4배 밝은 '천리안 2A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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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01. 오전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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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발사 앞두고 실제 비행모델 공개

‘천리안 1호’와 달리 컬러로 영상 촬영
연기-황사-화산재까지 구별 가능
구름 두께-부피 등 정확히 추산
국지적 집중호우 예측할 수 있어

전자파 시험 중인 차세대 기상위성 ‘천리안 2A호’. 앞선 모델인 천리안 1호 개발 당시에는 전자파 시험과 고압누기 시험 시설이 없어 프랑스로 위성을 옮겨 시험했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모든 우주환경시험을 국내에서 완료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최근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솔릭’은 상륙 후 수시로 진행 경로를 바꾸면서 예상을 비켜갔다. 속도도 시속 4km에서 최대 23km에 이르기까지 들쭉날쭉했다. 15분에 한 번씩 인공위성 자료가 나왔지만 변칙적인 태풍의 움직임과 국지적인 집중호우 지역을 예측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태풍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 관측에 특화된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A호’가 올해 말 발사 예정이기 때문이다. 태풍의 경로는 물론이고 강도, 지역별 예상 강우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에는 관측할 수 없었던 뇌우(번개)의 위험성도 예측 가능하다.

29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시험동 전기장치검증시험실. 15m 높이의 청정실 안에선 연구자들과 엔지니어들이 발사를 앞둔 천리안 2A호 실제 비행모델(FM)의 최종 점검으로 분주했다. 최재동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천리안 2A호는 지난달까지 위성 개발 최대 난코스인 우주환경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현재는 마지막 비행 준비 단계”라고 말했다.

○ 독자 개발 첫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A호는 2010년부터 운용 중인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1호’를 대체할 쌍둥이 위성 2기(2A, 2B) 중 하나로,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이다. 위성의 핵심인 본체와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SW), 관측제어기술, 지상관제시스템 등은 항우연과 국내 33개 기업(대기업 2곳, 중소기업 31곳)이 공동 개발했고 우주기상탑재체는 경희대가 개발했다. 기상탑재체만 미국의 위성기업 해리스의 것을 사용한다.

천리안 2A호는 천리안 1호와 마찬가지로 동경 128.2도, 적도 상공 3만6000km 정지궤도에 고정된 채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동남아시아, 호주를 아우르는 지구 절반 면의 기상을 관측한다. 통신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고에너지 태양 폭풍, 복사에너지 등 우주 기상도 24시간 주시한다. 크기는 3.0×2.4×4.6m, 발사 중량은 3.5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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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2A호는 10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로 수송되고, 이곳에서 인도의 통신위성인 ‘GSAT-11’과 함께 프랑스 ‘아리안 5ECA’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최 단장은 “11월 30일부터 12월 3일 사이 발사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발사 일정은 현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발사 예정인 천리안 2B호는 2A호와 장착된 관측 장비만 다를 뿐 기본 골격은 같다. 미세먼지와 오존, 이산화탄소 등 1000여 종의 유해 물질과 해양 환경 관측을 담당한다. 두 위성은 10년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임무 승계 기간에는 3개 위성이 일시적으로 동시에 운용된다. 이 기간 동안 천리안 1호는 동경 128.2도 적도 상공에서 128.15도로 옮겨지고 천리안 2A, 2B호는 128.25도에 안착된다. 최 단장은 “128.2도를 중심으로 위성 3개가 놓이지만 지구에서 0.05도 차이는 정지궤도위성에선 70㎞ 거리이기 때문에 부딪힐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우주환경시험실에 들어서자 윤용식 항우연 책임연구원이 “발사 순간부터 궤도에 진입해 운용할 때까지 위성에 가해지는 고하중의 진동과 충격, 고온, 전자파 등을 시험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발사 때는 150dB(데시벨) 이상의 소음과 함께 멈춰 있는 자동차를 1초 만에 시속 200km까지 가속시킬 수 있는 힘이 위성에 가해진다. 우주에선 온도도 영하 150도에서 영상 120도를 오간다.

특히 정지궤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600~800㎞ 상공의 저궤도보다 더 강한 복사에너지에 노출된다. 태양풍이나 우주선의 대전된 고에너지 입자(플라즈마)들이 지구 자기장에 의해 지구 주위에 2층 구조로 묶여 있는 ‘밸 앨런 복사대’의 영향권(상공 2000~6만 ㎞)에 속하기 때문이다. 10~100MeV*(메가전자볼트·1MeV는 100만eV) 수준의 고에너지 입자들이 분포해 있는 만큼 방사능 수치도 매우 높다. 이런 위험 요소에 대응하기 위해 천리안2A호는 고에너지입자검출기, 위성대전감시기, 자력계 등 우주기상탑재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전자볼트(eV): 1eV는 전자 하나가 1V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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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예보 ‘더 정확해지고 빨라진다’

천리안 2A호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기상청의 일기예보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1호보다 더 자주, 더 자세히,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세로 1000km 영역을 3분 단위로 관측 가능하다. 공간 해상도도 4배가량 좋아졌다. 지표면 위 500m 간격에 놓인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곳을 흔들림 없이 보는 지향 정밀도도 향상됐다. 그만큼 구름의 두께나 부피 등을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다. 지역별 강우량 물론이고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집중호우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천리안 2A호는 흑백 영상만 찍을 수 있었던 1호와 달리 영상을 컬러로 촬영한다. 흑백 영상에서는 구름과 화재 연기, 황사, 화산재 등을 구별할 수 없지만, 컬러 영상에서는 각종 물질을 종류별로 추적할 수 있다. 최해진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태풍뿐만 아니라 산불, 화산 같은 재난 재해의 피해도 줄여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내년 9월까지 개발과 발사에 총 7200억 원이 투입되는 천리안 2A, 2B호는 한국의 위성 산업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 주위를 계속 도는 저궤도 위성은 한반도 상공을 10분 정도 지나칠 뿐이지만, 정지궤도위성은 24시간 한반도 주변을 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단장도 “이번에 확보한 정지궤도위성 개발 플랫폼은 향후 공공 분야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지궤도위성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리안 2A호의 경우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기상위성으로 꼽히는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고스(GOES)-16’이나 일본의 기상위성 ‘히마와리 8, 9호’와 성능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위성의 눈 역할을 하는 기상탑재체까지는 국산화 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남았다. 고스-16과 히마와리 8, 9호, 천리안 2A 위성은 모두 해리스사의 같은 기상탑재체를 싣고 있다.

이상률 항우연 부원장은 “천리안 2호 위성이 국내 독자 개발이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 해외 기술이 들어 있다. 한국이 위성을 개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기술 개발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정”이라면서도 “하지만 마이크로위성, 저궤도실용위성 등에 이어 정지궤도위성도 본체를 비롯한 위성의 전반적인 개발을 우리 손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위성 관제센터. 정지궤도위성은 24시간 관제를 받기 때문에 이곳은 3교대로 운영된다. 현재는 천리안 1호 위성을 관제하고 있다. -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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